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수치 훌쩍 넘기는 실 주행거리
-효율적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 기술 돋보여
BMW가 지난달 세계 최초로 한국에 신형 5시리즈를 출시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입차 중 하나인 만큼 가솔린과 디젤, 전동화 파워트레인 등 폭 넓은 선택지를 동시에 마련한 게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순수전기차(BEV) i5는 단연 스타였다. 브랜드의 지능화된 기술력을 총 집합했으며 프리미엄 BEV 시장의 변화를 불러일으킬만한 상품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반면, 300㎞대의 주행가능거리는 다소 아쉬웠다. 보수적인 환경부 인증 수치임을 감안해도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숫자다. 이에 직접 i5를 타고 실 전비와 주행거리 테스트에 나섰다. 결과는 예상대로 국내 인증보다 높은 숫자를 기록했고 기대 이상의 놀라운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공정한 테스트를 위한 절대값 세팅
출발은 삼성동 파르나스 호텔 지하 4층에 있는 BMW 차징스테이션이었다. 미래지향적인 분위기의 화려한 조명이 인상적이며 최다 6대의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완속과 급속 둘 다 마련했고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참고로 BMW코리아는 올해까지 누적 전기차 충전기 수 1,100기 설치를 계획하고 있으며 내년 1,000기를 추가하면 총 2,100기 규모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이는 현재 한국 내 자동차 브랜드가 공급하는 전체 전기차 충전기의 50% 이상에 육박하는 숫자다.
테스트에 나선 차는 i5 e드라이브40이다. 1개의 전기 모터를 후륜에 넣고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초에 가속하며 BMW 특유의 역동적인 주행감각을 품고 있다. 배터리는 81.2㎾h 리튬이온 타입이며 환경부 인증을 받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84㎞, 전비는 4.1㎞/㎾h 수준이다. 21인치 휠을 탑재한 결과인데 400㎞를 훌쩍 뛰어넘는 WLTP와 비교해도 국내 인증은 야박하다.
먼저, 전원 버튼을 누르니 계기판에는 97% 충전이 되어있었고 주행가능 거리는 442㎞를 가리켰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몇 가지 기준을 정했다. 에어컨은 21~24도, 바람 새기는 1~2단에서 조절했다. 주행 모드는 일반 컴포트로 설정했고 각 도로별 제한속도를 기준으로 +, - 10㎞/h로 달렸다. 회생제동은 자동으로 두었으며 별도의 반 자율주행 기능은 사용하지 않았다. 지극히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운전한 것이다.
목적지는 가평으로 중미산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하는 코스다. 편도 65㎞, 왕복 130㎞ 구간이며 복귀 후 주행거리와 남은 주행가능거리를 더한 값을 확인하기로 했다. 또 전비를 기준으로 더 정확한 주행거리도 같이 산출했다. 이 같은 세팅을 마친 뒤 기대감을 높이며 가속페달로 발을 옮겼다.
▲완성도 높은 고급스러운 주행감
차는 매우 부드럽게 나간다.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리며 여유롭게 치고 나간다. 강한 전기에너지를 한 순간에 쏟아내지 않으며 그만큼 이질감 없이 질주한다. 굼뜨거나 답답한 반응은 느끼기 힘들다. 언제든지 원하는 속도에 알맞게 차를 올려 놓는다. 부담 없이 운전이 가능하며 미끄러지듯이 나가는 감각이 무척 훌륭하게 다가온다.
i5 도로 흐름에 맞춰서 여유롭게 질주한다. 그만큼 페달의 양을 매우 적게 활용해도 충분히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놓는다. 우수한 정숙성 덕분에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내가 생각했던 숫자보다 계기판 속 바늘이 높게 찍혀있는 상황도 쉽게 볼 수 있다. 소리 없이 강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신속하게 속도를 올린 뒤에는 재빠르게 전기 에너지 사용을 낮춰 타력 주행을 이끈다. 이 과정에서 전비는 크게 오르게 된다. 심지어 가다 서다가 지속되는 정체 구간에서는 전기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듯하다. 파란색 계기판 속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경험하면 더욱 깊은 만족으로 다가온다.
중속을 넘어 고속 영역에 도달하면 쾌적한 주행감각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한 단계 풍부한 힘을 바탕으로 훨씬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육중한 차체를 잊을 정도로 순식간에 고속 영역에 진입하며 제법 즐거운 운전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서스펜션이 큰 역할을 하는데 낮은 무게중심과 어우러져 뛰어난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물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부드럽고 플래그십 세단과 비교해도 전혀 아쉽지 않다.
능동적인 회생제동 시스템은 한 단계 진화했다. 앞 차와의 거리를 파악하고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데 반응이 무척 자연스럽다. 차가 갑자기 끼어들고 나가는 상황에서도 시스템은 당황하지 않는다. 심지어 운전자가 의식적으로 밟는 내연기관차 제동보다도 매끄러운 수준이다. 복잡한 교통 흐름 속 적응형 회생제동은 최적의 반응으로 탑승자 모두에게 깊은 만족을 줬다. 스트레스가 없고 쾌적한 실내 주행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모두를 놀라게 한 결과
대망의 주행거리 점검 시간이다. 반환점으로 향하는 순간에는 굽이치는 중미산 고갯길을 만났고 전비가 다소 떨어졌다. 그 결과 중간 지점에서 배터리는 73%가 남았고 주행가능거리는 364㎞를 가리켰다. 반대로 복귀하는 순간은 내리막길 및 정속주행 코스가 많아 빠르게 숫자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총 131㎞를 움직인 뒤 다시 출발점에 돌아왔을 때 배터리는 72%가 남았고 주행가능거리는 446㎞를 나타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1회 충전 시 577㎞를 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와 함께 맨 처음 출발했을 때보다 4㎞ 더 늘어났고 중간 지점과 비교해서는 단 1%만 떨어졌을 뿐이다. 같이 참가했던 인원들 모두가 감탄사를 내질렀고 차의 능력을 보면서 깊은 신뢰와 믿음이 저절로 쌓였다.
조금 더 정확한 측정을 위해 주행 후 전비(6.5㎞/㎾h)와 배터리 용량을 대입해 계산했더니 1최 충전 시 최장 528㎞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구간 및 나들이 차들과 맞물려 다소 정체된 곳이 있었지만 히터를 마음 놓고 틀면서 가끔 스포츠 모드까지 사용한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숫자다. 전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다룰 줄 아는 BMW의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능력을 온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늠름한 자태, 섬세한 사용자 환경
주행 테스트를 마친 뒤 마음 놓고 차를 살펴봤다. 앞은 BMW를 대표하는 트윈 헤드라이트와 BMW 키드니 그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새로운 디자인의 주간주행등을 장착한 헤드라이트는 간결하면서도 날렵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릴 조명인 "BMW 아이코닉 글로우" 역시 새 그릴과 조화를 이뤄 더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옆은 측면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전면 그릴, 높은 숄더 라인, 뒤쪽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뚜렷한 캐릭터 라인 등을 통해 매끈하면서도 역동적인 볼륨감을 강조했다. 뒤는 얇고 간결한 디자인의 테일램프가 멋을 더하며 조각을 지어놓은 투톤 범퍼가 힘있는 후면부를 완성했다. 공기 역학과 멋을 모두 챙긴 20인치 휠은 i5의 또 다른 킬링 포인트가 된다.
실내는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는 완전히 디지털화한 스크린을 구성한다. 배젤도 상당히 얇아 만족을 더한다. 이 외에 D컷 스티어링 휠은 두툼하며 손에 쥐는 맛이 좋다. 이와 함께 햅틱 피드백을 적용한 컨트롤 패널과 센터 콘솔 역시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했다. 기어 셀렉터 역시 스위치 방식의 새 구조를 반영했다.
7시리즈를 통해 선보인 인터랙션 바는 감성 품질을 한 단계 높인다. 백라이트를 채택한 크리스탈 디자인의 바(bar)는 계기판 하단과 대시보드를 가로질러 양쪽 도어 패널까지 펼쳐진다. 터치 방식의 조작 패널과 통합해 운전자와 차의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송풍구를 바로 밑에 숨겨놓아서 깔끔한 인상을 연출한다. 이 외에 친한경 소재와 가죽, 각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의 조립 수준 등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섬세한 마감과 실력을 바탕으로 차의 가치를 높인다.
편의기능으로는 어댑티브 LED 헤드라이트, 대형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통풍 기능을 추가한 앞좌석, 트래블 & 컴포트 시스템, 전동식 트렁크, 듀얼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 등이 기본이다. 바워스 앤 윌킨스 서라운드 시스템, M 스포츠 서스페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 등 브랜드의 최신 편의 및 안전 품목은 아낌없이 다 넣었다.
2열은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며 큼직한 시트는 안락한 착좌감을 구현한다. 송풍구와 공조장치 디자인도 전부 새로워져 자꾸만 눌러보게 된다. 도어 안쪽을 비롯해 수납할 공간도 제법 많다. 트렁크는 무난한 수준이며 별도의 폴딩 기능을 추가로 지원해 긴 짐을 수납할 때 수월하다.
▲진보된 전동화 경험으로 전기차 고정관념 지워
전기차가 가진 숙명 중 하나는 바로 주행가능거리다. 충전 시간과 인프라 등이 자유롭지 못해 1회 충전 시 "얼마만큼 멀리 가느냐"가 핵심이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정적인 배터리 용량을 가지고 최대한 멀리 가기 위한 경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 BMW는 높은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이번 i5 테스트를 통해 더욱 믿음이 강해졌고 가속과 감속 등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최적으로 대응하는 BMS의 능력을 보며 감탄사를 불러 일으켰다. 기술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오랜 시간 쌓아온 데이터와 노하우로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잘 만든 독일 세단의 표본이며 파워트레인 변화의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모두의 인정을 이끌어내는 차가 5시리즈, 그리고 i5다.
한편, 신형 5시리즈의 가격은 520i 6,880만~7,330만원, 523d 7,580만~8,330만원, 530i x드라이브 8,420만~8,870만원이다. 순수 전기차인 i5 e드라이브40은 9,390만~1억170만원, i5 M60 x드라이브는 1억3,8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