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로망 품은 2인승 로드스터
-BMW 특유의 운전 재미는 여전해
작은 차체와 아름다운 디자인, 오픈 톱 에어링이 가능한 2인승 로드스터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차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제조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로드스터를 점점 없애고 있는 것. 이렇게 탈 것의 낭만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BMW는 명맥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브랜드 정체성에 맞춰 경량 스포츠카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Z 시리즈의 부활을 알렸다. 약 3년전 코드네임 G29로 명명한 3세대 Z4가 이번에는 부분변경을 거쳐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완성도를 높인 새 차는 변치 않은 믿음과 재미를 품고 모두가 바라는 로망을 실현시켜 준다.
운전석에 앉아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지붕을 여는 것이다. 센터터널 한 쪽에 위치한 레버를 당기면 빠르게 톱을 열고 닫을 수 있다(시속 50㎞/h 이하 속도에서 10초 만에 작동 가능). 따사로운 가을 햇살과 선선한 바람,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오감을 만족시킨다. 기분 좋은 상황은 주행을 하면서 배가 된다. 시시각각 바뀌는 빛의 양과 흘러가는 주변 사물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오직 Z4를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이다.
조금씩 속도를 올리면서 차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시승차는 s드라이브20i로 BMW 트윈파워 터보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97마력, 최대토크 32.6㎏·m의 힘을 내며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걸리는 시간은 6.6초다.
물론 매운맛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M40i도 있다. M 퍼포먼스 트윈파워 터보 기술의 직렬 6기통 3.0ℓ 엔진을 탑재해 최고 387마력, 최대 50.9㎏·m를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100㎞/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4.1초다. 모든 엔진은 최신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변속기와 결합한다.
가속페달 반응은 매끄럽다. 조금 깊게 밟아도 엔진 회전수를 껑충 올리며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폭발적인 가속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부드러운 회전질감에 맞춰 꾸준히 속도를 올리는 분위기다. 그만큼 언제든지 스로틀을 가져가도 차는 침착하고 여유롭게 대응한다. 운전이 쉽고 부담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밋밋하거나 재미없는 차는 결코 아니다. 스포츠 모드에 두고 차를 다루면 BMW 특유의 본성이 깨어난다. 여기에는 ZF 8단 자동변속기가 큰 역할을 한다. 변속감이 상당히 우수하고 기어비도 극단적으로 짧아 조금만 속도를 올려도 순식간에 고단에 맞물린다. 빠른 엔진 반응을 유도하면서 경쾌한 달리기에 일조한다. 자연흡기 엔진처럼 꾸준하게 치솟고 단수가 떨어질 때는 단호하게 처신한다. 주저하거나 타이밍을 놓쳐 성능에 손해 보는 일이 없다.
부분변경으로 오면서 달라진 점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바로 대응폭을 넓힌 하체 세팅과 승차감이다. 먼저 서스펜션은 어느 정도 승차감과 타협한 모습이다. 딱딱하거나 불편하지 않고 도로의 굴곡을 차분히 거른다.
오픈 톱 에어링 시에는 오히려 이상적인 세팅이다. 여기에 앞뒤 50:50 무게 배분과 낮은 무게중심, 고효율적 공기역학 설계를 통해 민첩하면서도 정교한 핸들링 감각을 제공한다. 프론트 더블조인트형 스프링 스트럿 액슬과 5링크 리어 액슬을 결합한 섀시 기술은 민첩한 주행 성능과 안락한 승차감을 매력적으로 조화시킨다.
코너에서는 경량 스포츠카의 특징이 온전히 드러난다. 1,000㎏ 초반의 극단적인 몸무게와 짧은 차체가 어우러진 결과인데 근손실 없이 탄탄한 차체가 완성도 높은 주행을 구현한다. 스티어링 휠 반응과 코너에서의 움직임은 나무랄 데가 없다. 무게중심도 낮아서 안정감을 높인다.
앞에 달린 커다란 엔진과 긴 보닛은 코너 진입 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지능화된 하체 세팅과 자세제어장치가 단점을 상쇄한다. 반대로 코너를 탈출할 때는 뒷바퀴에 모든 힘이 담겨있어 순식간에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고 짜릿한 손맛도 느낄 수 있다. 능숙하게 다루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차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재미와 스릴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물건이다.
이처럼 Z4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교감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운전 실력과 믿음은 저절로 커진다. 감성과 이성 사이를 줄타며 운전자의 흥분과 냉철한 판단을 저울질한다. 내 차의 엔진과 변속기, 트랙션 컨트롤을 파악하고 환상적인 핸들링까지 연마하게 되면 하루 종일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
끊임없이 자신을 설득해 겨우 차에서 내렸다. 비로소 우아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전작과 비교해 길이는 85㎜ 길어지고 너비는 75㎜ 늘어났다. 반대로 휠베이스는 26㎜ 줄어들었다. 앞바퀴를 조금 더 안쪽으로 당기고 뒷바퀴 바로 앞에는 운전석을 위치해 50:50 무게 배분을 맞춘 것이다. 롱노즈 숏데크 구조를 가졌지만 최대한 가운데에 무게중심을 위치해 미드십 스포츠카와 같은 균형감을 유지했다. 또 활용도가 높은 새 플랫폼은 무게도 수 십㎏이나 낮출 수 있었다.
부분변경 폭은 크지 않다. 범퍼만 조금 날카롭게 다듬었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Z4는 원래부터 잘생겼다. 신형이라고 일부러 뜯어고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모난 곳 없이 단정하게 디자인한 헤드램프와 적당한 크기의 키드니 그릴, 크롬보다는 유광블랙 재질을 사용해 젊은 감각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옆은 Z4의 시그니처와도 같다. 곧게 뻗은 캐릭터 라인과 늘씬한 도어, 바짝 기울인 A 필러가 대표적이다. 큼직한 19인치 휠과 세로로 길게 자리 잡은 앞쪽 팬더 공기흡입구도 멋있다.
뒤는 굴곡진 가로형 테일램프가 보라빛 컬러와 어우러져 매혹적인 눈빛으로 유혹한다. 차가 더 넓어 보이는 효과도 동시에 안겨준다. 윈드 디플렉터와 접힌 소프트톱, 트렁크 비율도 매우 좋다. 심지어 트렁크는 끝을 올려 일체형 스포일러 역할도 대체한다. 투톤으로 처리한 디퓨저와 듀얼 배기구, 멋있고 두툼한 "Z4" 배지는 뒤태의 방점을 찍는다.
실내는 익숙하다. 운전자 쪽으로 치우친 센터페시아와 디지털 계기판, 두툼한 M 전용 스티어링 휠만 봐도 알 수 있다. 각종 기능을 다룰 수 있는 변속레버 주변은 정갈하다. 메모리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열선 스티어링휠과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 등 웬만한 편의 품목은 다 탑재돼 있다.
패널이 맞물리는 이음새에는 얇은 LED 조명을 넣었는데 야간에 톱을 열고 주행할 때는 감동이 배가 된다. 또 직선과 각을 살린 대시보드 및 도어 안쪽 디자인은 마치 잘 만든 조형물을 보는 것 같다. 수납은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알짜배기 공간을 만들어 활용도가 좋다. 도어 안쪽과 센터터널, 글러브 박스, 시트 뒤에도 꽤 공간이 나온다. 트렁크는 소프트톱 개폐와 상관없이 281ℓ의 동일한 공간이 나온다.
Z4는 온통 새롭고 놀라운 즐거움으로 탑승자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상황에 맞춰서 최적의 실력으로 모두에게 사랑 받을만한 조건을 갖췄다는 뜻이다. 신형으로 오면서 부담을 덜어내고 주행 모드별 차이를 구분 지어 팔색조 매력을 드러낸다. 여기에 라이벌뿐만 아니라 고성능 Z4와 비교해서도 매우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가치는 더 커진다. 이 모든 게 모여 아름다운 계절에 Z4는 최고의 낭만과 추억, 로망을 선물한다.
가격은 s드라이브20i M 스포츠 패키지 7,250만원, M40i 9,64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