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험로 주파 능력 갖춘 고성능 픽업
-최신 기술과 우수한 접지력으로 탈출 가능
레인저 랩터는 포드의 글로벌 픽업 DNA를 토대로 강인하면서도 다양한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 차다. 특히, 강력한 오프로드 능력을 갖춰 지형과 도로 여건에 관계없이 길을 개척해나가기로 유명하다. 더욱이 4세대 완전변경으로 오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보다 편리하게 모드별 탈출을 돕도록 변화를 거쳤다.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포드는 각국의 기자들을 베트남 고원지대 사파로 초청했다. 가파른 경사는 물론, 굵은 진흙과 커다란 바위, 깊은 물살, 움푹 빠지는 모래길 등 직접 랩터와 함께 오프로드를 극복하면서 차가 가진 정통 픽업 성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프로드 행사장을 향하는 길부터 난관의 시작이었다. 도로는 비교적 잘 포장돼 있었지만 폭이 좁고 고저차가 심해 약 20㎞를 이동하는 데에 1시간이 걸렸다. "여긴 어디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축구장 수 배 크기의 넓은 분지가 형성돼 있고 오프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코스가 눈앞에 나타났다.
간단한 코스 소개를 듣고 바로 인스트럭터와 함께 오프로드에 진입했다. 먼저 힘의 원천인 파워트레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레인저 랩터는 2.0ℓ 바이터보 디젤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210마력, 최대토크 51.0㎏·m를 발휘한다. 강한 토크에서 나오는 펀치력은 2륜과 4륜, 로우 기어 등을 활용해 힘을 땅에 전달한다.
시작은 머드다. 깊게 빠지는 구간이 눈 앞에 펼쳐졌고 시작부터 만만치 않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총 7가지 주행 모드 중 머드로 바꾼 뒤 구동을 4륜으로 돌렸다. 차는 자연스럽게 진흙길을 통과해 나갔다. 접지 한계에서 오는 미끌거림은 있었지만 바퀴가 빠지거나 헛도는 상황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우직하게 진흙을 움켜 쥐고 가볍게 통과할 뿐이다.
이후에는 거친 바위들로 가득한 곳이 나타났다. 차의 성격을 락 크롤 모드로 돌리고 변속기는 더 강력한 4륜 로우로 바꿨다. 생각보다 깊은 웅덩이가 불규칙적으로 놓여 있었고 차는 앞뒤 바퀴를 번갈아 들어 올리며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큰 바위를 넘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면에 붙어있는 바퀴를 활용해 험로를 탈출했다. 랩터의 사륜구동 시스템이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결과다.
여기에 바짝 치켜 올린 범퍼로 인한 높은 진입각과 이탈각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큼직한 휠 하우스, 부풀린 펜더를 비롯해 아래쪽에 두른 두툼한 플라스틱 몰딩은 락 크롤 상황에서 자신감을 심어준다. 센터페시아 화면에는 어라운드뷰를 비롯해 피칭과 롤 각도를 표시해 보다 안전한 탈출을 돕는다.
한마디로 전혀 겁 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차를 믿고 바위를 하나씩 정복해 나가면 금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 외에 도강은 식은 죽 먹기다. 높은 보닛의 위치로 물길이 두렵지 않았고 랩터는 물장구 치며 시원하게 헤쳐나갔다.
경사를 마주할 때는 트레일 컨트롤 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일정 속도를 맞춰 놓으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분하게 내려가는 오프로드용 저속 크루크 컨트롤이다. 스티어링 휠 조작 만으로 쉽게 활성화 되고 차는 정해진 속도에 따라 진중하게 내려간다. 마른 흙으로 뒤덮인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지는 상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을 이어갔다.
덕분에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떼고 스티어링 휠 조종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심지어 코너를 만난 경사에서 한쪽 바퀴가 뜨는 상황에서도 차는 안정적인 접지를 보였다. 오프로드 주행 시 유용한 리어 디퍼렌셜 락킹 기능도 발군의 실력을 드러내며 각 바퀴가 온전히 땅에 붙어 있도록 도와줬다.
마지막 코스는 바하모드를 체험할 수 있는 넓은 모래사장이었다. 입자가 고운 모래를 비롯해 무르고 깊은 흙 길도 곳곳에 지뢰처럼 놓여 있었다. 빠른 속도로 통과해야 하는 것이 핵심인데, 차는 접지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구동력 배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만큼 지체 없이 빠져나가는 능력이 놀랍다. 각 바퀴에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기민한 접지와 최적의 힘 배분이 2.5t에 달하는 거구를 모래판 위로 사뿐하게 꺼낸다. 두려움은 즐거움으로 바뀌고 신나는 놀이터로 만들어 버린다.
레인저 랩터는 마초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며 웬만한 험로를 손쉽게 탈출했다. 차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허용하지 않고 다양한 지형 지물을 가뿐하게 빠져 나와 경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과정 또한 무척 안정적이었다. 높고 듬직한 차체를 가진 픽업이 거친 오프로드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과 성취감이 밀려들어왔다.
이 차와 함께라면 다양한 역할을 거뜬히 해내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도전의식도 생긴다. 개척정신으로 무장해 새로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랩터만한 차도 없을 듯하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서 나를 표현하는 삶의 동반자를 찾는다면 레인저 랩터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사파(베트남)=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