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깊은 대형 컨버터블, 고성능과 GT 특징 어우러져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있어서 SL은 브랜드 가치와 정신을 높인 상징적인 차다. 약 70년 전 300 SL의 등장은 모두를 놀라게 했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역동적인 성능으로 대중에게 벤츠의 힘을 강하게 심어줬다. 이후 꾸준히 세대를 거듭하며 SL은 브랜드 품격을 대변하는 차로 선봉장 역할을 했다. 판매와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대중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차였다. 이러한 SL이 7세대 완전변경으로 돌아왔다. 특히, 수십년 역사에서 AMG가 독자 개발한 첫 SL로 재탄생하며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우려 한다. AMG SL 63 4매틱 플러스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긴 휠베이스와 보닛, 짧은 오버행, 날렵하게 경사진 전면 유리로 SL특유의 비율을 완성했다. 럭셔리 스포츠카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며 전체적인 형상을 둥글게 처리해 부드러운 인상도 전해진다. 반면 차를 꾸미는 각 요소는 날카롭고 예리하다.
AMG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은 강렬하고 넓은 프론트 엔드를 강조한다. 14개의 수직 슬랫과 커다란 공기 흡입구, 각을 세운 디지털 라이트 LED 헤드램프도 차의 존재를 키운다. 또 길고 평평한 보닛 형태와 보닛 위의 2개의 파워 벌지와 함께 전설적인 300 SL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볼륨감 있게 파인 휠 아치와 21인치 AMG 멀티 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 노란색 AMG 브레이크 캘리퍼는 차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퍼포먼스 버전의 경우 브레이크 캘리퍼를 브론즈 색상으로 마감해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뒤는 얇은 LED 리어 램프가 압권이다. 매우 크고 길게 표현돼 있어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차린다. 63 시리즈를 상징하는 사각 쿼드 배기구와 스포일러, 펜더에 붙은 V8 바이터보 레터링 등 각종 배지까지 완벽하다. 이 외에 AMG 크롬 패키지는 어떤 각도에서든 AMG만의 강렬한 역동성을 드러낸다.
실내는 300 SL의 미니멀리즘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이를 통해 아날로그와 최첨단 디지털 요소를 결합한 "하이퍼 아날로그"를 구현하고 있다. 제트기의 터빈 노즐에서 영감받은 송풍구 디자인은 12.3인치 운전석 계기반 및 11.9인치 센트럴 디스플레이 등의 최신 디지털 요소와 조화를 이룬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전동으로 12도에서 32도까지 각도 조절이 가능해 최적의 시인성을 갖췄다.
화면 안에는 눌러 볼 내용이 상당하다. 차의 모든 기능을 몇 번의 터치 만으로 활성화 시킬 수 있고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보는 맛을 살렸다. 실시간으로 각 바퀴 축에 전해지는 힘과 방향을 살펴볼 수 있고 쉽게 모니터링 하면서 실력을 연마할 수 있다. 또 공식 협업하고 있는 IWC의 파일럿 워치와 그라데이션 조명,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 등 감성 품질을 높이는 요소도 빠짐없이 넣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무선 카플레이, 열선 및 통풍 시트 등 평소 선호하는 기능은 전부 기본이다.
AMG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요소들도 대거 탑재했다. AMG 리얼 퍼포먼스 사운드는 밸런스(휠 회전 속도)와 파워풀의 두 가지 음향을 제공하며 탑승자의 청각을 만족시킨다. 이 외에 트랙 주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AMG 트랙 페이스는 조향 각도, GPS 위치 정보 등의 차 세부 정보와 레이스 트랙의 시간 기록을 상세하게 분석해 운전 실력 증가를 돕는다.
운전자와 탑승자의 머리 및 목 주변을 따뜻한 공기로 감싸주는 에어 스카프, 최적의 주행 환경을 지원하는 에너자이징 패키지 플러스, 에어 챔버와 진동모터를 활용해 총 3가지 마사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멀티컨투어 시트 등 다채로운 편의기능을 넣어 편안한 주행경험을 제공한다.
완전히 새로워진 2+2인승 시트 구조도 특징이다. 이전보다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이에 더해 헤드레스트와 등받이를 결합한 AMG 스포츠 시트는 역동적인 감성을 더한다. 소재는 넓은 영역에 나파 가죽을 둘렀고 AMG 알루미늄 센터콘솔 트림 등이 조화를 이뤄 고급감을 높였다. 장인 정신이 담긴 디테일은 최상의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다.
▲성능
신형 AMG SL63은 V8 4.0ℓ 바이터보 엔진과 AMG 스피드 시프트 MCT 9단 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585마력(5,500~6,500rpm), 최대토크 81.5㎏·m(2,500~5,000rp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3.6초가 소요되고 최고속도는 315㎞/h다. 효율은 ℓ당 복합 기준 6.3㎞를 보여준다.
시동을 걸면 AMG 특유의 굵은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상당히 묵직하고 웅장한 저음이다. 주행에서도 사운드는 시종일관 고막을 자극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이 느낌 그대로 스로틀을 열면 차는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맹렬히 달려나간다. 제법 큰 몸집을 가졌지만 매우 빠르고 날렵하게 질주하며 순식간에 속도를 올린다.
63 계열에 사용하는 V8 4.0ℓ 엔진은 물건이다.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극적인 성능을 선사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로 두면 진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반응이 뛰어나고 변속기와의 궁합도 좋아 동력 손실을 최대한 줄인다. 라이벌의 PDK처럼 칼 같은 느낌은 덜하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치고 빠지는 변속 패턴만큼은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원하는 순간에 알맞은 힘을 정직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도로 위에서 스트레스 없이 빠른 주행이 가능하고 주변 차들이 전부 뒤로 빠지는 기이한 현상도 경험하게 된다. 새롭게 개발한 유압식 서스펜션 시스템인 AMG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노면의 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최적의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여기에 벤츠의 자랑인 우수한 고속안정성까지 더해져 장거리 이동에서도 부담이 없다. 컨버터블은 오래 타면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을 완벽히 지운다.
더욱이 이번 7세대 SL은 약 70년의 역사 가운데 최초로 4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기본으로 들어간 AMG 퍼포먼스 4매틱 플러스 4륜구동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 따라 프론트 액슬과 리어 액슬에 지능적이고 가변적으로 토크를 분배해 최적의 구동력을 지원한다. 접지력을 높여 민첩한 코너링이 가능하고 동력 손실도 최소화하는 일등공신이다. 여기에 SL 최초로 리어 액슬 스티어링 시스템까지 탑재해 민첩하면서도 안정적인 조향이 가능하다.
SL에는 AMG만의 장기를 드러내는 고성능 요소들을 포함한 AMG 다이내믹 플러스 패키지를 장착했다. AMG 전자 제어식 리미티드 슬립 리어 디퍼런셜은 다양한 주행 조건 속에서도 양쪽 휠에 힘을 최적의 비율로 분배하며 민첩한 차량 조작과 최대의 주행 안전성을 보장한다. 주행 상황을 감지해 차체와 엔진을 최적의 방식으로 연결하는 다이내믹 AMG 엔진 마운트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계점을 높이며 주행을 돕는다.
여러 장점들이 모여서 굽이치는 코너에서는 예전 SL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보다 절도있게 움직이고 운전자가 원하는 의도를 미리 예측한 뒤 몸을 튼다. 언제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자신감도 심어준다. 보다 빠르게 공략할 수 있으며 위험한 상황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몸집이 작고 탄탄한 로드스터를 모는 기분마저 든다. 즉 운전이 즐겁고 경쾌하다.
신나게 와인딩 로드를 달린 뒤 다시 고속 직선구간에 차를 올려 놓았다. 이 곳에서는 오랜 시간 갖고 있었던 차의 정체성이 빛을 냈다. 편하면서도 빠르고 안정적인 GT 감각이 살아난 것. 지면과 바짝 붙어 차분하면서도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구현한다. 물론 과정은 매끄럽고 신속하며 쾌적하다. 라이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강점이며 탑승자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낸다.
마지막으로 풍부한 안전 품목과 능숙한 반 자율주행 기능은 내 차의 자신감을 높이는 요소다. 벤츠의 주행보조 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는 지능적이며 자연스럽다. 차간 거리는 물론, 차로 중앙에 대한 인식률이 좋고 전방에 차가 나오고 들어오는 과정 및 각이 큰 곡률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모든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장거리 여정도 거뜬하다.
▲총평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SL의 라이벌은 포르쉐 911 카브리올레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가격을 고려하면 카레라4 GTS 카브리올레가 맞지만 출력에서 한참 모자란다. 반대로 성능을 맞춘다면 터보 S 카브리올레가 적합하지만 이번에는 가격이 5,000만원 이상 비싸다. 여러모로 SL은 절묘한 위치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교를 넘어 SL와 911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차다. 911이 적극적인 운전에 몰입한다면 SL은 스포츠 드라이빙의 영역도 해내면서 GT카의 성격까지 갖췄다. 열정적으로 서킷을 질주할 수도 있고 장거리 크루징 주행에도 문제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아름다운 디자인과 고급 소재, 모두가 인정하는 헤리티지까지 가졌으니 SL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 듯하다.
메르세데스-AMG SL 63은 4매틱 플러스와 4매틱 플러스 퍼포먼스로 나뉘며 가격은 각각 2억3,360만원, 2억5,86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