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마력 네튜노 엔진 탑재
-브랜드 감성 물씬한 디자인·성능 강조
요즘 마세라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 제품에 걸쳐 다변화를 이루는가 하면 브랜드 상징이던 V8 엔진과는 작별을 준비하고 전동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방치하던 모터스포츠는 다시 욕심을 부린다. 2022-2023 시즌부터는 포뮬러e에 출전하고 있으며 2024년엔 FIA GT2 클래스도 노려본다. 이 가운데 GT2는 마세라티가 내연기관차로 승부하는 요충지로, 오랜만에 선보인 미드십 수퍼카 "MC20" 기반의 레이싱카(마세라티 GT2)로 귀환을 알린다. MC20을 통해 마세라티의 모터스포츠 노하우를 잠시나마 경험해봤다.
▲수퍼 마세라티에서 즐길 수 있는 디지털
MC20의 외관은 마세라티만의 우아함과 역동성을 미드십 스포츠카의 틀에 이상적으로 구현했다. 무엇보다도 바닥에 밀착한 자세와 넓은 차체, 곳곳을 둘러싼 탄소섬유 소재의 에어로 파츠들이 차의 성능을 짐작하게 한다.
전면부는 마세라티의 새 디자인 정체성인 세로형 헤드램프와 타원형 그릴, 두툼한 펜더로 패밀리룩을 구현했다. 운전석에서 보이는 펜더의 모습은 힘과 속도가 느껴져 인상적이다. 측면은 전형적인 미드십 엔진 배치의 GT 구성이다. 날렵한 실루엣을 바탕으로 앞보다 뒤를 부풀린 펜더, 길게 이은 측창, 엔진 냉각을 돕는 흡기구, 삼지창 엠블럼을 붙인 B필러를 채워 넣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열리는 도어는 크기와 무게가 상당해 다른 차들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뒷모습은 가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와 대구경 트윈 머플러, 여러 갈래로 뽑아낸 디퓨저가 고성능을 암시한다. 엔진룸을 덮은 유리엔 삼지창 로고를 부분적으로 새겨 브랜드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실내는 디지털화를 통해 간결하고 짜임새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각각 10.25인치 크기를 확보했다. 역동적인 멋은 덜하지만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의미가 더 크다. 줄어든 역동성은 탄소 섬유와 알칸타라 소재가 대신한다.
센터페시아는 버튼을 최소화했다. 주행모드를 제어하는 다이얼과 전진/수동, 후진을 위한 버튼이 센터 터널에 존재하는 정도다. 파워 윈도우 버튼도 여기에 있다. 위로 펼쳐지며 멀찍이 열리는 도어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공조 시스템은 메인 모니터를 통해 조작할 수 있다.
좌석은 낮고 길게 깔려 있어 오르내리기 쉽지 않지만 막상 앉으면 수퍼카를 타는 느낌이 확실하다. 도어를 열었을 때 지면이 손에 닿을 정도로 차체가 가라앉은 것 같다. 버킷 시트는 어떤 속도로 선회를 하더라도 반드시 몸을 잡아줄 것 같은 형태다.
수퍼카 답게 수납공간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글로브박스와 센터 콘솔은 구색만 갖춰놓은 수준이다. 외부도 마찬가지다. 엔진이 없는 보닛 아래엔 전기차의 프렁크보다 작은 수납공간이 있지만 쓰임새가 거의 없을 것 같다. 차체 뒤편엔 그나마 보스턴백 2개 정도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엔진과 가까워 열기에 약한 물건을 놓기엔 어려워 보인다.
▲모터스포츠 감성 가득한 주행 감각
좌석 뒤편에 탑재한 네튜노 엔진은 최신 마세라티 중 가장 강력하다. V6 3.0ℓ 트윈터보 형식으로 최고출력 630마력, 최대토크 74.4㎏·m를 발휘한다. 0→100㎞/h 가속을 2.9초 만에 끝낼 수 있으며 최고속도는 325㎞/h에 이른다.
가속력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다. 일단 과급기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반응이 빠르고 강력하다. 때문에 스로틀을 다 열 때마다 뒤통수가 헤드레스트를 때리는 일이 잦았다. 동력 발휘엔 마세라티 이중 연소 시스템(Maserati Twin Combustion)이 한 몫한다. F1 머신의 프리 챔버 기술을 활용해 출력과 연소 효율을 향상한 것이 핵심이다. 수퍼카 답게 드라이 섬프의 윤활 방식을 채택한 점도 두드러진다. 덕분에 내연기관으로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힘을 쉽게 뽑아 쓸 수 있다. 8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의 민첩함도 독보적이다. 기다란 패들 시프터로 조작할 때의 손맛도 일품이다.
주행 성능은 넘치는 동력에 걸맞게 조율해 레이싱카처럼 와닿는다. 달리 말하면 MC20을 통해 GT2의 감성을 일반 도로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체 감각은 노면의 질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준이다. 덕분에 차체 곳곳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리하게 주행할 수 있고, 차체를 내던지더라도 노면에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서스펜션 감쇠력을 조절해 부드럽게 설정하면 조금 더 안락하게 주행할 수도 있다.
주행 모드는 GT, Wet, 스포츠, 코르사를 지원한다. GT는 가장 무난한 승차감을 보인다. 엔진을 비교적 얌전하게 제어할 수 있고 긴장감도 제일 낮다. Wet은 젖은 노면을 위한 트랙션 중심의 모드다. 대망의 스포츠는 MC20의 즐겨찾기 모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도로에서나 트랙에서나 괜찮은 성능을 선사한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과 ESP 시스템이 개입하긴 하지만 후륜구동의 짜릿함을 어느 정도 허락해 레이싱 감성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좌석 뒤편에서 울려 퍼지는 엔진음과 이보다 더 존재감이 큰 배기음이 배가되면서 흥분을 일으킨다. 짧은 시승 중 가장 오래 썼던 모드인 이유다.
코르사는 가속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런치 컨트롤을 허용할 만큼 모든 주행 감각을 운전자에게 맡기는 극한의 모드다. 레이서가 아닌 이상 함부로 켜선 안 된다는 뜻이다.
▲MC20으로 기대할 수 있는 마세라티의 매력
MC20은 마세라티의 정체성 그 자체를 담고 있다. 다른 수퍼카처럼 디자인, 성능, 감성 등의 매력뿐만 아니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브랜드만의 주파수가 온몸을 자극한다. 브랜드 가치와 모터스포츠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를 알아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까닭이다. MC20의 시작 가격은 3억90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