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인기의 이유, 렉서스 ES300h

입력 2023년09월06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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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정숙성과 안정적인 승차감
 -렉서스 베스트셀링카 가치 높여

 최근 국내에서 렉서스의 성장세가 무섭다. 일본차 불매운동 여파를 딛고 회복 단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 실제 렉서스의 올해 상반기 등록대수는 6,9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1.1% 상승했다. 지난해 연간 총 판매대수인 7,592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연간 1만대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높다.

 렉서스 인기로는 친환경차를 선호하는 시장 흐름과 연관이 있다. 고유가 및 환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꼽히면서 전동화 파워트레인에 관심이 가지만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등이 부담스러워 BEV 선택을 두려워하는 소비자가 HEV를 선호해서다. 이와 함께 높은 파워트레인 인지도 역시 한 몫 했다는 평이다. 내구성이 강하고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과 맞물려 브랜드 성장을 이끄는 차가 있다. 바로 베스트셀링 중형 세단ES300h다. 상반기에만 4,465대가 등록돼 브랜드 전체 판매대수의 약 64%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신차 사이클이 돌아오는 시점에도 불구하고 한결 같은 인기를 얻는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시승에 나섰다.


 ▲렉서스식 세련미와 정교함 돋보여
 ES의 생김새는 제법 익숙하다. 출시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호불호 없이 수긍할만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브랜드 디자인의 상징인 스핀들 그릴은 안쪽으로 물결이 흐르는 듯한 세로형 타입으로 설계해 멋을 냈고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잘 어울린다. 옆은 프리미엄 세단 특유의 우아함을 유지하면서도 역동성이 동시에 묻어난다. 저중심 설계를 통해 느껴지는 낮고 넓은 자세, 쿠페 스타일의 날렵한 실루엣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측면 벨트 라인은 테일램프로 연결되며 볼륨감 있고 개성 있는 후면 디자인을 연출한다. 넓고 낮은 자세를 강조하는 범퍼와 코너 디자인, 아래쪽을 꾸민 크롬 장식은 안정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입체적인 L자형 풀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렉서스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인성도 함께 개선했다. 이와 함께 빛에 반사되는 트렁크 굴곡은 마치 실크 원단의 주름을 잡아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흐른다. 


 실내는 제법 파격적이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운전자 중심으로 센터페시아를 구성하고 각종 버튼과 레버의 모양도 다양하다. 고급 세단이라고 해서 수평과 수직만 강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만큼 ES는 젊고 활기찬 실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디지털 요소도 대거 탑재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결합한 7인치 TFT LCD 계기판은 시인성이 뛰어나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보기 쉽게 보여준다. 특히, 드라이브 모드나 설정에 따라 움직이며 보는 맛을 더했다.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최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내장해 사용 시 불편함이 없고 면적이 넓은 헤드업디스플레이와 조화를 이뤄 편의성을 키웠다.

 이 외에 열선 및 통풍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 선루프, 어라운드 뷰, 무선 카플레이, 핸즈 프리 파워 트렁크, 마크 레빈슨 17스피커 서라운드 시스템 등 필요로 하는 기능은 아낌없이 들어있다.

 소재와 마감 수준은 ES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먼저 도어 암레스트와 센터 콘솔에는 고도의 가공 기술인 비스코텍스를 적용했다. 평평한 표피에 요철, 높이 차이, 두께를 표현하는 물결과 같은 입체적인 패턴을 넣어 재질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마감재는 질 좋은 가죽, 금속 소재, 부드러운 패드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렉서스 타쿠미(장인)의 엄격한 품질 관리로 꼼꼼하고 높은 수준의 완성도 역시 갖췄다. 곳곳에 스며든 앰비언트 라이팅도 만족스럽다.

 상하 2분할 시트도 물건이다. 운전자를 부드럽게 감싸면서 기분 좋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운전 피로도를 덜기 위해 골반의 각도까지 세밀하게 고려했다. 허리 근육의 부담을 최소화시키고 착좌면 부위의 소재는 부드럽게, 그 이외에는 단단하게 제작해 골반에 집중되기 쉬운 압력을 분산시켜 피로를 줄인다.

 중형 세단답게 2열은 넉넉하다. 실제로 이전 세대보다 7㎜ 더 길어 충분한 레그룸을 제공한다. 착좌감은 이상적인 등받이 각도와 시트 길이의 증가 덕분에 편해 장거리 주행의 피로를 덜어준다. 편의품목으로는 전용 송풍구와 충전 포트, 파워 백 선 쉐이드 및 수동 사이드 선쉐이드, 스키 쓰루 등이 있다. 전동식 트렁크 공간은 무난하며 제조사 기준 골프백 4개까지 적재 가능하다.

 ▲안정화된 하이브리드 기술
 동력계는 자연흡기 방식 4기통 2.5ℓ D-4S 가솔린 엔진과 대용량 배터리, 2개의 모터로 구성했다. 충전 상태에 따라 저속에서 모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며 주행과 동시에 충전도 이뤄진다. 이와 함께 무단변속기가 맞물려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22.5㎏·m를 발휘한다.

 시동을 켜고 고요하게 달리는 모든 순간에서 하이브리드 특징이 짙게 드러난다. 적당히 속도를 올리고 부드럽게 전진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낮은 속도에서는 좀처럼 엔진 개입이 되지 않는다. 최대한 전기모터와 충전된 배터리로만 굴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로틀을 활짝 열어도 차는 한결 같은 정체성을 유지한다. 극적으로 달리거나 튀어 나가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지금의 세팅이 더 좋다. 그렇다고 굼뜨거나 답답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소리 없이 강하게 치고 나가며 계기판에는 운전자 생각보다 높은 속도가 찍혀있다.

 엔진이 힘을 더하는 순간은 중고속으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수한 동력성능과 높은 열효율을 바탕으로 끊김 없이 힘을 전달한다. 실제로 신형 엔진은 동력 성능과 효율, 환경 성능의 밸런스가 뛰어난 유닛으로 열효율 41%를 실현했다. 이와 함께 신개발 트랜스액슬은 경량화 및 구조 개선을 통해 에너지 손실도 20%가량 줄였다.

 주행 순간마다 느끼는 정숙성은 수준급이다. 흡차음재 범위를 늘리고 동력 전달 시 발생하는 불필요한 소음을 줄인 결과다. 자잘한 소음을 감지해 스피커로 소음을 상쇄시켜 주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윈드실드 글래스와 프런트 도어 글래스에 적용한 어쿠스틱 글래스, 타이어 소음을 저감 시켜주는 노이즈 저감 휠 등 차 전반에 걸쳐 최신 기술을 가득 담았다. 그 결과 무단변속기 특유의 소리도 들을 수 없으며 풍절음은 물론, 바닥소음까지도 완벽하게 잡았다. 렉서스식 고급 세단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쾌적한 이동을 경험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 두고 굽이치는 길을 통과할 때는 의외의 재미를 발견했다. 새 GA-K 플랫폼 덕분에 강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고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재배치, 프론트 부위 알루미늄 확대 적용을 통한 경량화로 저중심의 안정된 코너링이 가능했다. 결정적으로 열심히 달려는 순간에도 효율은 ℓ당 17㎞를 내려오지 않았고 EV모드를 적극 활용한 정속 주행을 이어나가는 상황에서는 25㎞까지 찍히는 기이한(?) 현상도 경험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안전품목은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를 강화했다. 감지 범위를 확대한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교차로 긴급 제동 보조 기능 추가), 커브 감속 기능을 더한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긴급 조향 어시스트(ESA) 지원 기능도 새로 적용했다. 또 주차 보조 브레이크(PKSB)는 전·후방의 사물 감지와 보행자까지 감지 범위를 확대했으며 차 주변의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는 파노라믹 뷰 모니터를 마련해 안전 및 편의성을 키웠다.


 ▲완성도 높은 베스트셀링카
 ES300h는 하이브리드 세단의 정석과 같은 차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을 알차게 소화해내며 일당백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극강의 정숙성을 비롯해 경차보다 뛰어난 효율, 전기에너지가 주는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까지 어우러져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및 안전 품목, 정교하고 꼼꼼한 마감, 섬세한 소재의 퀄리티는 덤이다. 인기의 이유는 명확했으며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렉서스 ES300h의 가격은 럭셔리 플러스 6,690만원, 이그제큐티브 7,160만원이며 시승차인 F 스포츠는 7,41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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