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전동화에 숨겨진 야성, 아우디 e-트론 GT

입력 2023년05월08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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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한 역동성으로 GT 성향 강조

 탄소 저감을 위해 등장한 전기차. 하지만 환경을 위해서만 존재하기엔 그 성능이 매우 아깝다. 가속 즉시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와 시프트 업 없이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역동성 때문이다. 물론, 전기차 제조사들이 이 부분을 놓칠 리 없다. 낮은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고부가 가치 창출에 유리한 고성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 그 경쟁의 한 가운데엔 아우디 e-트론 GT도 있다. e-트론 GT를 인제 스피디움에서 만나봤다.



 ▲낯선 외관·익숙한 실내
 e-트론 GT는 포르쉐 타이칸과 J1 플랫폼을 공유하는 고성능 쿠페형 세단이다. 그러나 브랜드 정체성에 따라 각자 다른 디자인과 품질을 지닌다. e-트론 GT의 외관은 하나의 유체 덩어리 같은 차체에 아우디만의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더한 분위기다. 캐릭터라인은 물론, 펜더의 두툼한 볼륨에도 굵직한 선을 하나씩 그어 힘이 느껴진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연속성을 지닌 LED를 배치해 첨단의 이미지와 일관성을 연출했다. 전기차인 만큼 그릴은 필요 없었지만 아우디 내연기관차의 육각형 그릴이 있던 흔적을 남겨 정체성을 이어갔다. 길이 4,990㎜, 너비 1,965㎜, 높이 1,405㎜의 차체의 공기저항계수는 0.24Cd에 불과하다.




 외관에선 낮은 후드와 매끈한 실루엣에서 전기차의 특성이 잘 드러났지만 실내는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아우디 세단에서 볼 수 있는 기하학적인 조형성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공간 구성도 S7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넓은 수평형 대시보드와 낮은 지붕이 스포츠카의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R8만큼 폐쇄적이진 않다. 그러나 운전자 중심 설계의 직관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GT다운 성능
 e-트론 GT의 파워트레인은 여느 고성능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듀얼 모터 시스템으로 이뤄졌다. 합산 최고출력은 476마력(ps), 최대토크는 64.3㎏·m다. 부스트 모드를 활용하면 순간적으로 530마력까지 쓸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93.4㎾h로 1회 충전 시 최장 362㎞를 달릴 수 있다.

 e-트론 GT는 600마력이 넘는 타이칸에 비해 편안한 달리기를 지향한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편안하고 차분한 성격이 더 두드러진된다. 고요하면서도 물 흐르듯 나아가는 느낌이 만족스럽다. 페달 반응도 생각보다 매섭지 않다. 그러나 서킷처럼 한계에 가까운 주행에 몰입하다 보면 다른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2.35t에 이르는 공차중량이 무색할 정도로 달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속도는 245㎞/h에 제한이 걸렸다. 인제 스피디움의 직선구간에선 200㎞/h 가까이 낼 수 있었다. 다른 시승차와의 간격 조절을 위해 성능을 다 끌어쓸 수는 없었지만, 동력성능이 높은데다 무거운 차체 덕분에 내리막길에서의 가속도가 급격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뒤 바퀴의 구동력도 인상적이다. 아우디 내연기관차의 콰트로 시스템을 모사한 전동화 시스템은 예상보다 넓은 범위로 힘을 분배하고 차가 돌아나가는 방향에 맞춰 영민하게 움직였다. 무게 배분이 유리한 구조 덕분에 하중 이동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었다. 실제 e-트론 GT의 하중 분포는 50:50으로 미드십 스포츠카에 가깝다. 

 반면, 전기차의 치명적인 약점인 감성적인 영역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생각보다 작은 주행음 탓에 풍절음이나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사운드가 고성능 자동차의 전유물임을 잊어선 안된다.

 ▲기술을 통한 진보의 연속
 e-트론 GT는 아우디 전동화의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매력을 뽐낸다. 단순히 우아하고 강하다는 의미를 벗어나 잘 조율된 구동계와 하체 구조를 통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폭풍처럼 몰아붙인 매 순간마다 아우디가 오랫동안 외쳐온 "기술을 통한 진보"가 어김없이 느껴졌던 이유다. 가격은 1억6,632만원이다.

인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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