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재평가가 시급한 왜건, 2011년형 푸조 308SW

입력 2023년09월27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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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차박·캠핑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고효율 MCP 변속기, 효율·운전 재미 양립

 낡은 푸조 한 대를 차고에 들인 지 1년이 지났다. 그 주인공은 2011년형 1세대 308SW. 유럽 C-세그먼트 시장에서 푸조가 폭스바겐 골프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은 308의 왜건형이다. 차명 중 SW는 "스포츠 왜건(Sport Wagon)"의 약자다. 동력성능은 스포츠와 어울리지 않게 소박하지만 주행성능이나 스포츠·레저 활동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선 그럴듯한 의미로 다가온다.



 ▲독창성과 활용성의 매력
 오랫동안 푸조는 고양잇과 동물의 얼굴에서 영감을 얻은 "펠린 룩(Feline Look)"를 발전시켜왔다. 1세대 308은 앳된 펠린 룩을 지녔다. 전면부는 쐐기형 헤드램프와 커다란 그릴, 돌출된 후드 끝으로 만든 인상은 개성 그 자체다. 세로로 길게 뻗은 안개등은 지금 푸조 제품들이 지니고 있는 사자 송곳니 모양의 주간주행등을 연상케 한다. LED 하나 없는 모습이지만 의외로 주간주행등 모드를 지원한다.





 측면은 후드와 윈드실드를 완만하게 이은 실루엣이 두드러진다. 펜더의 볼륨은 A필러 아래까지 파고들어 독특한 형태를 만들었다. 길게 그은 캐릭터라인은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면서 차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얻어냈다. "C"자 모양으로 솟은 D필러에선 프랑스 차 특유의 독창성이 두드러진다. 지붕엔 루프랙을 장착해 레저활동을 도울 수 있다.



 후면부는 우아하게 뻗은 세로형 테일램프와 두툼한 테일게이트가 시선을 모은다. 해치 글라스는 면적이 넓을 뿐만 아니라 곡률이 커서 보는 맛을 더한다. 유럽형 제품은 여닫을 수도 있다.







 실내는 기교 없이 단출하다. 반듯한 대시보드에 원형 송풍구와 기능적인 요소들만 넣었다. 그만큼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다. 스티어링 휠도 경음기를 제외하면 버튼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뒤편에는 패들 시프트와 크루즈 컨트롤, 오디오를 조작할 수 있는 레버가 위치해 샤이테크의 면모를 보여준다. 단아한 구성의 계기판은 영롱하게 빛난다.

 센터페시아는 CD 플레이어와 라디오를 중심으로 한 오디오 데크, 에어컨 다이얼, 소소한 수납공간으로 이뤄졌다. 지금 널리 쓰이고 있는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 블루투스, USB 포트는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상단의 트립 모니터는 단순한 레이아웃에 비해 시계, 오디오, 외기 온도, 연료 효율 등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편의품목은 오토 라이트, 웰컴 라이트, 오토 와이퍼, 열선 시트 등을 갖췄다. 천장은 하나의 통유리로 이뤄진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대부분을 덮고 있다. 여닫을 수는 없지만 개방감이 상당해 불만은 없다.






 준중형 세단 규모의 뒷좌석은 수동식 선셰이드와 접이식 테이블을 갖춰 패밀리카로 쓰기에 좋은 짜임새를 제공한다. 뒷좌석과 적재 공간을 포함한 활용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3명이 앉을 수 있는 뒷좌석은 모두 따로 움직일 수 있다.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폴딩은 물론, 탈착도 가능하다. 뒷좌석을 모두 떼어내면 적재 공간은 2,149ℓ까지 늘어나 밴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차박을 할 경우에도 길이, 너비, 높이가 충분해 거주성이 높다.

 ▲즐거움이 살아있는 주행 감각과 고효율
 시동을 걸면 걸걸한 디젤 엔진이 잠을 깬다. 4기통 1.6ℓ 엔진은 최고출력 112마력, 최대토크 27.5㎏·m를 발휘한다. 동력성능은 뛰어나지 않지만 아직 누유 없이 24만㎞를 달렸을 정도로 내구성이 좋다. 클린 디젤이 강조되는 시절엔 저공해차 3종의 혜택도 받았다. 지금도 배출가스 3등급 덕분에 건재하다.


 가속력은 디젤 특유의 강한 회전력 덕분에 경쾌하다. 아쉬운 건 느린 변속이다. 변속기는 자동화 수동변속기인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를 조합했다. 수동을 기반으로 하지만 클러치 페달이 없고, 자동처럼 변속해주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더딘 변속과 저단에서 발생하는 큰 변속충격으로 인해 국내에서 외면받았다. 그러나 조작 재미와 높은 연료 효율을 감안하면 매력이 넘친다. 실제 연료 효율은 아직도 도심 17㎞/ℓ, 고속 20㎞/ℓ 이상을 낸다. 수동변속기를 조작할 줄 안다면 수동 모드와 스포츠 모드, 패들 시프트를 활용해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도심에선 5단으로 충분히 주행 가능하고, 간선도로에 나가야 6단을 쓸 수 있게 설정돼 있다. 



 EHPS(Electric Hydraulic Power Steering) 시스템을 적용한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다. 그러나 즉각적인 반응과 하체의 든든함 덕분에 랠리카 같은 핸들링을 경험할 수 있다. 기본기만큼은 지금 세대와 비교해도 크게 모자라지 않다. 스포츠 왜건의 의미가 다시 떠오르는 이유다.

 ▲이 시대에 필요한 멀티 플레이어의 가치
 왜건은 국내에서 유독 제 존재감을 뽐내지 못하는 차종으로 꼽힌다. 세단과 SUV로 집중된 수요로 인해 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운행을 해보면 만족도가 대단하다. 세단의 승차감과 SUV의 공간활용도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308SW는 이런 왜건의 특성과 함께 괜찮은 주행 감각과 고효율, 크로스오버 성향을 더해 아웃도어 라이프에 최적화한 가치를 품고 있다. 이 차를 이제서라도 가져와 즐기는 이유다. 가치보다 낮은 가격도 돋보인다. 1세대 308SW의 평균 중고 시세는 300만원으로, 신차의 1/11 수준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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