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새로운 페라리의 서막, 296 GTB·GTS

입력 2023년05월17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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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6 터보·전동화·섀시 구조로 한계 모르는 주행 성능 구현

 그동안 V8 이상의 엔진으로 승부했던 페라리가 다운사이징과 전동화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296 라인업이 그 주인공이다. 296은 작은 차체와 넘쳐나는 성능으로 페라리 정체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브랜드 지속가능성을 명확히 가리킨다. 실제로 그럴지 쿠페형인 296 GTB와 스파이더형인 296 GTS를 페라리만의 사전 시승 행사인 에스페리엔자 페라리를 통해 트랙에서 만나봤다.


 ▲콤팩트 페라리의 매력
 296은 작고 날렵한 차체에 페라리의 정체성을 알차게 담아냈다. 차체 크기는 길이 4,565㎜, 너비 1,958㎜, 높이 1,187㎜, 휠베이스 2,600㎜로 최신 페라리 제품군 중 가장 작다. 납작한 전면부는 예리한 형태의 헤드램프를 멀찌감치 떨어트리고 흡기구를 낮고 넓게 구성해 안정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측면은 화살촉처럼 뻗은 프론트 엔드, 한껏 부풀린 리어 펜더와 흡기구, 살짝 말아 올린 리어 엔드에서 미드십 엔진 페라리의 유전자가 느껴진다. 공격적이면서도 탄탄한 분위기 덕분에 성능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붕 개폐 여부에 따른 차이도 보인다. GTB는 A필러를 윈드쉴드와 측창의 분위기에 맞춰 검정색으로 칠했고, GTS는 A~B 필러와 지붕의 패널을 구분한 점이 다르다. 후면부는 페라리의 전통적인 듀얼 타입 테일램프와 엔진이 보이는 후드, 번호판 위에 마련한 배기구, 굵직한 디퓨저로 가득 채웠다.




 두 명이 탈 수 있는 실내는 보통의 고성능차와 마찬가지로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페라리의 모터스포츠 감성을 가득 담은 요소들로 차별화했다. 울긋불긋한 풀 디지털 계기판과 운전자를 바라보는 센터페시아 패널 및 송풍구, D컷 스티어링 휠, 스포츠 버킷 시트 등 거를 품목이 없다. 스티어링 휠의 경우 터치 방식의 제어 시스템을 도입해 낯선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시동도 터치로 건다. 동반석 대시보드엔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간략한 주행 정보를 표시한다.



 그렇다고 마냥 첨단만 쫓지 않았다. 센터 터널에 배치한 토글 방식의 변속 레버는 크롬으로 마감하고 볼트 형태를 유지해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하다. 소재는 탄소섬유 패널과 알칸타라, 가죽을 적극 활용해 고급스러움과 역동성을 지향했다. 지붕을 열 수 있는 296 GTS의 경우 시속 45㎞ 이하의 속도에서도 14초만에 개폐가 가능한 하드톱을 장착했다.

 ▲하이브리드 수퍼카의 가능성
 "296"이란 이름은 2.9ℓ의 배기량과 V6 트윈터보 엔진을 의미한다. 병렬형 실린더를 120도로 벌리고 그 사이에 터보차저를 끼워 무게중심을 낮추고 엔진 전체의 부피를 줄였다. 메르세데스-AMG를 포함한 고성능 브랜드도 즐겨 쓰는 형태다. 동력계는 이 엔진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이뤄졌다. 아직 페라리에겐 생소한 파워트레인이지만 830마력이라는 시스템 최고출력이 기대를 키운다. 동력성능은 엔진이 663마력, 전기 모터가 167마력을 만들어낸다. 고전압 배터리 용량은 7.45㎾h로, 모터만 구동해 25㎞를 달릴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드로 시동을 걸자 전동화의 특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렁찬 엔진음 대신 고요함만이 존재한다. 브랜드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도 생전에 이런 순간을 상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속도를 올리고 가속페달에 힘을 더하자 잠들어 있던 엔진이 순간적으로 포효하며 존재를 알린다. 그러나 청각적인 충격만 전해질 뿐 가속 과정에서의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빠르게 속도를 끌어 올릴 뿐이다.

 주행모드 설정 버튼인 마네티노를 조작해 퍼포먼스 모드를 선택했다. 그러자 V12 못지 않은 사운드를 내뿜으며 폭발적인 가속력을 보여준다. 앞바퀴가 들릴 것 같은 느낌은 무서울 정도다. 페라리가 밝힌 0→100㎞/h 시간은 296 GTB, GTS 모두 2.9초다. 0→200㎞/h의 경우 GTB가 7.3초, 이보다 70㎏ 더 무거운 GTS는 0.3초 느리다.


 SF90과 공유하는 8단 F1 DCT는 반응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고회전 영역에서도 마음껏 조작할 수 있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한다. 덕분에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가장 긴 직선 구간에선 280㎞/h까지 가속이 가능했다.

 엔진과 모터의 동력은 온전히 뒷바퀴에만 전달된다. 그럼에도 주행 한계치가 상당히 높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더라도 모든 바퀴가 지면을 놓치지 않고 원하는 선을 그리며 돌아 나갈 수 있다. 비결은 고카트 느낌의 핸들링을 선사하는 짧은 휠베이스와 6W-CDS다. 특히 6W-CDS는 주행 속도와 횡 중력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역학 제어 장치가 ABS 에보 컨트롤러와 ESP에 통합된 그립력 추정 장치의 개입을 도와 차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모든 주행 상황에 맞게 최적화한다. 덕분에 수퍼카가 운전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말끔히 지운다.

 주행 성능을 더 높인 아세토 피오라노 패키지를 고르면 전·후방 카메라와 탄소섬유 에어로 파츠, 전용 색상뿐만 아니라 전용 서스펜션도 제공해 노면의 정보를 보다 솔직하게 느낄 수 있다. 가변식 리어 스포일러 역시 초고속 주행 상황에서 뒷바퀴 접지력을 키워 안정성을 높인다. 실제 패키지를 적용한 차와 적용하지 않은 차의 차이는 꽤 크게 와닿았다.


 ▲가장 페라리 다운 전동화
 296은 페라리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음을 알리는 데 충분한 차다. 다운사이징과 전동화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가치를 선사한다.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와 브랜드에 대한 믿음을 키운다. "운전이 쉬운 고출력 차",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페라리"라는 점에선 더 많은 수요를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296 라인업의 가격은 4억원대부터 시작한다.

용인=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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