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소재에 힘쓰는 현대차·기아, 여섯 가지 비장의 무기는?

입력 2023년07월20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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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분자 코팅 및 태양전지 기술 강조
 -일부 기술은 상용화 임박

 현대자동차·기아가 20일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하고, 모빌리티의 근간으로 꼽히는 나노 신기술을 선보였다. 공개된 기술은 여섯 가지로 손상 부위를 스스로 반영구적으로 치유하는 "자가치유(Self-Healing) 고분자 코팅",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자동차와 건물 등 투명 성능 요구되는 모든 창에 적용 가능한 "투명 태양전지", 고효율의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Tandem) 태양전지", 센서 없이 압력만으로 사용자의 생체신호를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 차내 온도 상승을 저감하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이다.


 먼저 자가치유 고분자 코팅은 차의 외관이나 부품에 흠집이 발생했을 때 소재가 스스로 손상 부위를 복원하는 기술이다. 현대차·기아의 자가치유 기술은 상온에서 별도의 열원이나 회복을 위한 촉진제 없이도 두 시간여 만에 회복이 가능하고 반영구적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소재를 코팅한 부품에 상처가 나면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적 반응에 의해 맞닿아 있던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활용한 것이다.

 과거에도 자가치유 기술이 상용화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코팅 내부의 캡슐이나 혈관형 방식으로 회복을 위한 촉진제를 내재해 한번 사용되고 나면 반복적인 치유가 어려웠다. 또 일부 완성차 업체가 시도했던 기술은 별도의 가열 없이는 작동하지 않아 외관 전면부의 그릴 등 한정된 부위에만 쓰였다. 현대차·기아는 다양한 부위에 자가치유 기술을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자율주행의 핵심 부품인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의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에는 차체 도장면이나 외장 그릴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은 자가치유의 또 다른 방식인 나노 캡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가능성을 확장한 파생 기술이다. 이 기술은 부품에 저 마찰과 내마모성을 부여해 제품의 가치를 높인다. 나노 캡슐을 포함한 고분자 코팅을 부품 표면에 도포하면 마찰 발생 시 코팅층의 오일 캡슐이 터지고 그 안에 들어있던 윤활유가 흘러나와 윤활막을 형성하는 원리다.

 현재 자동차에는 부품의 운동 특성을 고려해 그에 적합한 윤활제가 쓰인다. 액체 윤활이 불가능한 부품에는 그리스 등의 반고체 윤활제를 활용하지만 급유나 교환, 세정이 어렵고 액체 윤활에 비해 냉각 효과가 적어 고속 회전 부품에는 사용이 어렵다. 현대차·기아의 오일 캡슐 기술은 액체와 고체 윤활제의 장점을 모두 갖춘 것이 특징이다. 나노 캡슐 내에 액체 윤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낮은 비용으로도 높은 윤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고체 윤활제와 같이 넓은 범위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윤활 효과를 발휘한다는 강점도 있다. 현대차·기아의 자체 시험 결과, 부품에 도포된 오일 캡슐 코팅은 부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전부 마모되지 않고 윤활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은 발열과 마찰이 큰 차의 핵심 동력 전달 부품에 반영해 내구성과 효율을 개선할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 모터와 감속기어의 회전량 손실을 줄여 효율 개선을 도모하고 부품 수명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엔진의 구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에 이 기술을 적용해 양산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향후에는 향기를 포함한 나노 캡슐을 실내 내장재 마감에 채택해 손길이 스칠 때마다 다채로운 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투명 태양전지는 높은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를 이용한 기술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효율이 높아 태양전지로 제작했을 때 발전효율이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30% 이상 높다. 회사는 페로브스카이트의 또 다른 특징인 투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광흡수층 두께 조절을 통해 태양광 발전과 물리적인 투명 상태 구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기존 셀 단위(1㎠) 소면적 연구에서 벗어나 대면적(200㎠ 이상)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듈 단위로 커졌음에도 1.5W급 성능을 확보한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다.

 전시 모듈은 갈색 반투명 유리의 형태를 지녔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다른 색으로 마감할 수도 있다. 회사는 투명 태양전지가 향후 자동차의 모든 유리에 적용해 더 많은 발전량으로 전기차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건물의 창문을 대체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외관상으로도 크게 이질감 없는 건축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현대건설 등과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탠덤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접합해 만든 것이다. 두 개의 태양전지가 서로 다른 영역대의 태양광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35% 이상의 에너지 효율 달성이 가능하다. 현대차·기아는 2022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와 공동연구실을 출범하고 고효율 탠덤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전기차의 후드, 루프, 도어 등 태양광을 직접적으로 많이 받는 부위에 탠덤 태양전지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일상 주행이 가능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일 평균 태양광 발전만으로(국내 평균 일조량 4시간 기준) 20㎞ 이상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압력 감응형 소재는 별도의 센서 없이 소재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 신호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차의 발열시트 폼(foam) 내부에 적용해 탑승자의 체형 부위만 정확하게 발열시켜 준다. 필요하지 않는 부위의 발열을 억제함으로써 소비전력 절감을 돕고, 전기차는 주행가능거리를 늘릴 수 있게 된다.

 소재 개발에는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 Tube)를 활용했다. 탄소나노튜브는 수 나노에서 수십 나노미터 지름을 가진 탄소 집합체다. 튜브 모양의 구조를 갖추고 있어 가볍고 튼튼하며 전기전도도 및 열전도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시트 면적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탄소나노튜브의 접촉이 증가해 저항이 줄어들고 전류량이 늘어나 해당 부위에 발열이 발생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현대차∙기아는 이 소재를 특수 용액에 균일하게 분산시켜 시트 폼에 코팅하는 공정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시트 폼의 유연한 물리적 성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용액을 최대한 얇게 코팅했으며 반복되는 마찰에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구성도 확보했다. 향후엔 구리를 대체하는 전기 배선으로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물체가 복사열을 흡수하는 양보다 방출하는 양이 많아 온도가 내려가는 복사냉각을 활용했다. 다층 필름 구조로 이뤄진 이 소재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과 같은 열을 차단하고 효과적인 복사 냉각을 위해 원적외선대의 열을 방사한다. 기존 틴팅 필름이 외부의 열 차단만 가능한 반면,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열이 외부로 방출되도록 하는 기능을 더한 셈이다.

 현대차∙기아가 실제 차에 적용해 자체 시험한 결과에 따르면, 복사냉각 필름을 부착한 차는 기존 틴팅 필름 적용 차보다 차내 온도를 최대 7℃ 낮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여름철 차에 탑승한 직후 에어컨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자동차 운행주기 탄소배출량을 약 0.3~0.8% 저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21일 나노 테크데이 2023 2일차 행사에 소재 분야 전공 대학생들을 초청해 나노 소재에 대한 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학생들의 질문에 연구원들이 답하는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또 별도의 직무 상담 부스도 마련해 입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연구개발 업무와 채용 과정 등에 대해 안내할 계획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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