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SUV 절대 가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입력 2023년08월18일 00시00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고급스러운 이동 경험 제공하는 기함
 -세단과 쿠페 넘나드는 주행실력 갖춰

 물건을 고를 때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더 나은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는 상대가치로 연결돼 비교를 해보고 원하는 조건과 기호에 맞춰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반대로 절대가치 영역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깊은 믿음과 인정을 바탕으로 큰 흔들림 없이 꾸준한 선택을 받는다. 물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한결 같은 모습으로 언제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레인지로버는 플래그십 SUV 선구자로서 절대가치 영역에 속하는 차다.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기품 있는 자세를 유지하며 수 많은 마니아를 양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롱휠베이스와 오토바이오그래피, 스포츠 등 입맛에 맞춘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면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그 중에서도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단연 스타 역할을 자처한다. 브랜드 특유의 우아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차로 보다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였고 레인지로버 인식 전환과 판매 증가에도 도움을 줬다. 그리고 마침내 10년만에 완전 변경한 3세대가 한국땅을 밟았다. 새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고급 SUV 절대가치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 지 직접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긴 공백기를 깨고 나왔지만 차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구형과 신형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그만큼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외관은 기존 헤리티지를 지키면서 최소한의 변화와 섬세한 터치로만 꾸몄다. 각진 차체와 듬직한 체구, 두툼한 범퍼와 상대적으로 작은 램프 등이 단번에 정체성을 알게 한다. 


 극단적으로 작은 그릴은 신선함을 불러일으키고 플러시 타입 도어와 22인치 휠, 곳곳에 붙은 로즈골드 장식까지 전체적으로 차의 품격을 높인다. 랜드로버 기술력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먼저 기교 없이 깔끔한 표면이다. 경계면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윈도우 몰딩과 필러 사이를 하나의 면으로 처리한 부분은 매우 놀라웠다. 이러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이전 보다 15% 개선된 0.29Cd의 공기 저항 계수를 실현했다.

 이와 함께 짧은 오버행은 역동적인 자세를 강조한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프로파일과 스텔스 디자인의 디테일 완성도 역시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멀리서 보면 그저 그런 평범한 레인지로버 스포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곳곳에 숨은 포인트가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주변을 환기시킨다. 절대 가치 범주에 더 없이 완벽한 모양새다.

 참고로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시그니처 주간 주행등(DRL)을 구성하는 디지털 LED 헤드라이트 내부에는 각각 130만개의 개별 제어가 가능한 디지털 마이크로 미러 장치(DMDs)가 들어있다. 이를 통해 차의 경로에 최다 16개의 물체를 식별하고 지능적으로 빛을 차단해 다른 도로 사용자의 눈부심을 방지한다. 길게 이어지는 LED 리어 라이트에는 양산차 최초로 표면 LED 기술을 적용해 어느 각도에서 봐도 선명하고 일관된 빛을 구현한다.

 실내는 수평과 수직, 대칭을 적절히 사용해 현대적인 느낌을 부여했다. 여기에 공조장치 패널을 다시 물리 버튼으로 마련해 직관성을 키웠다. 전자식 변속 레버와 주변을 꾸미는 각종 버튼도 최소화해 간결하면서 세련됐다. 두툼한 칸막이 수납함은 잘 짜맞춘 가구를 보는 것처럼 견고하다.

 피비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연결성을 강화했다. 단 두 번의 조작만으로 전체 기능의 90%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 티맵 모빌리티의 T맵 내비게이션을 기본으로 넣어 국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기능을 선사한다. 계기판 및 헤드업디스플레이 연동도 뛰어나 사용하는 내내 만족을 키웠다.

 이 외에 PM2.5 필터 및 나노이 X 기술을 탑재한 차세대 실내 공기 정화 프로 시스템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비롯한 각종 냄새, 박테리아,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감소시켜 쾌적한 실내 공기 질을 유지한다. 또 63개 전자 제어 모듈에 대한 SOTA 업데이트를 지원해 항상 최신의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편의 품목은 아낌없이 들어있다. 열선과 통풍, 메모리 기능은 물론 메르디안 사운드 시스템, 각종 오프로드 모드, 파노라마 선루프, 냉장 기능을 갖춘 콘솔박스, 바닥까지 비추는 어라운드 뷰 등 자동차에서 표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있다.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꾸민 여러 컬러의 무드등은 감성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소재도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질 좋은 가죽과 유광 블랙, 곳곳에 포인트로 넣은 메탈까지 적절히 조화를 이뤄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저렴한 플라스틱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각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은 정교함으로 가득하다. 안전벨트 연결 부분에 마련한 조명이나 후면 주차 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지 각도를 계산해 표시해 주는 모니터 등 프리미엄 브랜드 플래그십 라인업답게 섬세한 감각은 수준급이다.

 고급스러운 뒷좌석은 쇼퍼드리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착좌감이 훌륭하고 공간도 광활해 성인 세 명이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넓은 레그룸으로 모든 탑승자들의 여정을 더욱 편안하게 완성한다. 타고 내리는 과정도 무척 여유롭다. 편의 품목도 차고 넘친다. 개별 터치 모니터를 비롯해 공조장치와 송풍구, 충전 소켓 등 다양한 기능이 집약돼 있다.

 트렁크는 만족스럽다. 기본적인 공간도 넓지만 시트 구성에 따라서 활용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모든 시트는 버튼 하나로 접었다 펼 수 있고 물건을 쉽게 넣기 위해 뒤쪽 차고를 낮출 수도 있다. 이 외에 분할형 테일게이트를 갖추지 않았다는 점은 일반 레인지로버와 차이점 중 하나로 꼽힌다.

 성능
 국내에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간 I6 인제니움 가솔린 및 디젤 엔진으로 나뉘며 각각 P360 다이내믹 SE, P360 다이내믹 HSE, P360 오토바이오그래피, D300 다이내믹 HSE 등 총 4가지 트림으로 출시했다. 시승차는 P360 오토바이오그래피로 직렬 6기통 3.0ℓ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4륜구동 조합이다.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51㎏·m의 성능을 갖췄으며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6초 만에 도달한다.

 차 이름에 "스포츠"가 붙었지만 일반 모드에서는 레인지로버 특유의 고요한 감각을 먼저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차는 대배기량이 주는 풍부한 성능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가속한다. 엔진 회전 질감이 고르고 부드러워 대형 세단을 모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불필요한 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고 풍절음과 바닥소음도 완벽히 잡아 고요할 뿐이다. 이와 함께 상황에 따른 제약 없이 손 쉽게 속도를 올리고 강하게 치고 나간다.

 크고 육중한 차체임에도 매우 가볍고 사뿐하게 튀어나간다. 경쾌한 반응이 신선하게 다가오며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 깊은 믿음을 준다. 랜드로버의 차세대 MLA-Flex 플랫폼 덕분인데 이전 보다 최대 35% 더 높은 비틀림 강성을 확보했다. 믿음직한 파워트레인과 기본기 탄탄한 뼈대의 환상적인 팀워크가 돋보인다.

 노면 대응 능력에도 많은 신경을 썼는데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브랜드 최초로 전환 가능한 볼륨 에어 스프링을 도입한 다이내믹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이중 구조 에어 챔버를 갖춰 서스펜션 작동 대역폭을 확대했으며 역동적인 주행 시에는 챔버 내의 압력이 증가하면서 더욱 안정적인 코너링과 민첩한 주행이 가능하다. 이와 합을 맞추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2 기술은 노면의 상태를 초당 500회 모니터링하며 액티브 트윈 댐퍼를 지속적으로 제어해 불필요한 차체 움직임을 줄임으로써 최상의 승차감을 지원한다.

 굽이치는 길에서는 의외의 장점을 발견했다. 바로 민첩한 핸들링과 코너링 실력이다. 빠른 속도로 진입과 탈출을 반복하지만 모든 과정에서 차는 큰 흔들림 없이 우수한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거대한 크기와 길이, 무게를 감안하면 더욱 놀랍고 대견하다. 여기에는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위해 개발한 다양한 기술이 한 몫 했다. 다이내믹 리스폰스 프로 기능은 급격한 코너링 시 최대 1,400Nm의 토크를 각 액슬에 가해 안정적인 차체 제어를 보장한다.  

 여기에 올 휠 스티어링은 각 상황에 맞춰서 리어 액슬을 최대 7.3도까지 조향할 수 있기 때문에 고속 주행 시에는 리어 액슬이 앞바퀴와 동일한 방향으로 회전해 한층 강화된 안정성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반대로 저속에서 리어 액슬을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켜 회전 반경을 줄인다. 이를 통해 랜드로버 제품 중 가장 낮은 수치인 11m 미만의 터닝 서클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주행 완성도는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했다. 고유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역동적인 주행이 필요할 때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내며 재미있게 달릴 수 있다. 여기에는 랜드로버의 최신 기술이 총 망라 됐으며 아름다운 시너지로 드러난다. 운전이 부담스럽거나 힘들지 않고 반대로 즐거움만 가득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상의 오프로드 성능을 갖췄다. 랜드로버의 최신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와 함께 브랜드 최초로 도입한 어댑티브 오프로드 크루즈 컨트롤을 선택할 수 있다. 어댑티브 오프로드 크루즈 컨트롤은 다양한 알고리즘에 따라 차체의 틸팅, 롤링, 피칭, 그리고 요잉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차의 최적 주행 속도를 조정한다.

 총평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라이벌과 명확히 구분 짓는 독보적인 성격과 헤리티지, 감각을 무기로 한 차원 높은 완성도까지 갖춰 시장을 리드한다. 정통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외관과 세련미를 간직한 호화로운 실내, 최신 디지털 요소까지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곳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기본기 충실한 섀시와 파워트레인, 각종 신기술로 움직이는 주행 완성도가 운전자를 미소 짓게 한다. 절대 가치로 무장한 플래그십 SUV 타이틀은 제법 오랜 시간 유지될 듯하다.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5년 서비스 플랜 패키지를 포함한 국내 출시 가격은 P360 다이내믹 SE 1억3,997만원, P360 다이내믹 HSE와 D300 다이내믹 HSE 1억5,067만원, P360 오토바이오그래피 1억5,807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