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전동화의 진심, 맥라렌 아투라

입력 2023년09월28일 00시00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최고 680마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퍼카
 -고도화된 내연기관 및 전동화 전환 보여줘

 맥라렌은 오래 전부터 전동화에 진심이었던 브랜드다. 10년 전부터 하이브리드 슈퍼카 P1을 선보였고 현재 포뮬러 E 시스템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 역시 맥라렌이 주도해 공급 중이다. 또 전동화 기반 F1 시즌에서도 맥라렌은 우수한 성과로 기술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전기 파워트레인 다루는 능력이 수준급인 맥라렌이 대중을 위한 슈퍼 스포츠카를 선보였다. 바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아투라다. 새 차는 모터스포츠 노하우를 양산 수준으로 다듬어 브랜드 미래 첨병 역할을 한다. 그만큼 장인들의 섬세하고 정교한 만듦새와 노력으로 탄생했으며 맥라렌 변화를 이끌 충분한 가치를 보여준다.  

 외관은 압도적이다. 존재감이 상당하며 단번에 도로 위 시선을 훔친다. 면의 굴곡이 깊고 부드러운 곡선의 향연이 펼쳐진다. 공기흡입구처럼 움푹 들어간 헤드램프는 빛이 들어올 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와 함께 수직으로 내려오는 덕트와 범퍼 아래에 위치한 카본 스플리터 등 앞은 온통 과격한 장비들로 가득하다.

 옆은 큼직하게 뚫려있는 에어 덕트가 인상적이다.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매우 크고 깊다. 조각품을 보는 듯한 사이드미러와 살짝 떠 있는 C필러의 형상도 멋을 더한다. 19인치 휠과 피렐리 P-제로 타이어 조합은 아쉬움이 없고 안쪽을 채우는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패드와 대용량 캘리퍼는 믿음을 더한다.

 뒤는 독특하다. 철판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통 프레임으로 덮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매끄러운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었고 미래 지향적인 차를 보는 것 같다. 테일램프는 심리스 형태로 꾸몄으며 앞과 마찬가지로 빛이 들어올 때만 존재를 알 수 있다. 맥라렌 상징과 같은 상단 배기구와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디퓨저, 틈 사이로 보이는 엔진 마운트까지 흥분을 높인다.

 화려한 버터플라이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갔을 때 첫 인상은 간결함 그 자체다. 오직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췄다. 운전석 쪽으로 치우친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포함해 대부분의 버튼은 전부 스티어링 휠 근처에 붙어있다. 풀 디지털 계기판은 선명하고 일목요연하게 단락을 나눠 직관적이다. 또 드라이브 모드와 함께 운전 도움을 주는 레버는 계기판 위에 달려있다. 이 외에 스티어링 휠은 조종의 역할만 하며 불필요한 버튼을 전부 제거했다.

 전체적인 공간 자체는 넓은 편이다. 컵홀더와 몇몇 수납함도 알차게 마련했고 큼직한 스포츠 시트는 착좌감이 좋다. 다만 통 카폰 섀시를 적용한 결과 턱이 두껍고 발 공간이 좁다는 건 감수해야 한다. 레이싱 DNA를 품고있는 맥라렌의 성격을 생각해 감성 포인트로 접근하는 편이 낫겠다. 소재와 마감은 기대 이상이다. 질 좋은 가죽과 탄소섬유, 금속 소재가 정교하게 맞물려 완성도를 키운다. 바워스 앤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과 은은한 무드 조명은 덤이다.

 동력계는 V6 3.0ℓ 트윈터보 엔진에 95마력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 엔진 레이아웃을 120도 앵글로 배열해 무게 중심을 낮추고 압력 손실을 줄여 최상의 성능을 유지시킨다. 그 결과 최고속도 330㎞/h, 최고출력 680마력(엔진 585마력, 모터 95마력)과 최대토크 720Nm(유럽 기준)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3.0초, 200㎞/h까지 8.3초 만에 도달하며 성능을 증명하는 무게 대비 출력비는 동급 최고인 t당 488마력에 달한다.

 시동을 걸면 우렁찬 소리를 토해내며 달릴 준비를 마친다. 초기 발진 가속은 묵직하다. 예민하지 않아서 다루기 쉽고 일상 주행에서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낼 듯하다. 여기에는 부드러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한 몫 한다. 출발과 감속이 반복되는 순간에 적극 개입하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유도한다. 슈퍼 스포츠카가 일상에서 타기 불편하다는 편견을 말끔히 지운다.

 중속을 넘어서 고속으로 향하면 차의 본성이 깨어난다. 엔진 회전수를 튀기고 스로틀 양에 맞춰 거침없이 달린다. 놀라움도 잠시, 페달에 조금 더 힘을 주면 총알처럼 튀어나가며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이성과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속감이며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 사물이 사라지고 비현실적인 도로 위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다.

 8단 변속기는 후진 기어 없이 전진으로만 구성했다. 맥라렌이 하이브리드 슈퍼카를 위해 특별히 설계한 것이다. 후진할 때는 전기모터를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운전자 의도보다 훨씬 빠른 반응을 보이며 엔진의 능력을 배로 끌어올린다. 모터스포츠 기반 파워트레인 구성은 전혀 단점을 찾을 수 없다.

 아투라는 맥라렌의 초경량 아키텍처 MCLA를 적용한 첫 제품이다. 건조 중량은 1,395㎏에 불과하다. 군더더기 없는 차체 곡선미와 매끄러운 디자인도 두드러진다. 이는 MCLA 설계 덕분에 부품, 패널 등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그 진가는 굽이치는 코너에서 드러난다. 탄탄한 뼈대가 차를 온전히 잡으며 흔들림을 최소화하고 끈끈한 접지력을 가진 타이어와 낮은 무게중심이 만나 안정적인 탈출을 유도한다. 도로에 바짝 붙어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코너를 정복해 나간다. 각 코너마다 짜릿하고 통쾌한 감각을 맛볼 수 있으며 차에 대한 믿음은 저절로 커진다.

 지능적인 에어로 다이내믹 기술은 차를 더욱 묵직하게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다운포스 능력이 수준급이고 덕분에 고속에서 불안함이 없다. 욕심을 부려 속도를 올려도 안정감은 반비례하며 커지는 분위기다. 슈퍼 스포츠카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알게 해주는 신선한 충격이 연속으로 전해진다.

 EV 순수 주행 능력도 우수하다. 총 5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팩의 용량은 7.4㎾h이며 전기만으로 최장 31㎞를 달릴 수 있다. 표준 전기차용 전력 공급장치(EVS)로 충전 시 약 2시간 만에 배터리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여기에 날카롭고 즉각적인 스로틀 응답 성능을 담보하는 토크 인필도 장착했다.


 아투라는 맥라렌 전동화 기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차다.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폭 넓은 활용이 가능하게 세팅했으며 그만큼 다양한 상황에서 최적의 실력을 드러낸다. 드라이빙의 가치를 존중하고 운전자와 소통을 통해 능력치를 끌어 올리는 모습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라이벌은 바짝 긴장해야 할 듯하며 전동화 슈퍼 스포츠카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한편, 아투라는 기본 보증 5년(7만5,000㎞)을 제공한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6년(7만5,000㎞), 차체는 주행 거리 제한 없이 5년 보증이 주어진다. 가격은 2억9,0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