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튜노 엔진 탑재, 일상 속 역동성 강조
-디자인·디지털화로 브랜드 이미지 쇄신
등장과 함께 마세라티의 핵심 제품으로 위치한 그레칼레. 300마력의 GT부터 330마력의 모데나, 그리고 530마력의 트로페오까지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브랜드의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그레칼레 트로페오는 다루기 쉬운 고성능을 앞세워 GT를 표방하는 마세라티의 방향성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마세라티의 변신은 무죄
요즘 마세라티는 우아하면서도 품격있는 스타일과 변함없는 시각적 매력, 대조적 요소들의 균형 등을 제품 디자인에 녹여내고 있다. 그레칼레의 외관은 키가 큰 SUV의 성격을 반영해 수직형 디자인을 강조했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위치를 최대한 끌어올렸고, 전면부 그릴은 수직 패턴을 돋보이게 처리했다. 트로페오는 그릴 내부의 수직 핀을 크롬 도금 없이 2겹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보다 역동성에 초점을 뒀다. 클래딩은 차체와 동일한 색상을 입혀 고급스러우면서도 도시적인 이미지가 물씬하다.
옆모습은 담백한 면 처리 때문에 심심해 보일 순 있지만 볼륨감에서 느껴지는 짙은 펄 색상의 반사가 두드러지면서 매력을 더한다. 앞 펜더엔 브랜드 특유의 3홀 장식과 멋들어진 필기체의 트로페오 레터링을 붙였다. 가파르게 설계한 C필러는 별도의 쪽창 없이 두껍게 마감했다. 그래서 키가 큰 해치백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C필러의 삼지창 엠블럼은 마세라티의 필수 요소다. 후면부는 펜더의 볼륨을 따라 양 끝으로 쳐진 테일램프와 크롬 가니시, 수평형 디자인으로 차체를 넓어 보이게 했다.
실내는 마세라티의 디지털화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센터페시아 상단의 시계다. 전통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해왔지만 그레칼레를 계기로 디지털로 바뀌었다. 디지털의 장점을 살려 아날로그 시계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계, 나침반, 중력 가속도 등을 표시할 수도 있다. 그 아래엔 12.3인치 메인 모니터와 추가 제어를 위한 8.8인치 모니터가 자리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의 무선 연결을 지원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계기판 역시 12.2인치 크기로 디지털화를 이뤘다.
변속 레버는 센터페시아 가운데쯤에 있는 버튼(P, R, N, D/M)들이 대신한다. 스티어링 휠 뒤엔 시프트 패들을 길게 뽑아 운전자의 손이 심심하지 않게 배려했다. 스티어링 휠에는 다양한 기능을 담았다. 시동 버튼, 주행 모드 다이얼도 포함한다. 편의품목은 앰비언트 라이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무선충전 등을 준비했다. 이와 함께 소너스 파베르 21 스피커 오디오 시스템은 소리에 진심인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풍부한 소리를 발휘하지만 특히 중저음이 만족스럽다.
공간은 SUV 특유의 높은 활용도를 갖췄다. 뒷좌석은 머리와 다리 공간이 넉넉해 성인 2~3명이 거뜬히 앉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70ℓ를 제공한다. 차체에 비해 폭은 좁지만 긴 공간을 구현했다.
▲F1 기술 결합한 SUV
그레칼레 트로페오는 마세라티의 보물로 자리 잡은 네튜노 엔진을 탑재했다. 네튜노 엔진은 그레칼레 외에도 MC20, 그란투리스모 등 최신 마세라티 라인업을 관통하는 동력계다. V6 3.0ℓ 트윈터보 구조를 채택해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63.2㎏·m를 낸다. 실린더 스트로크가 짧아 고회전을 적극적으로 쓸 수 있고, 포뮬러 1 머신의 프리챔버를 활용한 마세라티 이중 연소 시스템(Maserati Twin Combustion)을 결합해 연소 효율을 높이면서도 출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덕분에 2t이 넘는 차는 3.8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할 수 있다. V8 엔진의 르반떼 트로페오보다 50마력이 낮지만 약 240㎏ 가벼워 0.1초 빠르다. 최고속도는 285㎞/h다. 그러나 이런 수치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역시 체감 가속도와 소리다. 앞바퀴가 들릴 것 같은 가속 감각은 가슴을 뛰게 만든다. 좌우로 휘둘리지 않고 땅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에선 뚝심이 느껴진다. 생김새와 전혀 다른 우렁찬 배기음은 운전자의 감각을 이성의 영역에서 감성의 영역으로 순간이동 시킨다. 특히 마세라티 특유의 시프트 업 사운드는 여전히 오디오의 존재를 희미하게 만든다.
ZF가 공급한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성능을 편하고 유연하게 뽑아 쓸 수 있도록 합을 맞췄다. 기어를 바꾸는 속도나 느낌이 꽤 부드럽고 빨라 내연기관의 매력을 강조한다. 후륜구동 기반의 4WD 시스템은 평소 뒷바퀴에 구동력을 집중하다가 주행 상황에 따라 앞바퀴에도 힘을 나눈다.
하체는 빠르고 안락하게 달리는 GT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짜 맞췄다.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며 적당한 좌우 쏠림을 선사한다. 동시에 비정상적인 움직임도 줄여 운전이 어렵지 않다. "얼마든지 잡아줄테니 더 달려보라"는 자세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GT, 스포츠, 코르사, 오프로드의 다섯 가지를 지원한다. 가변 배기 시스템, 변속 시점, 서스펜션 감쇠력, 지상고 등을 기호에 맞게 매만질 수 있다. 감쇠력은 주행모드 다이얼 가운데의 버튼으로 따로 조작할 수도 있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마세라티에 레벨2 자율주행이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낯설지만, 모든 제어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장거리 운전의 동반자가 생긴 기분을 선사한다.
▲마세라티 헤리티지의 지속가능성
그레칼레는 그동안 아쉬움으로 남았던 것들을 다 털어내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브랜드의 의지가 잘 녹아들었다. 시간이 지나도 매력적일 것 같은 타임리스 디자인과 소비자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디지털화는 성공적이다. 게다가 트로페오는 엔진 기통 수를 줄였지만 모터스포츠 노하우를 버무려 고성능 SUV로서의 가치를 드높였다. 덕분에 마세라티가 오랫동안 이어온 헤리티지가 헛되지 않았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레칼레 트로페오의 가격은 1억6,90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