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버릴 게 없다

입력 2023년11월16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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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폐배터리, 국내법상 폐기물
 -배터리 업계, 순환 체계 위한 법적 근거 요구

 전기차용으로 쓰고 난 배터리는 폐기물인가 아닌가? 현행 국내 법 체계 상에선 폐기물이다. 폐기물관리법 제2조에 따라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 활동에 필요하지 않게 된 물질인 탓이다. 그런데 자동차에 사용된 배터리는 이미 재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자 배터리 순환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인식한 민간사업자들이 아예 정부에 배터리 순환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난 14일 배터리기업 및 전기차 제조사가 참여한 배터리연맹은 2030년까지 연평균 50% 이상 급성장이 예상되는 사용 후 배터리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에 규제 완화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유통, 임대, 리스, 교체, 보관 등의 새로운 산업 형성은 물론 다양한 분야로 배터리의 역할을 확산시키자는 제안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사용 후 쏟아져 나오는 전기차 배터리는 무려 1,300만개에 달하고 한국에서도 42만개의 사용 후 배터리가 쌓일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 배터리를 모두 재활용하면 약 17만대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핵심광물을 확보할 수 있다. 배터리 자체가 광물을 함유했다는 점에서 소재를 추출, 원천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유럽연합과 미국, 중국 등이 이미 순환 체계 구축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한국은 순환 체계가 다소 늦다.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 자체를 폐기물로 취급, 관리하는 탓이다. 사용자에 따라 다르지만 업계에선 통상 전기차를 10년 가량 사용하면 배터리 잔존 수명은 70~80%로 파악한다. 따라서 차체는 고철로 되돌아가도 배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재사용이 가능하다. 에너지 저장장치(ESS)로 쓸 수도 있고 작은 배터리로 소분(小分)해 개인 맞춤형 이동 수단에 사용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순환자원 인정제도를 통해 사용 후 배터리 산업화를 지원하지만 배터리의 출생부터 폐기까지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는 아직 없다는 게 민간 사업자들의 호소다. 


 배터리 순환 체계의 필요성에 공감한 민간 사업자들이 최근 정부에 제안한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민간 중심의 사용후 배터리 거래 체계 구축을 위해 배터리 전주기 통합이력관리시스템을 만들고, 공정한 거래 시장 조성을 위한 시장거래 규칙을 제정하며, 재생원료 사용을 일정 부분 의무화 하자는 방안이다. 동시에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배터리 순환 체계에선 어떤 사업들이 펼쳐질 수 있을까? 민간 사업자들이 구체적으로 구분한 사업은 배터리 취득, 판매, 활용 사업이다. 취득은 분리 및 보관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주로 폐차 및 정비 업계의 참여가 예상된다. 판매 사업자는 공정한 거래 관리 및 잔존수명의 객관적 평가 사업에 포함된다. 일종의 부동산 중개업처럼 배터리 위탁 판매 등의 자격을 갖추자는 내용이다. 활용 사업자는 실제 재제조, 재사용, 재활용에 배터리를 쓰는 것으로 목적별로 전문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신사업군의 원할한 형성을 위해 거래는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한편, 민간사업자들의 제안에 대해 산업부는 관계 부처 및 국회 논의 등을 통해 배터리 순환 체계의 법적 근거 마련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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