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국내 최대 규모 자율주행 경진대회
-양산차 사용하고 챌린지 난이도 대폭 올려
-매우 높은 대학생 알고리즘 기술 인상적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10일 대학생 대상 자율주행 경진대회인 "2023 자율주행 챌린지" 본선 대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던 건 패독 앞에 전시된 부서진 자율주행 차였다. 회사는 부서진 차들이 실패의 교훈이자 더 나은 시스템 개발을 위한 자료가 된다며 전시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꾸준한 개선을 거듭해 완성도 높은 차들이 본선에서 좋은 실력을 보였다며 대학생들이 직접 코딩한 자율주행차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올해 자율주행 챌린지는 세계 최초로 양산차 기반의 서킷 자율주행 레이싱 경기로 개최된 점이 특징이다. 실제 레이싱 경기와 같이 3대의 자율주행차가 동시에 출발해 2.7㎞의 용인 스피드웨이 좌측 코스 총 10바퀴를 돌며 누가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는 지를 겨룬다. 그만큼 기존 자율주행 챌린지에 비해서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졌다.
그 결과 예비 주행에서 여러 자율주행 차들이 변수에 대응하지 못하고 사고가 발생했다. 경미한 파손은 빠르게 수리해 다시 서킷을 달렸지만 손상이 큰 차들은 각 부스 앞에 배치해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직접 살펴보게 했다. 이에 현대차, 기아 CTO 김용화 사장은 "차를 개발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파손된 차가 주는 도움이 크다"며 "수 많은 시험을 하면서 파손된 것들은 이 자체가 데이터가 되고 우리에게는 너무 소중한 자료이기에 숨기지 않고 노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사람들은 물론 학생들도 부서진 차를 살펴보고 문제점을 찾기 위한 토론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기록된 데이터와 비교하며 수정할 부분을 찾고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을 보며 열정과 노력에 저절로 응원하게 됐다.
자율주행 대회에 아이오닉 5를 사용했다는 점에서도 많은 의미를 지닌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별도 제작된 차를 활용했다면 보다 역동적인 장면이 나왔을 수 있지만 실생활에서 타는 양산차를 그대로 로직만 바꾼 후 별도의 센서만 장착해서 진행했기 때문에 한국 내 자율주행 시대가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선 대회와 비교했을 때 높아진 난이도와 이에 적응하는 차들의 능력도 상당했다. 김용화 사장은 "2년 간격으로 올해 7회째를 맞는데 고속 서킷에서 동시에 여러 대가 출발한 건 처음이었다"며 "이는 곧 10대, 20대, 100대가 될 수도 있으며 지금의 도로 상에서 안전한 자율주행을 기대하는 가능성을 높인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대학생 기술 개발 수준은 매우 크게 올라왔다. 김 사장은 "굉장히 놀랐다"며 "차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사람들이 아닌 학생들이 로직을 직접 짜와 좋은 결과를 냈다는 점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알고리즘을 짜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며 "수 많은 노력과 열정이 들어간 것으로 판단되기에 2년 뒤 대회가 더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대회에선 건국대가 우승을 차지했다. 리얼 트랙 부문 최종 우승팀인 건국대 오토KU-R 팀장 나유승 학생은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해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거둬 기쁘다"며 "그간 연구하며 쌓아온 자율주행 기술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현대차그룹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1위를 차지한 건국대 오토KU-R팀에게는 상금 1억 원과 함께 미국 견학 기회가, 2위 카이스트 유로카-R팀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싱가포르 견학 기회가 주어졌다. 인하대 AIM팀에게는 챌린지 상과 함께 상금 500만 원이 주어졌다. 1, 2위 수상팀에게는 추후 서류 전형 면제 등 채용 특전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