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색상 중복 가능성 커
-용도에 따라 분류 유력
자동차의 신분증이라고 할 수 있는 등록 번호판. 차의 성격과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상이 늘어나면서 중복 차종의 경우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둬야 할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자동차 번호판 색상은 총 다섯 가지다. 가장 많이 부착중인 번호판은 흰색 바탕에 검정색 글씨를 새긴 일반 승용차다. 이와 함께 영업용은 노란색 바탕에 검정 글씨를 사용하고 건설기계 이동수단은 주황색 바탕에 흰색 글씨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전기차, 수소차 등 100% 전동화가 가능한 친환경차는 하늘색 바탕에 검정 글씨이며 외교차는 남색 배경에 흰색 글씨를 쓴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법인차 전용 연두색 번호판이 추가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제도에 대한 행정 예고를 할 계획이다. 이후 국무조정실 규제 심사를 거쳐 9월부터 법인차 신차 기준 새 번호판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미 등록된 법인차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용도가 중복되는 차에 부착하는 번호판이다. 완성차 회사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속속 전기차를 선보이는 상황에서 법인차로 각광 받았던 고급 브랜드들도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어서다. 수 억원을 호가하는 전기차를 법인차로 출고했을 때 파란색과 연두색 번호판 중 어떤 것이 우선 순위가 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기 1t 트럭처럼 선택에 맡기자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전기 1t 트럭 보급을 위해 구매 시 영업용 번호판을 무상 제공했기 때문이다. 즉 용도에 따라 개인이면 파란색, 영업은 노란색 번호판을 붙이자는 의미다. 하지만 선택에 맡길 때 해결해야 할 숙제는 더 커진다.
파란색 번호판을 우선하면 고가의 자동차를 구입한 뒤 사적 이용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연두색 번호판 도입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 또 이를 교묘히 활용하는 사례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연두색 번호판이 우선이면 단번에 전기차임을 알아보기 힘들고, 주차장 등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 등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운행 중인 법인차를 비롯해 민간이 렌터카 사업으로 구매한 법인차, 민간 법인 리스차 등을 전부 연두색 번호판으로 붙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때엔 사용 목적과 범위를 두고 또 다시 논란이 나올 수 있다. 법인과 관용은 목적이 분명해 연두색을 사용하더라도 렌탈은 용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연두색 번호판을 렌터카에 도입하면 일반 대중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목적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다고 렌터카를 배제할 경우 일부 기업이 이를 악용해 장기 렌탈로 구입 후 사적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혼란에 대해서 정부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구입 금액이나 차종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경계를 명확히 구분지어 사적 이용을 막겠다는 본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 번호판 색상에만 집착하기 보다 현실적이고 명확히 구분 지을만한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