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BMW iX3, 1회 충전으로 500㎞ 넘게 달려보니

입력 2023년07월18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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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증 수치 훌쩍 넘기는 실 주행거리
 -효율적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 기술 돋보여

 전기차가 가진 숙명 중 하나는 바로 주행가능거리다. 충전 시간과 인프라 등이 자유롭지 못해 1회 충전 시 "얼마만큼 멀리 가느냐"가 핵심이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정적인 배터리 용량을 가지고 최대한 멀리 가기 위한 경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온도에 따른 각 지역의 기준과 측정 방법이 달라 자칫 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보수적인 환경부 인증 수치는 실 주행 거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BMW iX3 역시 복합 344㎞를 달릴 수 있다고 인증을 받았지만 해외 결과로는 400㎞도 거뜬하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iX3와 함께 먼 거리를 달리면서 실 주행거리를 확인했다.


 조건은 일상 주행을 고려해 최대한 정확하게 맞췄다. 배터리를 가득 채우고 난 뒤 일정 거리를 달린 다음, 남은 거리와 같이 더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또 평균 전비를 확인해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효율에 도움을 주는 지 확인했다. iX3의 경우 95% 충전 시 계기판에 334㎞를 갈 수 있다고 표시됐다. 5%에 1칸인 모니터 배터리와 대입하면 완충 시 352㎞ 달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코스는 경기도 동탄에서 출발해 포천까지 왕복 약 300㎞ 구간을 정했다. 도심을 지나 국도, 고속도로 순이며 각각 40:30:30 비율로 주행했다. 도심과 국도에서는 에코 프로모드, 고속도로는 노멀 모드로 두고 달렸다. 이와 함께 추월가속과 와인딩 로드에서는 스포츠 모드를 간략히 사용하기로 했다. 이 외에 제한속도에서 +, - 10㎞/h로 설정했고 무더위가 기승이었던 상황을 고려해 에어컨은 3~4단으로 맞췄다. 크루즈 컨트롤은 사용하지 않았다.

 iX3의 동력계는 최고출력 286마력을 발휘하는 e드라이브 통합 전기 구동계를 얹었다. 0→100㎞/h 가속 시간은 6.8초이며 내연기관 X3 대비 74㎜ 낮은 차체 무게중심을 갖췄다. 또 43:57 비율의 앞뒤 무게 배분 덕분에 BMW 후륜구동 제품 특유의 날렵한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차는 부드럽게 출발했다.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리며 여유롭게 치고 나간다. 강한 전기에너지를 한 순간에 쏟아내지 않으며 그만큼 이질감 없이 질주한다. 굼뜨거나 답답한 반응은 느끼기 힘들다. 언제든지 원하는 속도에 알맞게 차를 올려 놓는다. 부담 없이 운전이 가능하며 미끄러지듯이 나가는 감각이 무척 훌륭하게 다가온다.

 효율에 집중하는 에코 프로모드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불편하거나 느리게 나간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전기 에너지가 주는 순간적인 힘 덕분에 일반 차들과 똑같이 출발하고 속도를 올린다. 오히려 파란색 계기판 속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경험하면 더욱 깊은 만족으로 다가온다. 가다 서다가 지속되는 정체 구간에서는 굳이 다른 모드로 바꿀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속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한계를 보이기 때문에 노멀 모드가 최적의 답이 될 수 있다. 한 단계 풍부한 힘을 바탕으로 훨씬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육중한 차체를 잊을 정도로 순식간에 고속 영역에 진입하며 제법 즐거운 운전이 가능하다. 

 매력적인 사운드는 덜하지만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특히, 신속하게 속도를 올린 뒤에는 재빠르게 전기 에너지 사용을 낮춰 타력 주행을 이끈다. 이 과정에서 전비는 크게 오르게 된다.

 능동적인 회생제동 시스템도 한 몫 한다. 앞 차와의 거리를 파악하고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데 반응이 무척 자연스럽다. 운전자가 의식적으로 밟는 내연기관차 제동보다도 매끄러운 수준이다. 복잡한 교통 흐름 속 적응형 회생제동은 최적의 반응으로 탑승자 모두에게 깊은 만족을 줬다. 이는 스트레스가 없고 쾌적한 실내 주행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기대한 만큼 우수한 실력으로 생기발랄한 움직임을 드러냈다. 미처 몰랐던 강한 펀치력이 순간적으로 드러나고 가상 사운드도 제법 크게 들린다. 낮은 무게중심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자세를 보여주며 BMW 특유의 깔끔한 핸들링 실력까지 더해져 완성도를 높인다. 그 결과 직진뿐만 아니라 코너 진입과 탈출 순간에도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서스펜션도 만족스럽다. 개성이 강한 성격은 아니지만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내며 좋은 승차감을 구현한다.

 대망의 주행거리 점검 시간이다. 주행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정확히 배터리가 50% 남았을 때 가능거리는 273㎞를 가리켰고 총 245㎞를 주행했다. 배터리를 반만 사용했음에도 500㎞를 훌쩍 넘게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최종 300㎞를 주행한 뒤 확인한 결과값은 놀라웠다. 계기판 속 주행가능거리는 215㎞를 가리킨 것. 완충으로 계산하면 무려 1회 충전 시 533㎞를 달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전비는 무려 7.3㎞/㎾h를 기록했다.

 iX3는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보다 55% 더 좋은 수치를 보여줬다. 공사구간 및 나들이 차들과 맞물려 다소 정체된 곳이 있었지만 에어컨을 마음 놓고 틀면서 가끔 스포츠 모드까지 사용한 점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 실험에 나섰던 인원들 모두가 감탄사를 내질렀고 차의 능력을 보면서 깊은 신뢰와 믿음이 저절로 쌓였다. 

 주행 테스트를 마친 뒤 마음 놓고 차를 살펴봤다. 외관은 기존 내연기관 X3와 큰 차이가 없다. 차를 아주 좋아하는 소비자가 아니면 둘의 차이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만큼 부담 없이 친숙한 모습이다. 전기차라고 해서 꼭 파격적이고 과감한 시도를 할 필요는 없다.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누군가는 기존의 차 모습을 더 편하고 호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유일한 차이점은 막혀있는 그릴과 파란색 띠를 두른 로고, 곳곳에 붙은 i배지, 전기차 전용 번호판 등이다. 기능과 멋을 동시에 잡은 20인치 휠도 시선이 쏠리는 포인트다. 

 실내는 스티어링 휠 중앙의 BMW 로고, 기어 셀렉터, 시동 버튼에 BMW i 블루 포인트 색상을 넣었다. 12.3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을 높이고 가죽 스포츠 시트, 하만 카돈 사운드 시스템, 어라운드 뷰, 컴포트 액세스 등의 고급 편의기능도 기본 제공한다. 2열 공간은 기대 이상이다. 무릎공간과 머리 위 공간이 넓고 가운데 턱도 낮아 개방감이 훌륭하다. 리클라이닝이 가능한 시트는 큼직해 성인이 앉아도 여유롭다.

 여기에 품질이 좋은 가죽을 도어 끝 단까지 감싸 타고 내릴 때 느낌도 고급스럽다. 편의 품목은 전용 공조장치와 송풍구, 충전 포트 등 알차게 마련했다. 네모 반듯한 트렁크는 내연기관 X3와 큰 차이가 없고 밑에도 깊은 수납함을 만들어 활용도를 키웠다. 전기차라고 해서 아쉽거나 부족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iX3는 전기차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말끔히 지운다. 기대 이상 실력을 보여준 실 주행거리와 함께 감각적인 운동신경, 내연기관과 큰 차이 없는 사용자 편의 구성에서 운전자를 친숙하게 맞이한다. 신기술로 가득해 부담스럽고 신경 쓸게 많은 전기차가 부담스럽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전기차이며 가장 현실적인 패밀리 중형 전기 SUV다. 그만큼 iX3는 우수한 실력으로 일당백 역할을 해낸다. 가격은 7,74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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