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전기차, 6개월째 시세 하락
-높은 가격 방어·배터리 수명 우려 등 구입 꺼려
전기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높은 가격과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불안함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고 있는 것.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 전기차 시세는 반년 넘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종별로는 매월 평균 3% 수준으로 낮아지는 추세이며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같은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떨어지는 폭이 크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고 전기차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가격 저항과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꼽았다. 가격은 전기차의 경우 신차 가격이 비싸고 보조금을 받아도 내연기관차와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중고차 가격도 자연스럽게 방어선이 높게 형성돼 있다. 실제로 동일한 연식과 키로수의 차를 비교해보면 전기차가 일반 가솔린과 디젤 대비 수 백 만원 더 비싼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에 두는 중고차 특성상 같은 가격이면 상위 트림의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인식도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가 된다. 엔진오일, 브레이크 등 소모품 비용은 들지 않지만 동력계와 연관된 큰 부품들에 대한 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그 중에서도 배터리 소모에 따른 효율 저하가 자칫 수리비로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중고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배터리 수명을 물어보고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인근 서비스센터에 가서 진단기를 물리는 경우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한다. 제조사별로 넉넉한 보증 기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약 70% 아래로 떨어질 경우 교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장에 나와있는 중고 전기차의 경우 평균 5만㎞가 채 되지 않은 신차급 중고차가 많아 섣부른 판단과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중고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인데다 현재 매물로 나온 차들이 대략 3~5년전 출시 제품들이어서 주행거리나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중고 전기차의 일부 수요가 유지가 쉽고 부담이 덜한 하이브리드카로 넘어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연기관의 익숙함과 전동화를 활용한 고효율, 부담없는 충전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고 전기차가 활성화 되려면 우선 신차 수요가 어느 정도 해소된 뒤에 생각해봐야 한다"며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중고 전기차 성장은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