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 선호하는 기능 대거 기본 장착
-안정된 주행감각, 우수한 파워트레인 특징
BMW 베스트셀링 세단 5시리즈의 완전변경 신형이 한국땅을 밟았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8세대 제품으로 독보적인 디자인, 역동성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주행감각, 혁신적인 편의기능 및 첨단 디지털 서비스 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 세단에 걸맞게 세계 최초로 한국에 출시했고 종류도 폭 넓게 마련했다. 가솔린과 디젤, 고성능 버전은 물론 순수 전기차 i5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소비자 만족을 높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트림은 단연 520i다. 기본형으로 라인업 내 가장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상품성을 갖춰 줄곧 사람들의 인기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BMW 역시 탄탄한 상품 구성을 갖추고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해 가치를 끌어올렸다. 매력을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520i M스포츠 키를 건네 받아 시승에 나섰다.
▲신형다운 모던한 감각이 일품인 디자인
외관은 크고 긴 차체가 제일 먼저 다가온다. 그만큼 부쩍 듬직하고 늠름해진 모습이다. 실제로 이전 세대보다 길이는 95㎜, 너비와 높이는 각각 30㎜, 35㎜ 증가했다. 예전 7시리즈 수준까지 왔으며 앞뒤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도 20㎜가 늘어 매우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늘씬한 캐릭터라인과 완만하게 내려앉은 루프 등 곳곳에서 차의 존재감을 높이는 요소도 대거 찾아볼 수 있다.
앞은 4개의 조명으로 이루어진 헤드라이트가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전과 비교해 크기는 줄이고 안쪽 그래픽 구성은 화려하게 다듬었다.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도 옆으로 위치를 옮겼다. M스포츠 패키지에는 라디에이터 그릴 조명인 "BMW 아이코닉 글로우"가 기본다. 새로운 키드니 그릴과 조화를 이뤄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외에 여러 겹으로 나눈 범퍼와 공기흡입구는 마치 잘 만든 조각품을 보는 것 같다.
옆은 균형감 있는 19인치 휠이 인상적이다. 가장자리를 유광 블랙 장식으로 감싸 공기역학에도 신경 쓴 모습이다. 차체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도어 캐치도 마찬가지다. 이 외에 호프마이스터킥을 재해석한 C필러와 숫자 5를 음각으로 새겨 차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뒤는 트렁크 위쪽에 붙은 테일램프를 통해 존재를 키웠다. 두 줄의 넓은 제동등과 잘 어우러지며 투톤으로 처리한 범퍼는 안정적인 비율로 전체적인 모습을 완성한다.
▲부족한 부분을 찾기 힘든 실내와 구성
실내는 신형 5시리즈의 대담한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운전자 중심 구조를 지향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센터페시아가 무척 마음에 든다. 여기에는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한몫 한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차별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 안쪽으로 오목한 모습이 콕핏을 연상시키고 흐름에 맞춰 센터페시아도 살짝 틀어 놓았다. 덕분에 운전자는 주행 몰입도를 높이고 차와 교감을 키운다.
화면 속 최신 운영체제도 탑재했다. 새로운 "퀵셀렉트" 기능을 넣었는데 하위 메뉴로 진입하지 않고도 운전자가 원하는 기능을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유튜브 앱을 내장했고 eSIM 서비스를 가입할 경우 별도의 스마트기기 연결 없이도 차 내 디스플레이로 5G 동영상 스트리밍 이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에어콘솔 게이밍 플랫폼과 협력해 실내 게임 기능을 지원한다. 이처럼 무궁무진한 인포테인먼트 활용이 가능해 내 차로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익히는 걸 추천한다.
편의 및 안전 품목은 넉넉하다. 기본형이라고 무언가를 덜어내거나 줄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먼저, 모든 트림에 어댑티브 LED 헤드라이트, 대형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통풍 기능을 추가한 앞좌석, 트래블 & 컴포트 시스템, 전동식 트렁크,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 등을 기본으로 채택했다. M스포츠 패키지는 라디에이터 그릴 조명과 하만 카돈 하이파이 사운드 시스템도 들어있다. 운전석과 동승석 열선 및 통풍 시트, 무선 카플레이, 면적이 커진 헤드업디스플레이 등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꼭 필요한 기능을 알차게 넣었다.
감성 품질도 상당하다. 질 좋은 가죽을 비롯해 적재적소에 넣은 금속 느낌 소재, 크리스털 등이 호화롭다. 여러 소재들로 꾸민 깔끔한 패널은 조화롭고 아쉬움이 없다. 백라이트를 적용한 크리스탈 디자인의 인터랙션 바는 아니지만 유광 블랙과 조명으로 덮은 장식도 충분히 마음에 든다. 실물로 볼 때 훨씬 고급스럽고 여러 조명과 무늬가 어우러진 형상, 커브드 디스플레이 블랙 배젤과 일체형 느낌까지 들어서 전체적으로 만족을 키운다. 터치 방식의 조작 패널이 통합돼 운전자와 차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며 기능적인 부분은 동일하다.
뒷좌석은 커진 차체의 혜택을 가장 많이 봤다. 넓은 무릎 공간과 머리 위 공간, 큼직한 시트까지 조화를 이뤄 안락한 착좌감을 구현한다. 송풍구와 전용 USB C-타입 충전 포트, 컵홀더 겸 팔걸이, 세 단계로 조절 가능한 열선시트 등 대부분의 편의품목은 기본으로 넣었다. 도어 안쪽을 비롯해 수납할 공간도 제법 많다. 네모 반듯한 트렁크는 적당한 수준이며 가운데 시트를 폴딩해서 세로로 긴 짐도 거뜬히 넣는다.
▲정제된 파워트레인, 세련된 주행 실력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가는 520i는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1.6㎏∙m를 낸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 맞물리며 후륜구동 방식이 기본이다. 이와 함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탑재해 더욱 강력한 주행 성능과 높은 연료 효율을 지원한다.
시동을 걸었을 때 느끼는 변화는 정숙성이다. 엔진이 깨어났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조용하다. 가속페달을 밟고 속도를 올리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마치 전동화 파워트레인 차를 모는 것처럼 스르륵 앞으로 나간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 덕분인데 초기 전기에너지가 부드럽게 엔진을 보조하면서 이 같은 부드러운 가속감을 연출할 수 있었다.
중속으로 넘어가 한 번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내달린다. 출력과 토크 숫자보다 훨씬 높은 힘을 경험할 수 있다. 그만큼 시원한 가속을 제공하며 도로 위를 빠르게 질주한다. 재 가속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추가로 전달하는 펀치력 또한 놀랍다. 열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파워트레인 성격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아이코닉 사운드가 활성화 되면서 역동적인 맛을 전달한다. 민첩해진 스로틀 반응부터 묵직한 스티어링 휠, M 스포츠 서스페션이 주는 노면 질감까지 모두 어우러져 유쾌한 반응을 이끌어낸다. 분명히 크고 긴 세단인데 차의 거동만큼은 콤팩트한 해치백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기본형 520i라고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거나 밋밋한 성격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주행 모드별 차이를 극적으로 나누고 예리하게 질주하기 때문이다. 유연하면서도 정확한 핸들링은 운전을 즐겁게 하고 깔끔한 응답을 이끌어내 믿음을 심어준다. 이와 함께 한 층 다듬어진 하체세팅은 불쾌한 승차감을 전달하지 않아서 탑승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준다.
주행 보조기능은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안전에 대한 타협은 없기 때문에 지능화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을 기본으로 넣었다. 스톱 앤 고 기능을 포함해 차간 거리 제어 기능과 차로 유지 보조를 통해 장거리 주행과 시내 교통상황에서 편리한 주행을 지원한다. 차가 끼어들거나 나오는 상황, 굴곡이 심한 곳 등 여러 변수에도 의연하게 대처한다.
주차 및 후진 보조 기능을 포함한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도 제법 활용도가 높다. 시야 확보가 어렵거나 각이 나오지 않을 때 큰 도움을 준다. 이처럼 주차장이나 골목길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고 파킹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기능은 최장 200m까지 자동 주차 또는 저장된 주행을 수행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심지어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차 밖에서도 운전자가 주차 및 제어를 할 수 있다.
▲신경 써서 책정한 합리적인 가격
BMW코리아는 5시리즈 국내 출시 가격을 트림에 따라 520i 6,880만원~7,330만원, 523d 7,580만원~8,330만원, 530i 8,420만원~8,870만원, i5 9,390만원~1억3,890만원으로 책정했다. 완전변경 신형임에도 불구하고 인상폭을 최소화한 것이다.
특히, 인기 제품이자 시승차인 520i의 경우 물류비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당초 7,000만원대를 훌쩍 넘어 시작할 것이라던 여러 의견과 다르게 6,000만원 후반에서 7,000만원 초반이라는 합리적인 숫자를 선보였다. 이는 이전 세대 520i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완전 및 부분변경, 심지어 연식변경을 거치면서도 무차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라이벌과 비교하면 매우 이상적인 숫자다.
더욱이 신형의 상품성을 놓고 보면 매력이 크게 다가온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기능을 대거 넣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면서 일각에서는 가성비라는 단어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E-클래스는 내년 신형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7,000만원을 훌쩍 넘기며 시작하고 아우디 A6 역시 6,000만원대의 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형 520i의 구매 가치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내려올 생각하지 않는 굳건한 포디움
신형 5시리즈는 큰 폭의 변화를 통해 새 시대를 맞이하려는 BMW의 의지가 반영된 차다. 그만큼 매우 과감하고 도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신선하게 바뀐 디자인부터 지능화된 디지털 요소, 넓어진 공간, 성숙해진 파워트레인까지 어느 한 부분 아쉬운 구석이 없다.
여기에 차별을 두지 않으려 노력한 상품구성은 기본형인 520i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었고 소비자가 원하는 편의 및 안전 품목을 온전히 탑재했다는 사실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국내 수입차 판매 포디움은 쉽게 바뀌지 않을 듯하며 5시리즈의 건제함은 라이벌들에게 적지 않은 긴장감을 안겨다 줄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