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트랙에서 만난 마세라티의 쌍두마차, MC20 & 그레칼레

입력 2023년05월22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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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영역에서 GT 성향 동시에 구현

 마세라티의 수퍼 스포츠카 MC20과 브랜드 두 번째 SUV인 그레칼레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만났다. 두 차는 내연기관의 종점에서 당분간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맡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차급은 명확히 다르지만 V8 엔진을 대체할 네튜노 엔진과 GT 성향이란 공통분모를 통해 고성능 브랜드의 가치를 제시한다.


 ▲모터스포츠 감성 가득한 MC20
 MC20는 마세라티가 2020년 선보인 고성능 미드십 쿠페로 브랜드의 최정점에 서 있는 차다. 특히 차체 중앙에 탑재한 네튜노 엔진의 동력 성능을 극대화해 내연기관의 매운맛을 선사한다. 네튜노 엔진은 V6 3.0ℓ 트윈터보 구조로 최고 630마력, 최대 74.4㎏·m를 발휘한다. 8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와 함께 0→100㎞/h 가속을 2.9초 만에 끝낼 수 있다.


 가속력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다. 일단 과급기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반응이 빠르고 강력하다. 때문에 스로틀을 다 열 때마다 뒤통수가 헤드레스트를 강타하는 일이 잦았다. 여기엔 마세라티 이중 연소 시스템(Maserati Twin Combustion)이 한 몫한다. F1 머신의 프리 챔버 기술을 응용해 출력과 연소 효율을 향상한 것이 특징이다. 수퍼카 답게 드라이 섬프의 윤활 방식을 채택한 점도 두드러진다. 덕분에 내연기관으로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힘을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주행 성능은 넘치는 동력에 걸맞게 레이싱카에 가깝다. 실제로 마세라티는 MC20 기반의 레이싱카를 올해부터 GT2 내구 레이스에 투입한다. 하체 감각은 노면의 질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준이다. 덕분에 차체 곳곳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리하게 주행할 수 있고, 차체를 내던지더라도 노면에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주행 모드는 GT, Wet, 스포츠, 코르사를 지원한다. 트랙에서는 스포츠까지 허용했다. 성능을 다 뽑아 쓸 수 있는 코르사의 경우 위험성이 클 것이라는 인스트럭터의 판단이다. 그러나 스포츠 모드도 서킷 주행을 즐기기엔 괜찮은 성능을 보여준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과 ESP 시스템이 개입하긴 하지만 후륜구동의 짜릿함을 어느 정도 허락해 레이싱 감성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좌석 뒤편에서 울려 퍼지는 엔진음과 이보다 더 존재감이 큰 배기음이 배가되면서 흥분을 일으킨다.

 ▲편안한 고성능 SUV, 그레칼레
 그레칼레는 마세라티의 저변을 확대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라인업이다. 브랜드의 두 번째 SUV이지만 기존 SUV인 르반떼와 체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디지털화, 범용성 면에선 더 낫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레칼레 시승차는 트로페오와 모데나, GT의 세 가지가 준비됐다. 먼저 그레칼레 트로페오에 몸을 싣고 트랙에 진입했다. 이 차는 MC20과 마찬가지로 네튜노 엔진을 얹는다. 다만 SUV 차체를 감안해 530마력으로 동력을 낮췄다. 최대토크는 63.2㎏·m로 결코 낮지 않다. ZF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성능을 편하고 유연하게 뽑아 쓸 수 있는 기어비를 보인다. 그럼에도 0→100㎞/h 가속 3.8초의 가속력과 최고속도 285㎞/h의 성능을 갖췄다.




 그러나 이런 수치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감각은 역시 가속력과 소리다. 특히 화끈한 배기음은 브랜드 특성이 더해지면서 이성의 영역에서 감성의 영역으로 쉽게 빨아들인다. 하체는 빠르고 안락하게 달리는 GT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에어 서스펜션은 MC20과는 다르게 노면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며 적당한 좌우 쏠림을 제공한다. 덩치가 커지면서 차체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비정상적인 움직임도 줄여 운전이 어렵지 않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GT, 스포츠, 코르사, 오프로드의 다섯 가지를 지원한다. 가변 배기 시스템, 변속 시점, 서스펜션 감쇠력, 지상고 등을 상황에 맞게 매만질 수 있다.

 이어 그레칼레 모데나와 함께 인제 스피디움 인근의 일반도로를 달렸다. 이 차는 2.0ℓ 터보 엔진을 올려 최고 330마력, 최대코드 45.9㎏·m를 낼 수 있다. 트로페오보다 확실히 동력 성능이 낮지만 일상 주행에서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4기통 엔진을 얹었지만 마세라티만의 조율을 거친 배기음은 6기통 못지 않다. 확실히 엔진이 트로페오보다 작기 때문에 앞바퀴에 걸리는 부담도 줄었다. 


 그레칼레 GT는 모데나와 같은 엔진이지만 최고출력을 300마력으로 살짝 낮췄다. 최대토크와 변속기 조합은 같다. 모데나 이상에 장착하던 에어 서스펜션도 빠졌지만 기계적인 움직임이 의외로 만족스럽다. 높은 동력을 지양하고 주행 성능을 중요시한다면 꽤 괜찮은 선택지로 보인다. 마세라티의 모든 제품 중 일상생활에 가장 적합한 차로 꼽을 수 있는 이유다.


 ▲지향점은 하나, GT
 두 차를 통해 느낀 감성은 모터스포츠와 GT에 뿌리를 둔 마세라티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가만히 있어도 달릴 때에도 마치 피를 나눈 형제처럼 닮아 있다. 마세라티가 오랫동안 이어온 헤리티지와 신차에 곁들인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특히 네튜노 엔진은 마세라티 내연기관의 "최후의 만찬"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시작 가격은 MC20 3억900만원, 그레칼레 9,900만원이다.

인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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