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SUV의 본질을 찾아서, 현대차 5세대 싼타페

입력 2023년08월24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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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저 활동 지원 극대화한 상품성 반영
 -디젤 배제한 동력계, 편안한 주행에 초점

 현대자동차가 SUV 라인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싼타페를 세대교체했다. 어느덧 5세대를 맞이한 싼타페는 그동안 갈고 닦은 SUV 노하우의 정점을 찍기 위해 디자인, 상품성, 공간활용도 등 여러 부분에서 SUV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시도를 단행했다. "현대차 SUV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H"가 뭐길래
 새 싼타페의 디자인은 현대차와 SUV의 본질에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다. 현대차의 이니셜 "H"를 내외관 곳곳에 새겼고 SUV 특유의 높은 공간활용도를 적극 활용했다. 외관은 박스형 차체와 건축적인 디테일 덕분에 랜드로버 디펜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비례 자체가 많이 다를뿐더러 신형 싼타페만의 개성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전면부는 자를 대고 그린 것처럼 반듯한 인상을 구현했다. "H"자형 주간주행등의 헤드램프와 그릴을 가로지르는 LED가 현대차임을 알린다. 범퍼의 까만 흡기구를 막고 있는 가니쉬도 "H" 모양이다. 그릴엔 냉각이 필요할 때만 열리는 액티브 셔터를 내장해 평소 공기저항을 줄인다.



 측면은 전형적인 2박스 스타일을 기반으로 다듬었다. 누군가는 "갤로퍼의 환생"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각진 차체를 제외하면 갤로퍼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보이질 않는다. A~D 필러는 모두 검게 처리해 차체와 지붕을 완전히 구분지었다. 펜더는 정통 SUV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다각형의 선 처리로 휠하우스를 부풀린 디자인을 채택했다. 하지만 원형의 바퀴를 따라 그린 클래딩과 만나면서 자연스럽지 못한 조형성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휠하우스 내부의 불필요한 와류를 줄여 공력 성능을 높인다. 그 결과 싼타페의 공기저항계수는 박스형 차체임에도 0.294Cd를 기록했다. 기능적인 품목은 더 있다. 좌·우 C필러에는 히든타입 어시스트 핸들을 설치해 지붕에 접근할 때 편하게 오를 수 있도록 했다. 기능이 필요없다면 차 키를 꽂아 잠글 수도 있다.



 공개와 함께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후면부는 적응하는 데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펜더까지 이어진 테일램프는 기능적으로 괜찮을지 몰라도 심미적으로 많이 아쉽다. 큼지막하게 붙인 차명에선 현대차의 싼타페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차체 크기는 길이 4,830㎜, 너비 1,900㎜, 높이 1,720㎜, 휠베이스 2,815㎜다. 이전 세대보다 45㎜ 길고 35㎜ 높으며 휠베이스는 50㎜ 늘어났다.


 실내는 밝은 톤의 시트와 트림을 통해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물씬하다. 이 가운데에도 H의 향연은 계속된다. 좌우로 길게 뻗은 대시보드를 따라 이어진 송풍구와 앰비언트 라이트, 시트 등받이에서 H 패턴을 볼 수 있다. 다행스러운 건 기하학적인 구조와의 연관성을 부여해 촌스럽게 연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운전석 정면에는 12.3인치 크기의 디지털 계기판과 메인 터치스크린을 하나의 곡면 패널로 묶어 세련된 구성을 보여준다. 표시되는 정보와 그래픽, 레이아웃은 그랜저, 쏘나타 등 최신 현대차 제품군의 것과 동일하다. 스티어링 휠 뒤편의 칼럼식 기어 다이얼도 마찬가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고화질의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룸 미러는 디지털 센터 미러를 적용해 적재물로 인해 후방 시야가 가려지거나 야간에 시야 확보가 안 될 때 유용하다. 글로브 박스 위쪽엔 UV-C 자외선 살균 소독 트레이를 마련해 스마트폰 등을 위생적으로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앞좌석은 릴렉션 컴포트 기능을 적용해 휴식을 돕기도 한다.


 공간 활용의 묘미는 센터 콘솔에 있다. 먼저 앞쪽엔 2개의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을 배치했다. 앞좌석에 탑승한 인원이 동시에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여기에 논슬립 패드를 배치해 주행 중 디바이스의 미끄러짐을 잘 막아준다. 그 아래에도 손가방을 수납할 수 있는 트레이를 설치해 공간활용도를 높였다. 콘솔박스는 암레스트 수납 공간과 트레이를 1열이나 2열 탑승자가 위치한 방향으로 각각 여닫을 수 있게 설계했다. 용량이 꽤 큰 편이라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다.



 싼타페는 2·3열 좌석 배치에 따라 5·6·7인승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시승차는 6인승으로 2열 좌석이 독립식이다. 여기에 원터치 릴렉스, 열선 등의 기능을 내장했다. 3열 좌석은 높이가 여유있지만 다리 공간이 좁아 허벅지가 많이 뜨는 구조다. 그러나 별도의 송풍 제어 기능과 충전 포트, 컵 홀더를 마련해 편의성이 높다. 선루프는 승합 개념에 맞춰 2개를 마련했다. 뒤쪽의 선루프는 크게 뚫어 2·3열 탑승자의 개방감을 배려했다.


 적재 공간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테일게이트의 영향력이 크다. 테일게이트는 열리는 면적이 상당히 넓어 싼타페의 테라스 콘셉트의 핵심으로 꼽힌다. 적재물을 싣고 내리기 수월하며 차박을 할 때에도 오르내리기 편하다. 현대차는 큼지막한 테일게이트를 통해 "공간의 타이폴로지"를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적재 용량은 725ℓ(VDA 기준)로 골프 가방(캐디백) 4개와 보스턴 가방 4개를 실을 수 있다. 2·3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완벽한 평탄화가 가능하다. 굳이 1열 좌석을 앞으로 밀지 않더라도 좌식 차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조용하고 여유있게 달린다 
 동력계는 2.5ℓ 가솔린 터보와 1.6ℓ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의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시승차는 2.5ℓ 터보 2WD로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m를 발휘한다. 이전 세대 싼타페의 것을 그대로 물려 받았지만 수치가 증명하듯 가속엔 큰 불만이 없다. 토크 영역과 변속 패턴을 개선해 얻은 결실 중 하나다. 물론, 과급 지연 현상을 다 지우지 못했지만 출력 자체가 넉넉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8단 DCT와의 조합도 매끄럽다. 적절한 시점에 변속이 이뤄져 스트레스가 없다. 패밀리 SUV의 성격을 감안하면 동력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셈이다. 다만 제동력은 예전처럼 아쉬움이 남는다.

 높은 동력 성능에 비해 연료 효율은 준수하다. 21인치 휠을 끼우고도 복합 10.0㎞/ℓ(도심 8.8㎞/ℓ, 고속 12.0㎞/ℓ)를 인증받았다. 적극적인 소음·진동 대책도 인상적이다. 가솔린 특유의 정숙성을 바탕으로 이중 접합 차음 유리와 흡음재 등을 대거 활용한 효과다. 여기에 공력 성능 향상이 시너지를 내 풍절음 감소로도 이어졌고, 덕분에 고속에서도 고요하게 달릴 수 있다.


 주행 안정성도 예전보다 나아졌다. 먼저 새 플랫폼을 부분적으로 담은 이전 세대 제품과 다르게 완전히 받아들이고 휠베이스를 늘리면서 하드웨어적인 개선이 이뤄졌다. 자세 제어 장치의 향상도 안정성 개선을 도왔다. 그 효과는 고속에서나 코너링에서 제법 잘 나타난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여느 현대차처럼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역대급 매력 담은 싼타페
 5세대 싼타페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차급 이상의 상품성을 통해 또다시 중형 SUV 시장의 불을 지핀다. 특히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고 이들의 마음을 훔칠 많은 매력 포인트들을 온몸으로 뽐낸다. 여기까지 오는데 5세대가 걸렸다. 이제는 헤리티지까지 챙길 만큼 성숙함도 돋보인다.

 가격은 2.5ℓ 터보 3,546만~4,373만원, 1.6ℓ 터보 하이브리드 4,031만~5,036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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