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준대형 세단의 참고서, 기아 K8 하이브리드

입력 2023년06월07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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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한 판매로 무르익은 상품성
- 경쾌한 디자인과 안정적인 품질

 동아전과와 표준전과, 성문기본영어와 맨투맨기본영어. 이들은 "라떼" 시절 한번씩 들어본 참고서다. 이들 중 뭐가 좋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꼬집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그만큼 저자들도 고민을 하며 집필을 했다. 그런 양대 참고서 같은 존재가 기아 K8과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관계다. 제조사에서 그만큼 공을 들여 개발하는 제품이라는 의미다. 기아의 K8은 K7부터 K8까지 출시 이후부터 "둘 중 선택"이라는 단어가 늘 따라다녔다. 이제는 준대형 세단의 참고서 같은 존재가 돼버린 K8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K8이 추구하는 최우선 설계 방향은 편안함이다. 이에 따라 점점 더 차체 크기를 키워 넉넉한 공간을 마련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위해 동력계와 섀시는 고군분투한다. K8의 길이, 너비, 높이, 휠베이스는 각각 5,015㎜, 1,875㎜, 1,455㎜, 2,895㎜다. 초대형 세단이 아닌 이상 상당하다. 차 크기가 늘어나면 공간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유도가 생긴다. 그렇게 K8은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역동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외관 전면부는 국산 대형 세단의 진중함을 날렵하게 변화시켰다. 작고 얇은 헤드램프와 범퍼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 주간주행등, 방향지시등은 전면부 인상을 매섭게까지 한다. 포인트를 준 무광 크롬가니쉬는 자칫 과할 수 있지만 간결한 전면을 완성시켜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 엔진 후드의 캐릭터 라인들은 차를 좀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 한다.  
 

 측면은 뒤로 흘러가는 벨트라인을 중심으로 전·후 사이드 캐릭터라인이 매끈하게 뒤로 흐른다. 전면부로부터 이어지는 무광 크롬 가니쉬라인은 도어 하단부로 이어져 뒷 범퍼 위로 마무리 짓는다. 크롬 가니쉬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 고급감과 세련미를 더했다.


 후면부는 C필러부터 떨어지는 뒷유리창 라인이 패스트백 형상에 가까울 정도다. 기아의 최근 트렌드에 따라 후미등이 일자형으로 길게 연결돼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감미했다. 트렁크 끝단은 과감히 꺾어 공력성능을 노리면서 동시에 차가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게 한다. 시승차는 LED를 사용한 후미등으로 순차점등 방향지시등과 후진 가이드 램프를 포함한다.


 운전석은 많은 품목이 들어가 있어 준대형 세단의 가치를 높인다. 시트는 딥그린 색상의 퀼팅 나파가죽을 채택했다. 전동 익스텐션을 포함한 10방향 기본조절과 6방향 럼버서포트, 컴포트 스트레칭, 릴렉션 컴포트 기능을 적용했다. 동반석은 8방향 기본조절에 2방향 럼버서포트. 릴렉스 컴포트 기능을 담았다. 운전석 메모리 기능과 앞좌석 열선, 통풍 기능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본이다. 시트는 체형에 따라 몸을 잘 지탱하도록 조절할 수 있고, 고속영역에서는 사이드 볼스터가 더욱 타이트하게 허리를 잡아준다. 뒷좌석은 전동조절은 없지만 다기능 센터암레스트와 2열 수동 선블라인드, 후면 전동 선블라인드, 2열 공조조절 버튼을 마련했다. 패밀리 세단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의 상품성이다.
 



 대쉬보드와 도어 트림, 각 필러와 헤드라이닝 등은 소재의 사용을 최적화해 고급스러움을 최대한 살렸다. 가죽과 우드 질감, 스웨이드의 조합으로 대중 세단이지만 마치 럭셔리 세단의 감성을 낸다. 적절한 위치에 배치한 수납공간은 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센터콘솔의 컵홀더와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 핸드폰 거치공간, 센터암레스트와 내부 공간, 도어트림의 패트병 홀더 등은 일상의 용품들을 편하게 둘 수 있다. 헤드레스트 후면의 옷걸이는 더 이상 액세서리로 옷걸이를 추가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글로브박스 내부도 표면 마감 처리를 했다. 측창은 모두 세이프티 윈도우를 채택했다. 트렁크는 대형 세단에 걸맞게 여유롭고 측면과 하단부, 크렁크 도어 내부의 마감처리가 완벽하다.


 인포테인먼트는 12.3인치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한다. 기아 카페이로 결제가 편리해졌고 폰프로젝션으로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이 더해졌다. 공조 전환 조작계의 패널 중앙 시스템 전환버튼은 아직도 어색함이 있지만 차를 타면서 익숙해져야 할 부분이다. 외장앰프와 14개의 스피커로 이뤄진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은 고급 브랜드의 메리디안 시스템과 비교해 음량과 해상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성능
 엔진은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이다. 엔진은 최고 180마력, 최대 27.0㎏·m를 공급한다. 모터는 최대 44.2㎾의 힘을 낸다. 이전의 기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2.4ℓ 엔진과 모터보다 출력과 효율이 높아졌다. 변속기는 스마트스트림 6단 자동변속기다. 엔진 동력으로 시속 100㎞ 주행 시 2,000rpm을 유지한다. 6단 변속기이지만 주행에는 모터와 함께 사용되기에 크게 아쉬운 점은 없다. 오히려 안정적인 6단 변속기가 유지관리면에서 나을 수도 있다. 브레이크는 1피스톤 캘리퍼를 장착한 대용량 브레이크다. 다중 충돌방지 자동제동 시스템과 경사로 밀림방지 기능, 급제동 경보시스템 등을 기본으로 적용해 안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부족함 없이 작동되며 시내 주행에서 좀 더 경쾌하게 운전하더라도 원하는 상황에서 멈춰준다.
  

 시동 버튼을 활성화해 K8을 잠에서 깨웠다. K8이 작동되었다는 시작음이 들리고 계기판에는 주행 준비가 됐다는 표시만 있을 뿐 엔진은 아직 조용하다. 변속 다이얼을 돌려 드라이브에 맞추고 주차 공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직은 전기모터로 차를 움직인다. 지하 5층에서 원형의 진출로를 따라 경사로를 올라가면서 엔진이 작동된다. rpm이 오르고 이제 뭔가 달릴 준비가 된 것 마냥 계기판의 엔진회전수가 올라가고 있다.

 울퉁불퉁한 요철의 충격은 서스펜션이 잘 흡수해 준다. 실내의 NVH도 높은 가격만큼 상당한 실력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간선 도로에 접어들었다. 시속 80㎞의 정속 주행에서 가속 페달의 발을 떼니 엔진이 적극적으로 꺼진다. 회생제동이 수시로 활성화되고 최대한 휘발유의 사용을 억제하며 배터리를 충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주행 중에도 효율을 찾기 위한 파워트레인의 노력이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제한 속도의 정속 주행에서 빛을 발휘한다. 준대형 세단에 걸맞게 시트위의 내 몸은 안락하다. 차 크기가 큰 대형 세단을 촐랑거리며 타는 것은 오히려 설계자의 의도에 반하는 행위다. 세단의 편안함을 최대한 느끼며 K8의 주행 실력을 맛볼 것을 권한다. 에어 서스펜션까지는 아니지만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제어력은 조금의 차이를 만들기에는 좋은 구성이다. K8의 연료 효율은 하이브리드다운 실력을 낸다. 복합/도심/고속의 효율이 각각 ℓ당 16.8㎞, 16.9㎞, 16.6㎞다. 정속주행만 잘한다면 20.4㎞/ℓ의 효율도 달성한다. 효율에 있어서는 순수 내연기관이 따라갈 수가 없다.


 ▲총평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본인이 참고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이 본인에게 맞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주변의 많은 조언과 다양한 자료들을 이용해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시야를 길러야 한다. K8은 무르익은 상품성과 경쾌한 디자인, 안정적인 품질을 무기로 선택 당할 준비를 마쳤다. 나머지는 이제 소비자들의 몫이다. K8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스페셜은 5,218만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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