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EQE 53, AMG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
-AMG EQS 53, 역동적인 플래그십 세단 제시
고급 브랜드들의 전동화는 참 쉽지 않다. 내연기관 시대에 보여줬던 브랜드 가치를 낯선 전기 모터와 함께 제품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성능 제품은 더욱 어렵다. 다기통 엔진의 감성과 높은 승차감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메르세데스의 솔루션은 어떨까? AMG가 손 본 중형 전기 세단 EQE와 플래그십 전기 세단 EQS의 성능을 벤츠코리아의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통해 체험해 봤다.
▲같은 듯 다른 디자인
EQE와 EQS의 외관은 하나의 유기체 같은 양감을 지녔다. 반듯한 디자인을 이어왔던 벤츠에서 탈피한 모습이다. 벤츠의 전기차는 활 모양의 "원-보우 라인"이라 불리는 디자인 정체성을 공유한다. 이밖에 수직형 그릴 패턴과 원형의 스타 엠블럼, 반달 모양의 측창, 오토 플러스 도어 핸들, 크롬을 덧댄 사이드 스커트, 수평형 테일램프 등도 매우 닮아 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어떤 차가 EQE고 EQS인지 식별이 어렵다.
면밀히 살펴보면 헤드램프와 범퍼 흡기구, 알로이 휠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EQE는 날개 모양의 헤드램프와 납작한 흡기구 형태를 지녀 날렵한 인상이 강하다. EQS는 적극적인 크롬 몰딩 사용과 촘촘한 휠 스포크로 점잖은 이미지를 강조했다. EQS는 긴 차체 덕분에 공기저항을 0.20cd까지 줄일 수 있었다.
두 차는 실내도 비슷하다. 대시보드는 계기판을 포함한 3개의 디스플레이를 하나의 패널에 합친 MBUX 하이퍼스크린으로 가득하다. 그 위로 에어컨 송풍구와 앰비언트 라이트를 실내 전반에 길게 이었다. 분위기나 취향에 따라 색을 바꿀 수 있지만 주행 모드나 상황에 따라서도 충분한 시각적 경고를 지원한다. 여기에 빨간색 바느질 마감의 나파 가죽 시트와 스티어링 휠, 전용 스포츠 페달 등으로 AMG 특유의 역동성을 담았다. 도어 트림 형태는 EQS가 더 우아하게 뻗어 있어 상급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전기 스포츠 세단의 정의 EQE 53
AMG EQE 53 4매틱 플러스는 90.5㎾h 리튬-이온 배터리가 최고출력 460㎾(약 616마력), 최대토크 950Nm(96.9㎏·m)의 듀얼 모터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한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엔 3.5초가 걸린다. 메르세데스 전기차 중 가장 짧은 도달 시간이다. 실제 가속 감각은 폭발적이다. 육중한 배터리의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전에 속도계 숫자는 벌써 세자릿수를 찍는다. 200㎞/h 이상까지의 가속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변속 과정이 없어 매끄럽게 속도를 끌어 올린다.
코너에선 낮은 무게중심과 완전 가변형 4륜구동 시스템 덕분에 제법 민첩하게 움직인다. 다양한 제어 시스템으로 무거운 차체를 이겨내고자 하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뒷바퀴 조향은 3.6도까지 제공해 긴 휠베이스로 인한 단점을 극복했다. 에어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높이는 요소다. 스포츠 세단으로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가상 주행음은 일반 EQE와 사뭇 다르다. "AMG 사운드 익스피리언스"를 채택해 보다 더 역동적인 음향을 낸다. 엔진음만큼 심장을 요동치게 하진 않지만 미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우주선을 타는 느낌을 선사한다. 주행 상태나 모드에 따라 음향을 조절하는 어센틱 사운드를 기본 제공하며 밸런스, 스포츠, 파워풀의 세 단계로 제어할 수도 있다.
앞차와의 간격이 급격히 좁아질 땐 긴급 자동 제동 시스템이 개입하며 속도를 강제적으로 줄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밖에 EQE는 레벨2 자율주행 이상의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를 내장하고 있다.
▲왕관의 무게를 더한 전기 세단 EQS 53
EQS의 성능을 끌어올린 AMG EQS 53의 시스템 최고출력은 484㎾(약 649마력), 최대토크 950Nm(96.9㎏·m)다. EQE보다 무거운 107.8㎾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해 0→100㎞/h 가속시간이 3.8초까지 늘어났다. 그래도 2.6t이 넘는 거구를 생각하면 무시할 순 없는 동력성능이다.
전반적인 성능은 AMG EQE와 크게 다르지 않다. 늘어난 휠베이스와 무게로 인한 물리적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물론 그 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기능도 담았다. 뒷바퀴 조향각을 9도까지 늘려 확실히 EQE보다 더 뒷바퀴가 돌아간다는 느낌이 와닿는다. 의외로 차체 뒤가 유연하게 돌아나가 핸들링이 흥미롭다. 그럼에도 EQE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성향을 보여 기함의 면모를 지켜냈다.
▲AMG의 방향성
두 고성능 전기 세단은 AMG의 전동화 방향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동력성능의 상향 표준화"라는 전동화의 특성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내연기관보다 쉽게 힘을 낼 수 있으니 성능을 차별화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반면, 디자인, 소리 등 바꿀 수 있는 감성의 영역은 더 넓어졌고, AMG는 이 부분에 대한 비전을 두 차에 반영했다. 가격은 AMG EQE 53 4매틱 플러스 1억4,380만원, AMG EQS 53 4매틱 플러스 2억1,30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