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디자인으로 매력 끌어올린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입력 2023년07월27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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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최신 디자인 반영, SUV 이미지 강조
 -트랙스 크로스오버와의 차별화 요소도 강해

 지난 2020년, 부풀린 체격과 적절한 상품성으로 소형 SUV 시장의 파란을 일으켰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3년 반 만에 부분변경을 거쳤다. GM한국사업장의 글로벌 전략 제품인 트레일블레이저는 보다 더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존재감을 재차 강조하려 한다. 하지만 그동안 경쟁차들도 크기와 제품력을 키우면서 트레일블레이저가 예전보다 불리해졌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게다가 형제차로 꼽히는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더 큰 차체와 한국형 품목을 갖추고 나타나면서 형제의 난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트레일블레이저는 여유있는 표정으로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개성보다 무난함 추구한 디자인
 새 트레일블레이저는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정체성에 따라 외관을 다듬었다. 세단에서 SUV로 주력 제품군을 옮긴 만큼 더 강인한 이미지가 연출됐다. 전면부는 쉐보레의 상징인 듀얼포트 그릴과 두툼한 "X"자형 크롬 바가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동시에 보타이 엠블럼도 그릴 중앙으로 위치를 옮겼다. 이전보다 더 쉐보레의 일원다운 모습이다. 후드 바로 아래에 위치한 LED 주간주행등은 이전보다 얇아져 날카로운 인상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낸다. 헤드램프는 LED 프로젝션을 기본 제공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첫 출시부터 트림별로 다른 디자인을 채택했다. 일반형은 무난한 조형미를, RS는 고성능을 강조한다. 액티브는 오프로드에 어울리는 형태를 지닌다. 신형도 이 전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러나 각 트림별 차이는 조금 줄었다. 구형 액티브의 경우 헤드램프 디자인 때문에 다른 범퍼를 썼었지만 신형은 트림에 상관없이 범퍼를 공유한다. 그릴 패턴과 엠블럼 색상 조합, 로워 페시아 정도가 다르다.



 측면은 앞으로 튀어나갈 듯한 역동적인 자세다. 이전보다 바퀴 크기가 더 커졌기 때문에 그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흰색 지붕의 액티브는 18인치 휠이 기본이며 검정색 지붕의 RS는 19인치까지 장착할 수 있다.



 후면부는 "X"자형 그래픽 대신 듀얼 타입 LED를 채택한 테일램프가 눈길을 끈다. 신형이 "X"자형 그릴을 적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일관성이 줄어든 느낌이다. 범퍼는 RS가 세로형 리플렉터와 원형 배기구를, 액티브가 가로형 리플렉터와 사각형 배기구를 장착해 분위기가 다르다.






 실내는 트레일블레이저 변화의 핵심이다. 대시보드가 확 달라졌다. 예전엔 좌우대칭형이었지만 운전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완전히 다른 차에 오른 것 같다. 8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1인치 메인 모니터의 공이 컸다. 중앙 송풍구와 비상등 버튼은 모니터 아래에 배치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꽤 쓸만하다. 내비게이션이 없지만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사라지거나 뒷좌석 송풍구를 마련하지 않은 점은 의아하다.





 소재는 플라스틱이 주를 이루지만 패브릭 등을 적절히 배치해 지루할 틈을 줄였다. 트림별로는 RS가 D컷 스티어링 휠과 RS 로고 헤드레스트, 젯 블랙 & 레드 포인트 색상을 제공하며 액티브는 원형 스티어링 휠과 액티브 로고 헤드레스트, 젯 블랙 & 아르테미스 포인트 조합을 반영한다.

 전반적인 탑승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성인 4명이 타도 어느 곳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적재공간은 기본 460ℓ다. 2단 러기지 플로어를 통해 바닥 높낮이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6대4 비율로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다 접으면 1,470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깊이도 긴 편이어서 차박도 가능하다.

 ▲기본기로 가득 찬 성능
 엔진은 이전과 동일한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m의 3기통 1.35ℓ 가솔린 터보를 탑재했다. 일상적인 주행에선 2.0ℓ 자연흡기 엔진 이상의 가속력을 보여준다. 워터펌프, 웨이스트게이트 시스템, 브레이크 부스터를 전자식으로 제어해 엔진은 동력 생성에 더 집중할 수 있다. 3종 저공해차 인증을 받아 공영 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도 누릴 수 있는 점도 돋보인다.

 스위처블 AWD와 패키지를 이룬 9단 자동변속기의 조합도 끈끈하다. 변속 충격을 최소화해 무단변속기 같은 가속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넘어서게 되면 급격한 체력 저하가 찾아오며 "무리하지 말자"라는 무언의 압박을 들려준다.


 예전부터 괜찮았던 정숙성은 더욱 더 개선됐다. 특히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은 소음의 반대음을 스피커로 내보내 소음이 묻히게 만든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차급을 뛰어넘는 이유다. 엔진음도 좀처럼 들을 수 없어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자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주행 감각은 핫 해치를 탄 것과 비슷하다. 분명 키가 작지 않은데도 안정적이다. 쉐보레 특유의 탄탄한 하체는 생각하는 만큼 반응하고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한편으론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 승차감에 대한 만족도도 크다. 전반적으로 운전 재미와 승차감을 다 만족시킨 설정으로 보인다. 타이어는 한국타이어 키너지 GT 225/55 R18인치 제품을 끼웠다. 

 짧은 오프로드 구간에선 스위처블 AWD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위처블 AWD는 주행 중 온/오프 버튼 조작만으로 전륜구동과 4륜구동을 전환할 수 있다. AWD를 쓰고 있어도 특정 주행 환경에서 프로펠러 샤프트의 동력 전달을 차단해 앞바퀴만으로 주행할 수 있으며, AWD의 험로주파 기능을 자동으로 전환하는 점도 특징이다.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매력적이었다. 최근 잦은 폭우로 인해 지면이 꽤 물렀지만 오르막에서도 휠 스핀 없이 거뜬히 흙덩이들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왔다. 작은 체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경쾌함도 인상적이다. 빠듯한 커브에서도 단번에 선회할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범퍼가 닿을 것 같은 급경사를 마주치자 긴장이 됐지만 생각보다 접근각이 높아 불상사는 면했다.

 안전품목은 6 에어백, 스태빌리트랙 차체 자세 제어 장치,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후방주차 보조, 전방충돌 경고, 헤드업 LED 경고등(RLAD), 저속 자동 긴급 제동, 전방거리 감지, 차로이탈 경고 및 차로유지 보조,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등의 기능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정차&재출발 포함), 차로 변경 및 사각지대 경고,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을 탑재할 수 있다.


 ▲형제는 달랐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준중형 SUV를 넘보는 차체에 높은 상품성과 주행 안정성, 과감한 디자인 등을 아낌없이 담았다. 어느 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취향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에게 가장 친숙한 쉐보레 라인업이라 할 수 있다. GM한국사업장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약속을 담은 만큼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동생격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의 관계도 명확하다. 감성 품질과 주행 감각, AWD의 적용 여부, 가격표가 누가 위인지 아래인지를 구분 짓는다.

 가격은 LT 2,699만원, 프리미어 2,799만원, 액티브 3,099만원, RS 3,099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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