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형 패밀리 SUV 만들기 노하우 갖춰
-세련미 살리고 정숙성 크게 높여
도심형 패밀리 SUV는 해마다 성장 중이다. 부담 없는 크기와 주행 감각을 바탕으로 실용성까지 겸비해 중형 세단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조사들은 해당 세그먼트 신차를 속속 출시하면서 소비자 잡기에 나서는 중이다. 선택지가 많다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그만큼 실력도 차이를 보이며 평가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혼다는 이 분야에서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오랜 시간 만들어온 내공을 바탕으로 꾸준히 개선을 거듭해 완성형에 가까운 차를 선보인 결과다. 그리고 중심에는 CR-V가 있다. 1990년대 중반 등장해 약 25년 동안 글로벌 판매를 주도했다. 패밀리 SUV의 정석과도 같으며 빠른 시장 선점으로 인지도도 탄탄하다. 6년만에 6세대로 돌아온 완전변경 신형은 다시 한번 시장을 이끌 채비를 마쳤다.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지 차를 직접 확인해봤다.
▲디자인&상품성
겉모습은 기존 CR-V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바뀌었다. 비율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비결은 프레임에서 나온다. 새 패키지 설계로 크기는 물론, 보닛의 형상과 측면, 트렁크 라인까지 과감하게 변했다. 기존 대비 길이는 75㎜ 길어졌고 휠베이스 역시 40㎜ 증가해 차체 안정성을 높였다. 또 직사각형 형태의 글라스 디자인을 적용하고 A필러와 후드 형상을 최적화해 전면 시야가 넓어져 보다 안전한 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평평하고 넓은 보닛과 수직으로 떨어지는 그릴, 얇은 헤드램프가 새로운 인상을 전달한다.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마치 세단을 보는 것 같다. 램프 사이에는 굵은 크롬 도금을 둘러 존재감을 나타냈고 커다란 혼다 로고 안에는 레이더, 라이다가 자리잡았다. 범퍼도 단정하다.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옆은 패밀리 SUV 특징이 두드러진다. 커다란 유리창과 도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캐릭터 라인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18인치 휠과 타이어 조합은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좋은 구성이다. 관리도 편해 보인다. 뒤는 세로로 길게 내려오는 테일램프를 통해 정체성을 강조했다. 트렁크 안쪽으로 말아 들어가는 형태와 램프 속 구성도 참신하다. 또 볼륨감 있는 하부 디자인으로 차가 한 층 듬직해 보인다.
실내는 사용성과 개방감에 초점을 맞췄다. 수평 구조의 레이아웃을 적용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고 단정하게 꾸며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 낸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송풍구 디자인이다. 센터페시아 중앙을 흐르는 그물망 모양이 인상적이며 안쪽에서 조절하게 만들었는데 제법 신선하다.
변속레버 주변도 크게 바뀌었다. 지속적인 조사와 검증을 통한 이상적인 콘솔 레이아웃을 설계한 것. 스마트폰 2대(무선충전 1대)를 나란히 놓을 수 있는 공간과 컵 홀더 2개, 동급 최대 용량(9ℓ)의 암레스트 수납공간까지 배치해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주행에 도움을 주는 버튼들도 가지런히 모아놓은 덕분에 마음에 든다.
이를 제외한 요소들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적절히 섞인 계기판을 비롯해 센터페시아 화면 구성, 공조장치 버튼도 라인업에 두루 사용하는 익숙한 모습이다. 그나마 혼다 커넥트를 신규 적용했다는 점이 유일한 차이다. 앱 하나로 차를 원격 제어하는 시스템이며 내 차 상태 관리, 긴급 상황 알림 등이 가능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차를 운행할 수 있다. 24시간 긴급 콜센터와 연계돼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2열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패밀리 SUV 장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데 문을 여는 과정부터 단번에 알 수 있다. 90도로 열리는 문은 카시트를 채우거나 아이들이 오르내리기 한결 편하다. 또 입구가 넓어 상대적으로 광활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차급을 고려하면 무릎과 머리 윗공간에 대한 부족함이 없고 가운데 턱도 평평해 성인 세 명이 넉넉하게 탑승, 이동 가능하다. 트렁크도 마찬가지다. 열리는 면적이 넓고 높이가 낮아 큰 짐을 쉽게 수납할 수 있다. 참고로 2열을 접으면 트렁크는 최대 2,166ℓ까지 적재 공간이 늘어난다.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고 양쪽 끝에는 별도 수납함을 깊게 파 놓아서 간단한 짐을 넣기에도 유용하다.
▲성능
국내 출시한 신형 CR-V는 1.5ℓ 가솔린 터보와 CVT 조합으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5㎏·m를 발휘한다. 이와 함께 3종 저공해 자동차 인증을 받아 공영주차장 이용료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동을 켜면 조용하게 등장을 알린 뒤 차분하게 전진한다. 주행을 이어나가는 순간에도 부드러운 감각은 지속된다. 자극적은 모습은 덜하지만 그렇다고 더디거나 부족한 실력은 더더욱 아니다. 누구나 쉽게 차를 몰 수 있을 정도의 호불호 없는 가속감을 전달한다. 그만큼 도로 흐름에 맞춰서 여유롭게 주행을 이어나가면 만족이 한 층 커진다.
신형의 가장 큰 특징은 정숙성이다. 여기에는 엔진과 변속기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 먼저 엔진은 회전질감이 부쩍 좋아졌다. 매끄러운 속도 상승을 유도하고 불필요한 엔진음도 거의 들을 수 없다. 조화를 이루는 CVT 역시 단점을 크게 줄여 매력을 높인다.
급하게 속도를 올려도 무단변속기 특유의 거친 사운드가 잘 안 들린다. 소프트웨어 로직을 통해 다단화된 변속기처럼 행동하며 빠른 반응과 지속성을 갖췄다. 둘의 조합이 궁극적으로는 쾌적한 실내 환경으로 연결된다. 풍절음과 바닥 소음에도 신경 쓴 결과 듣기 거슬리는 소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파워트레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무난한 실력을 보여준다. 서스펜션은 승차감에 초점을 뒀고 스티어링 휠 반응도 밋밋하다. 변속레버를 아래로 내리면 스포츠 모드로 전환 가능한데 초반에는 높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며 가속에 힘을 보탠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감동은 덜하다. 고속 주행이나 추월가속 시 사용하면 유용할 듯하다. 브레이크는 도로 상황을 판단하고 여유롭게 잡는 걸 추천한다. 답력은 일정하지만 제동 길이가 다소 긴 핀이기 때문이다. 차의 성능과 몸집을 감안하면 큰 단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안전 기능은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유용했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혼다 센싱은 시야각 90도까지 확장한 카메라를 적용하고, 레이더도 120도까지 인식 범위를 늘렸다. 그 결과 보다 다양하고 넓은 판단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 차로 유지 보조(LKAS) 성능도 개선했다.
트래픽 잼 어시스트,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 기능도 추가한 점도 특징이다. 차간 거리와 차선 유지, 속도 등 모든 기능을 활성화 하면 차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장거리 주행에 부담이 덜하고 믿음직한 마음도 배로 든다. 이 외에 신형 CR-V는 리어 사이드, 프런트 무릎을 포함한 10개 에어백 시스템을 갖춰 탑승자를 보호한다.
▲총평
CR-V는 명성에 걸맞은 상품성과 행동으로 시승 내내 깊은 만족을 줬다. 화려한 볼거리나 시선을 끌만한 파격 요소는 덜하지만 오히려 수수하면서도 정직한 모습이 부담 없이 다가왔다. 긴 시간 노하우가 숨겨진 공간 활용은 물론 알찬 편의 품목과 폭 넓게 적용한 안전 기능도 가산점을 높인다. 평소 아쉬운 부분을 적극 개선한 파워트레인 역시 미소를 짓게 했다. 탑승자 모두의 유쾌한 만족을 주는 내공 가득한 패밀리 SUV다. 가격은 4,1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