-제주에서 만난 두 포르쉐 간판스타
-이성적으로 내달리는 파나메라 터보 S
-운전자와 함께 교감하는 카이맨 GT4
포르쉐가 75년 역사를 지켜오면서 한결같이 강조한 것이 있다. 바로 열정과 꿈이다. 차를 바라보고 운전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 이는 꿈으로 다가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열정으로 채워진다. 롱런의 비결과 같은 선 순환 구조는 세그먼트와 차종 불문하고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이코닉카 911을 비롯해 절대 비율을 가진 718, 마니아 폭을 넓힌 4도어 세단과 SUV 라인업, 하드코어 GT 시리즈까지 거를 타선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조직력을 갖춰 꿈과 열정을 양성해낸다.
이 모든 차들을 한 자리에 만날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포르쉐 스포츠카 75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 시승행사, "포르쉐 겟어웨이(PORSCHE GETAWAY)"다. 해안, 산악도로를 품고 있는 제주도의 자연을 배경으로 차와 함께 하며 75년 역사 속 꿈과 열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시승은 럭키드로우 형태로 두 대의 차를 선택해 번갈아 가며 탔다. 첫 번째로 운전대를 잡은 건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S다. 4도어 쿠페형 세단의 시작을 알렸고 많은 판매대수와 인지도로 브랜드 위상을 높인 일등공신이다. 특히, 시승차는 V8 엔진을 탑재한 최상위 버전으로 기대감을 키웠다. 시동을 걸자 거친 소리를 내지르며 등장을 알렸다.
하지만 예열을 마친 뒤에는 숨을 죽이고 차분한 자세를 보여줬다. "터보 S"라는 레터링만 보고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 노멀 모드에서는 스로틀 반응이 예민하지 않고 급하게 튀어나가는 성격도 덜하다. 변속기는 최대한 여유롭게 단수를 오르내리고 진중한 자세를 유지한다. 그만큼 다루는 데에는 일반적인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부담이 적고 차와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속도를 올리는 건 무척 쉽지만 자극적으로 튀어나가는 성격이 아니라서 과정은 자연스럽고 정제돼 있다.
한라산 중턱을 향하면서 조금씩 차의 성격을 알아봤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주행에 도움을 주는 각종 장치를 번갈아 가면서 활성화했다. 차는 성격을 순식간에 바꾸고 팔색조 매력을 드러냈다. 역동적이면서도 거친 반응이 터보 S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핵심은 단연 파워트레인이다. 터보 S는 V8 4.0ℓ 바이터보 엔진과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PDK) 조합으로 최고출력 642마력, 최대토크 88.8㎏∙m을 뿜어낸다. 물론 한 체급 위에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최고 700마력, 최대 88.8㎏∙m)가 있지만 정통 내연기관을 사용한 제품 중에는 가장 강력하다. 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3.1초로 터보 S E-하이브리드보다 뛰어나며 최고속도는 시속 315㎞에 달한다.
손 쉽게 속도를 올릴 수 있고 매력적인 사운드와 함께 몰입감은 배로 커진다. 길고 무거운 차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민첩한 능력도 갖췄다.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를 포함한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스포츠(PDCC Sport), 파워 스티어링 플러스가 장착된 리어 액슬 스티어링 그리고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PCCB) 시스템과 같은 모든 최신 섀시 및 제어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간 덕분이다. 각 기술의 조합은 뛰어나며 우수한 결과로 드러난다.
와인딩 로드를 즐겁게 통과한 뒤 운전자 교대지점으로 가기 위해 비포장 길에 들어섰다. 다시 주행모드를 노멀로 두고 여유롭고 천천히 통과했다. 날뛰던 차의 성격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편안한 세단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3챔버 에어 서스펜션은 굴곡을 모두 흡수하며 안락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했다. 멋과 기능을 동시에 잡은 시트와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 눈에 보이는 고급 소재와 버튼, 디지털 구성 요소까지 쇼퍼드리븐 역할로 손색없는 모습이다.
오후에는 순수 경량 스포츠카 718 카이맨 GT4 키가 손에 주어졌다. 구조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모터스포츠 노하우를 접목한 포르쉐의 결과물이다. 그만큼 GT4는 도로 위를 자신만의 무대로 꾸미며 완벽한 퍼포먼스를 그려낸다.
고성능 차답게 앞 범퍼 에어덕트는 큼직하게 뚫려있다. 이와 함께 스플리터를 추가해 멋을 냈다. 높이가 낮아 과속방지턱이나 경사면을 통과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옆은 도어 뒤에 뚫린 에어덕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음각으로 새긴 GT4 레터링도 멋을 더한다. 뒤는 거대한 고정식 윙이 인상적이다. 이전보다 약 20% 더 많은 다운포스를 발생시키며 높은 효율성을 보장한다. 리어 액슬 다운포스의 30%를 차지하는 기능성 디퓨저와 굵은 배기 파이프도 심상치 않은 모습을 뿜어낸다.
실내는 풀 카본 스포츠 버킷 시트가 눈에 들어온다. 몸을 정확히 지지해주며 자부심을 높인다. 세 개의 원형으로 꾸민 바늘 계기판과 작은 화면, 변속기 앞에 놓인 공조장치는 운전자 중심의 차라는 걸 알려준다. 심지어 스티어링 휠에는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어떠한 버튼도 준비하지 않았다. 드라이빙 즐거움을 높이는 각종 버튼은 센터터널에 가지런히 모여있다. 뒤쪽에 위치한 롤 케이지는 기능뿐 아니라 조형미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운전석 뒤 차체 중앙에는 수평대향 6기통 4.0ℓ 엔진이 들어있다. 최고 428마력을 발휘하며 감성적인 사운드의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은 911 카레라의 박서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단 3.9초만이 필요하며 최고속도는 302㎞/h에 달한다. 초기 반응은 묵직하다. 스로틀 역시 열리는 폭이 좁으며 최대한 신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번 탄력을 받은 뒤에는 영락없는 스포츠카 모습 그대로다. 순간 순간 터져 나오는 출력을 바탕으로 속 시원하게 속도를 올리고 질주한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엔진 회전수를 껑충 올리면서 무섭게 튀어나간다. 즉각적인 응답성을 통해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흔하디 흔한 터보 엔진과는 차원이 다른 가속을 보여준다. 최대 8,000RPM에 달하는 높은 엔진 회전을 통해 독보적인 박서 엔진의 사운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각 RPM 구간마다 소리가 전부 다르며 순간 공명음 조차도 매력적으로 들린다. 각각의 사운드는 변속 패턴에 맞춰 듣기 좋은 합주로 바뀌고 귀를 즐겁게 한다. 소리가 너무 좋아 굳이 음악을 들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코너에서는 최적화된 고성능 GT 섀시가 한몫 했다. 10㎜ 더 낮아진 서스펜션의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댐핑 시스템은 무게 중심을 낮추고 좌우 롤을 억제한다. 포르쉐 스태빌리티 매니지먼트(PSM)는 두 단계를 통해 선택적으로 비활성화 할 수 있다. 또 기계식 리어 디퍼렌셜 록을 장착한 포르쉐 토크 백터링(PTV)은 종방향 및 횡방향 다이내믹, 코너링 성능, 주행의 즐거움을 강화한다. 전부 모터스포츠 기술을 가지고 GT4에 맞춰 다듬은 결과값이다. 실제로 포르쉐 양산기술 절정에 위치한 911 GT3와 상당 부분 공유한 차인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파나메라 터보 S와 카이맨 GT4는 포르쉐식 스포츠 드라이빙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며 최상의 답을 내 놓았다. 파나메라는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정확한 움직임과 깔끔한 결과를 보여줬다. 언제 어디서나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고 탑승자 4명 모두에게 고른 만족을 안겨준다. 카이맨은 포르쉐 정통성을 각인시키면서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운전자와 교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정확히 한 몸이 되었을 때 어느 라이벌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서로 다르게 풀어낸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포르쉐가 주는 꿈과 열정만큼은 하나였다. 더욱이 제주도의 바람과 햇살, 공기를 온 몸으로 느끼며 달리는 순간에는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마법도 경험할 수 있었다. 마치 자동차로 위로 받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운전을 하는 모든 순간에는 편안함이 가득했다. "겟어웨이"라는 이번 행사의 제목처럼 휴식과 낭만의 영역에서 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차가 포르쉐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