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픽업 명가의 품격,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

입력 2023년05월23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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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한 변화 거친 완전변경 신형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 가능한 중형 픽업

 포드는 픽업 만들기에 능한 브랜드 중 하나다. 오랜 시간 미국 시장에서 다양한 픽업을 선보였고 탄탄한 신뢰와 인기를 기반으로 세계 무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상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맏형 F-150부터 최근 합류한 막내 메버릭까지, 포드는 픽업 명가로 불릴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고 중심에는 레인저가 있다. 1983년 태어나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헤리티지 짙은 차다. 더욱이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기도 했다. 또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브랜드 성장에도 도움을 줬다.

 레인저는 2012년 2세대를 끝으로 잠시 공백기를 가진 뒤 2019년 3세대 신형이 나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후 올해 완전변경 4세대를 출시하며 보다 완성도 높은 차로 거듭났다. 신형 레인저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커다란 변화가 돋보인다. 이전 레인저의 흔적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바뀌었다. 특히 듬직하고 남자다운 이미지가 강해졌다. 핵심은 램프에 있다. 시그니처 C-클램프 헤드라이트를 탑재해 브랜드 정체성을 맞췄고 존재감을 키웠다. 

 램프 안쪽까지 깊게 들어온 그릴은 독특함을 더하고 유광 블랙 색상으로 감싸 멋을 냈다. 범퍼는 사다리꼴 모양의 세로형 바를 추가해 단단하게 체결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은색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대서 밋밋함을 피했다. 험로 활용을 높이기 위한 고리도 별도로 마련했다.

 옆은 픽업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넓은 휠하우스와 두툼한 타이어, 높은 지상고와 짐칸까지 매력적이다. 투박함을 지우기 위한 노력도 찾아볼 수 있다. 펜더에 붙은 장식이나 그레이 컬러로 포인트를 넣은 휠, 짐칸 주변을 감싸고 있는 요소가 대표적이다.

 뒤는 음각으로 새긴 레인저 레터링과 커다란 포드 로고가 존재를 알린다. 세로형 테일램프는 안쪽 디자인을 살짝 바꿨고 쉽게 타고 내리기 위한 발판과 트레일러 연결 포트 등을 기본으로 제공해 활용 능력도 겸비했다. 방수 처리를 마친 짐칸은 여러 단자와 소켓을 갖춰 능력을 키웠다. 

 실내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뤘다. 풀 디지털 계기판과 크기가 작은 스티어링 휠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운전자는 센터 스택에 위치한 12인치 대형 세로 터치스크린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보다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사용 및 조작할 수 있다. 포드의 시그니처 싱크4 시스템을 통해서도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자주 사용하는 공조장치를 별도의 물리 버튼으로 마련한 것도 감각적인 구성이다.

 센터 터널은 깔끔해졌다. 전자식 변속 레버를 적용해 부피를 줄였고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는 버튼을 조그 셔틀 타입으로 마련한 덕분이다. 깊은 수납함과 컵홀더는 실용적이며 동승석 글러브 박스는 위아래로 마련해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다. 이 외에 기하학적 패턴의 송풍구와 천장에 붙은 토글 스위치, 자수로 표현한 와일드트랙 스티치 등은 픽업의 성격을 강조한다. 

 뒷좌석은 무난하다. 큰 차의 특성을 살려 무릎과 머리 위 공간은 넉넉하다. 이와 함께 넓은 시트 면적으로 인해 누구나 여유로운 이동이 가능할 듯하다. 전용 송풍구와 여러 타입의 USB 단자, 소켓 등 편의품목도 알차게 들어있다.

 ▲성능
 레인저는 국내에서 와일드트랙과 랩터 두 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모두 2.0ℓ 바이터보 디젤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시승차인 와일드트랙은 최고출력 205마력, 최대토크 51㎏∙m를 낸다. 효율은 복합 기준 10.1㎞/ℓ이며 총 6가지 주행 모드를 통해 지형과 환경에 따른 맞춤형 주행이 가능하다. 최대 3,500㎏의 견인 능력을 비롯해 적재공간의 클램프 포켓, 재질∙디자인을 향상한 베드라이너와 접근성을 높인 사이드 스텝, 카고 관리 후크, 존 라이팅 등 편의기능을 강화했다.

 가속은 묵직하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중한 성격을 경험할 수 있다. 일정부분 속도가 붙은 다음에는 가솔린 차와 크게 다르지 않는 매끄러운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 안정적인 유닛답게 디젤 엔진 완성도에 대한 의심은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디젤 특유의 강한 펀치력이 인상적이다. 

 조금만 가속페달을 밟아도 쉽게 속도로 올리고 제법 역동적으로 달려나간다. 높은 시야와 커다란 차체가 만나 체감 가속은 배가 된다. 고속에서도 지치지 않는다. 강한 토크를 앞세워 언제든지 여유롭게 힘을 비축한다. 디젤의 특징을 잘 이해하는 소비자라면 파워트레인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제동이나 스티어링 휠 반응 등 주행 완성도를 높이는 각 요소의 합도 좋다. 어느 한 부분 개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전체적인 조화에 집중하며 평균 이상 값을 잘 해낸다. 반면 서스펜션은 기대를 뛰어넘는다. 적당히 도로 위 굴곡을 거르면서 쾌적한 승차감을 만들어 낸다. 픽업이라서 불편하고 거친 반응을 보여줄 거라는 편견은 지워도 좋다. 웬만한 세단과 SUV처럼 매너 있게 노면을 통과한다. 

 10단 자동변속기는 효율에 집중한 모습이다. 실용 구간에서 단수를 촘촘히 나눴고 7단 이후부터는 항속기어 성격이 강하다. 고속에서 안정적인 엔진 회전수를 가져가며 제법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한 이유다. 결과는 연료 효율로 드러난다. 정속 주행할 경우 ℓ당 15㎞를 뛰어넘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정체가 반복되는 도심에서도 좀처럼 두 자릿수 아래를 내려가지 않았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가 더욱 벌어지는 요즘 뛰어난 경제성을 보여줄 것으로 보이며 라이벌 대비 강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안전 품목으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기반으로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 등이 있다. 각 기능을 모두 활성화하면 안전한 이동을 보장한다. 구현 과정이 신속하고 정확하다. 커다란 디지털 계기판으로 실시간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믿음도 커진다. 이 외에 전방 감지 시스템을 장착한 360도 카메라 등 다양한 전자 보조 시스템을 준비해 폭 넓은 주행 환경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 갈 수 있다.


 ▲총평
 레인저는 포드의 픽업 만들기 내공이 가득 담긴 차다. 그만큼 세그먼트를 가장 잘 이해하고 만들었으며 다양한 쓰임새와 높은 존재감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신형으로 오면서 상남자 스타일이 더해졌고 실내는 최신 디지털 요소를 대거 탑재해 섬세한 매력을 발산한다. 시간과 장소 구애 받지 않고 어디서든 도로 위를 무대로 만들 줄 아는 픽업이 포드 레인저다.

 가격은 와일드트랙 6,350만원, 랩터 7,9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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