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여정의 동반자" 가치 강조
올해 혼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오랫동안의 침묵을 깨고 다양한 신차를 선보이는가 하면 온라인 플랫폼에도 적극적이다. 이 가운데 주목할 신차는 단연 CR-V다. CR-V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두터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준중형급 SUV에 속한다. 북미에서는 꾸준한 인기를 통해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한국에선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어오기도 했다. 하이브리드로 다시 한번 가치를 높인 CR-V 하이브리드를 만나봤다.
▲무난한 디자인과 상품성
외관은 튀지 않고 무난하다. 다양한 선 처리로 개성을 중요시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무딘 편이지만 또 하나의 개성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전면부는 혼다의 디자인 정체성이 두드러진다. 사각형의 헤드램프와 육각형 그릴을 이어 붙이고 날개 모양의 몰딩과 기하학적인 요소들로 내부를 채웠다. 범퍼와 흡기구는 입체적으로 마감해 밋밋함을 줄였다.
반듯하고 균형감 있는 측면은 박스형 차체와 캐릭터라인이 차를 더 크게 보이게 한다. 하부의 클래딩은 자와 콤파스를 활용해 그린 것처럼 오차를 허락하지 않는 생김새다. 여기에 검정색 19인치 알로이 휠과 루프레일을 검게 칠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후면은 D필러를 따라 트렁크 리드로 흘러 내려온 테일램프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전면부처럼 돌출된 아랫부분은 껑충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충분히 억제한다. 제품 전통에 따라 테일게이트를 최대한 아래까지 내려 트렁크 접근성을 높인 점도 돋보인다. 크기는 길이 4,705㎜, 너비 1,865㎜, 높이 1,690㎜, 휠베이스 2,700㎜다.
실내는 수평적인 구조로 개방감을 높였다. 여기에 간결한 구성을 짜 맞춰 직관성도 높다. 몇 가지 신선한 요소도 보인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송풍구는 그물망처럼 마감했고 도어트림, 센터페시아 등에는 매끈한 소재를 곁들였다. 가죽의 촉감은 평범하다. 그러나 주황색 바느질 마감을 통해 역동적인 감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아쉽다. 디지털 계기판은 7인치, 메인 모니터는 9인치로 12인치가 넘는 트렌드에 비춰보면 작다. 스티어링 휠 아랫부분의 열선 기능 버튼도 위치가 다소 어색하다. 편의품목은 보스 12 스피커 오디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핸즈프리 파워 테일게이트 등을 준비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통풍 시트가 없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공간은 차급을 뛰어넘는다. 특히 뒷좌석은 MPV 수준의 공간을 연출해 만족도가 높다. 이전 세대보다 늘어난 휠베이스가 많은 이점을 남겼다. 시트 등받이는 8단계로 조절해 눕힐 수 있다. 덕분에 패밀리카로 부족하지 않는 매력을 선사한다.
적재 공간은 기본 1,113ℓ다. 뒷좌석을 다 접으면 2,166ℓ까지 늘어난다. 트렁크 높이가 제법 낮아 차박을 하려면 별도의 평탄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 테일게이트가 위아래로 높게 열려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편안한 주행 감각
새 차의 핵심은 동력계다.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18.6㎏·m의 2.0ℓ 앳킨슨 엔진과 최고 184마력, 최대 34.0㎏·m의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이뤄졌다. 엔진의 경우 고압 직분사와 멀티 스테이지 분사를 결합한 연료 공급 시스템을 적용해 주행 상황에 따라 효율과 성능을 만족시킨다. 덕분에 연료 효율은 복합 14.0㎞/ℓ(도심 14.6㎞/ℓ, 고속 13.4㎞/ℓ)를 인증받았다. 짧은 시간 동안 급가속과 고속 주행이 잦았던 시승에선 14.9㎞/ℓ까지 표시됐다.
2개의 모터는 엔진 옆에서 각각 발전과 구동의 역할을 맡는다. 특히 구동 모터는 바퀴를 직접 굴려 엔진 이상의 동력을 만들어 변속기에 공급한다. 변속기인 E-CVT는 고속과 저속으로 클러치를 구분해 효율적인 주행을 이룬다. 이전 세대보다 자연스러운 가속 감각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다.
주행 감각은 편안함에 치중했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는 적당히 가벼워 선회가 쉽다. 하체의 움직임도 담백하게 노면 충격을 걸러내도록 조율했다. 주행 모드는 노멀, ECON, 스노우, 스포츠의 네 가지를 지원한다. 모드별 차이는 예상보다 크다. 설정에 맞는 성능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패들 시프르 레버로 조절하는 회생 제동 장치도 네 단계로 조절 가능한데, 차이가 작지 않다. 가장 강한 단계에 맞추면 원 페달 조작이 가능하다. 보다 적극적인 회생 제동을 하려면 B 모드를 쓰면 된다. 엔진 브레이크처럼 쓸 수 있어 긴 내리막길에서 유용하다.
정숙성은 수준급이다. 가솔린 하이브리드라는 특성이 존재하지만 혼다가 처음 전체 우레탄 커버와 소음·진동 흡음재를 채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안전 품목 중 하나인 혼다 센싱은 광각 카메라와 레이더 등을 활용해 레벨 2 자율주행 기능을 선사한다.
▲베스트셀러의 가능성
CR-V 하이브리드는 동급의 여러 제품이 그렇듯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는 상품성을 지녔다. 그러나 오랜 노하우를 집약한 하이브리드 기술력과 CR-V만의 제품력은 경쟁제품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가치를 선보인다. 화려하지 않아 주목도가 높진 않지만 막상 관심을 두면 꽤 괜찮은 매력 포인트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가격은 5,59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