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성격 바꾸는 다양한 기능
-폭발적인 가속과 당찬 움직임 특징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전동화 시대의 판을 바꿀 차를 선보였다. E-GMP 플랫폼의 첫 결과물인 아이오닉 5를 바탕으로 N 브랜드를 입힌 아이오닉 5 N이 주인공이다. 새 차는 현대차가 첨단 전동화 기술을 집약해 주행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N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고 결과는 대단했다. 지난 19일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며 깊은 감동과 만족도 안겨줬다.
아이오닉 5 N은 전동화에 최적화한 사륜구동 시스템, 84.0㎾h의 고출력 배터리와 고성능 EV 특화 열관리 제어 시스템 등 다양한 고성능 전기차 N 전용 기술들을 적용해 압도적인 주행 성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합산 448㎾(609마력)의 최고출력과 740Nm(75.5㎏·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일정 시간동안 출력을 크게 높여 최대 가속 성능을 발휘하는 모드인 "N 그린 부스트"를 사용하면 합산 최고 478㎾(650마력), 최대 770Nm(78.5㎏·m)로 증가해 3.4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할 수 있다.
제일 먼저 직진 가속성능을 확인했다. 출발 신호와 동시에 차는 거침없이 튀어나가고 순식간에 고속 영역에 도달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몰입감이 무서울 정도로 놀라웠고 수 백 미터 밖에 있던 물체가 바로 앞에 다가오는 기이한 현상도 체험할 수 있었다. 주행 모드별 가속성능을 비롯해 정지상태에서 최대 파워를 끌어올린 뒤 출발하는 론치컨트롤 기능까지 기본으로 갖춰 폭 넓은 활용이 가능했다.
신통한 기능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바로 변속기다. 아이오닉 5 N에는 모터 제어를 통해 내연기관차의 변속 느낌을 제공하는 가상 변속 시스템 "N e-쉬프트"가 들어있다. 다단화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심지어 레드존에서 매뉴얼 변속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퓨얼컷 기능도 넣었다. 구현 과정은 매우 정교했고 사실적이었다. 패들시프트로 전해지는 손 맛이 훌륭하고 저절로 웃음을 짓게 한다. 로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성 품질에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콘과 콘 사이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는 슬라럼과 짐카나는 차의 움직임을 익히는 데에 도움을 줬다. 자칫 아이오닉 5의 긴 휠베이스와 높고 큰 차체가 민첩함을 줄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결과는 정 반대였다. 날렵하게 몸을 틀고 매우 빠르고 신속하게 방향을 바꾼 뒤 내달렸다. 반응이 우수한 스티어링 휠은 숏코너와 롱코너 가리지 않고 상황에 맞춰 최적의 각도를 구현했다.
전륜과 후륜의 힘을 기호에 맞게 조절하는 기능도 살펴봤다. "N 토크 디스트리뷰션"이라 명명한 이 기능은 앞쪽을 100%로 돌리면 전륜구동 특유의 언더스티어가 발생했고, 반대로 뒤쪽에 전부 힘을 주면 오버스티어가 나면서 드리프트가 가능했다. 화면 속 터치만으로 차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고 반전을 거듭하는 매력이 놀라웠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쉽게 뒤를 날릴 수 있는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는 운전 재미의 끝을 보여줬다. 조향과 페달 답력을 잘 조절하면 누구나 드리프트 선수가 될 수 있다. 매우 간단하게 꽁무늬를 미끄러트릴 수 있고 기호에 맞게 선회 반경도 조절 가능하다. 연마하는 과정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즐거움과 차에 대한 믿음은 저절로 커진다.
차에 대한 적응을 마친 뒤 본격적인 트랙 주행에 나섰다. 이곳에서는 주행 시작 전에 적절한 온도로 배터리를 예열 및 냉각해주는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 최적의 성능으로 트랙을 달릴 수 있도록 배터리 온도를 제어하는 "N 레이스" 등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이 빛을 발휘했다. 실제로 가혹한 트랙 주행 상황에서 차는 일정한 성능을 유지했고 배터리 효율도 급격히 떨어지지 않았다.
차가 가진 본성은 짜릿했다. 강한 출력과 거침없는 속도는 깔끔하게 무시한다. 껑충한 차체와 바닥이 묵직한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대단한 실력이다. 트랙 위에서 차의 움직임이 이 정도면 일반 와인딩 로드에서는 더욱 짜릿한 손맛을 경험할 수 있을 듯하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이런 움직임을 구현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만큼 엔지니어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들을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용 가상 사운드 시스템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를 채택해 운전의 재미를 더욱 높였다. 내연기관차와 같은 배기음은 물론 전투기, 우주선 소리 등 다양한 사운드로 귀를 간지럽힌다. 즐거운 운전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장치들이 흥분을 부추긴다. 이들은 파워트레인과 완벽한 합을 맞춰 트랙을 휘어잡았다. 운전을 하는 순간만큼은 덩치 큰 전기차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다.
신나게 트랙을 질주한 뒤 휴식 시간이 주어졌을 때 이성을 부여잡고 온전히 차를 살펴봤다. 외관은 고성능을 암시하는 몇 가지 요소가 눈에 들어온다. 앞 범퍼 스플리터와 사이드스커트,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및 리어 스포일러 등이다. 전기차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멋있는 21인치 휠과 브레이크 캘리퍼, 뒷 범퍼 디퓨저도 멋을 더한다. 여기에 검빨(유광 블랙 바탕의 빨간색 띠) 조합으로 젊은 이미지를 강조했다.
실내는 커다란 변화를 거쳤다. 알칸타라 스티어링 휠에는 패들시프트 외에 N모드와 변속 패턴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버튼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와 함께 드라이브 모드 및 NGB 버튼은 컬러를 입혀 혼선을 방지했다. 센터 터널에는 커다란 수납함이 생겼고 도어스커프와 페달에는 메탈 소재를 적용해 감성품질을 키웠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버킷 시트는 몸을 완벽히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아이오닉 5 N 전용 계기판은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전용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통풍과 열선, 무선충전, 공기청정, 어라운드 뷰, 빌트인 캠 등 현대차가 자랑하는 편의 및 안전품목은 거의 다 들어있다.
아이오닉 5 N은 고성능 전기차가 구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을 부담 없이 해낸다. 운전 재미를 높일 수 있는 기능이 넘쳐나고 그만큼 오랜 시간 차와 한 몸이 되어서 스킬을 쌓을 필요가 있다. 단순히 몇 일 타보고 차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무궁무진한 실력을 가지고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극과극의 매력을 선보인다. 탑승자는 차가 주는 유혹에 빠져 나오기 힘들며 깊고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잊지 못한다. 전기차는 재미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말끔히 지우고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차가 아이오닉 5 N이다.
가격은 7,600만원(개별소비세 5% 및 친환경차 세제 혜택 후 기준)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