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5사 기준, 점유율 90% 넘겨
수입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5사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통합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글로벌 여러 나라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이다.
4일 국내 완성차 5사 판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현대차는 국내에 25만7,707대를 판매해 수입차를 제외했을 때 점유율이 52.1%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5% 대비 늘어난 실적이다. 반면 기아는 19만826대로 38.6%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다소 줄었지만 두 회사의 통합 점유율은 91%로 사상 최고를 찍었다.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 부문도 양 사의 통합 점유율은 9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4월까지 21만3,857대(상용 제외)로 50.9%를 차지했고 기아는 39.4%를 확보했다.
이 같은 양 사의 선전은 한국지엠, KGM, 르노코리아 등 국내에 제조 기반을 보유한 나머지 3사의 위축으로 연결됐다. 3사 점유율을 모두 합쳐봐야 불과 9.3%에 머무는 것. 새로운 차종을 등장시키며 매번 반등을 노리지만 그럴 때마다 현대차와 기아도 신형으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좀처럼 점유율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독점적 지배력은 최근 수입차와 경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제네시스 등장 이후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도 적자 않은 영향을 받는 것. 특히 그간 제품 브랜드보다 "수입차=프리미엄"에 기대던 프랑스 및 영국 브랜드가 주목도를 잃으며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양 사의 지배력이 높다는 점이 오히려 작은 경쟁사들에게 새로운 차종 투입의 자유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특히 상용 부문에선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공략이 거세다는 것. 실제 시내버스 시장에서 이미 BYD, 하이거 등의 전기버스가 현대차 시장을 절반 가량 가져갔고 BYD는 소형 화물 시장에도 전기트럭을 투입, 현대차 포터 점유율을 적극 빼앗을 기세다.
그러자 최근에는 소형 승용 전기차 부문에서도 저가의 중국산 전기차를 투입하려는 업체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 현대차가 해외 무대를 개척할 때 저가로 진입 후 조금씩 시장에 안착한 점을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전기차는 현대차와 기아도 배터리 가격 경쟁력 확보가 여전히 어렵다는 약점을 중국 기업들도 파악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판매되는 초소형 전기차는 대부분 중국 제품을 기반으로 개발된 경우가 많다. 편의성보다 이동의 기능성이 우선이고 이때 가격은 최대한 저렴한 것이 장점으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점차 모빌리티, 즉 기능성 시장으로 변화한다고 했을 때 동력의 전제는 전기 기반이 당연하다"며 "이때는 이동 수단의 가격이 강력한 구매 요인이 되고 다양한 제품이 각각의 틈새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다양한 요구를 현대차와 기아가 모두 제품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며 "소규모 특정 목적에 필요한 차종은 이미 300종 이상의 기능성 전기차가 즐비한 중국의 공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