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고 부드러운 가속 및 감속 반응
-고급감을 높인 소재, 그래픽 돋보여
전기차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극강의 정숙성, 강하게 튀어나가는 성능, 낮은 무게중심 등이다. 반대로 이질감이 큰 제동, 이에 따른 꿀렁거리는 승차감 등은 여전히 구매를 망설이는 요소가 된다. 오랜 시간 내연기관차에 우리 몸은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차이를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한 제조사의 노력도 진행 중이지만 쉽지 않다.
벤츠는 이러한 부분에서 우수한 기술 노하우를 갖고 있다. 처음 전기차를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다룰 수 있고 타면 탈수록 만족을 더하는 차를 선보이고 있다. 전기차 전용 브랜드 EQ 시리즈의 최신판인 EQE 500 SUV이 그 주인공이다. 가장 최신화된 전기파워트레인 능력을 가지고 매우 매끄러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우수한 퀄리티로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새 차의 매력을 학인해 보기 위해 직접 키를 건네 받아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 등 EQ 패밀리룩을 적용한 동시에 역동적인 비율과 SUV의 스포티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더욱이 앞뒤 오버행이 짧고 휠베이스를 길게 늘려 전기차 특유의 비율을 만들어 냈고 적당한 크기의 헤드램프 완만한 보닛 등 각 요소들의 합도 좋아서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옆은 에어로 다이내믹을 고려해 플러시 타입 도어 캐치를 적용했고 A필러 쪽창에는 EQE 배지도 센스있게 붙였다. 휠하우스 몰딩은 내구성이 강한 플라스틱으로 감싸 오프로드에서도 문제 없을 듯하다. 또 시승차에는 고정식 사이드스텝을 추가했는데 길이가 상당해 멋을 더한다.
뒤는 가로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가 눈에 들어온다. 여러 곡선을 적용해 밋밋함을 피했고 불이 들어오는 그래픽 구성도 마음에 든다. 이 외에 EQE 500 4매틱 SUV에는 AMG 라인 익스테리어를 적용해 크롬으로 마감한 A-윙 트림 및 21인치 AMG 멀티-스포크 경량 알로이 휠이 돋보인다.
실내는 매우 광활하다. 겉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넓으며 단번에 큰 차임을 알 수 있다. EQE 세단과 동일하게 높은 시인성을 가진 12.3인치 운전석 계기판과 12.8인치 OLED 센트럴 디스플레이가 기본이다.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직관적이고 디지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공조장치와 통합돼 있는 구성이 깔끔하고 섬세한 그래픽으로 보는 내내 큰 즐거움을 준다. 비상등, 볼륨 등 주행 중 직관적인 조작이 필요한 필수 요소는 물리 버튼으로 마련해 불편함도 없다.
이와 함께 원형 터빈 모양의 통풍구와 나파 가죽 소재의 다기능 열선 스티어링 휠, 엔트러사이트 라임 우드 트림 등이 포함된 일렉트릭 아트 인테리어 패키지가 들어가 한 층 고급감을 키운다.
특히,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는 64가지 컬러 조명으로 원하는 스타일과 분위기를 연출할 뿐 아니라 운전 보조 시스템과 연동해 기능 작동 시 운전자에게 시각적 피드백을 전달한다. 돌비 애트모스를 포함한 풍부한 음질이 일품인 부메스터 3D 서라운드 시스템도 감성 품질을 높인다.
편의 품목으로는 에어 챔버와 온열기능으로 등과 요추를 마사지하며 편안함을 제공하는 앞좌석 멀티컨투어 시트, 특수 유리막과 보충재 등으로 소음 차단 및 단열 효과를 극대화하는 어쿠스틱 컴포트 패키지가 탑재돼 주행 중 안락함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대형 헤파 필터를 포함한 공기 청정 패키지, 디지털 라이트, MBUX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쾌적하고 안전한 주행 환경을 조성한다.
스티어링 휠 뒤에 붙은 컬럼식 기어 레버 덕분에 센터터널은 온전한 수납함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깊은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와 탈부착이 가능한 컵홀더, 브릿지 형태로 밑에는 커다란 여분의 수납 공간이 마련돼 있다. SUV 본분을 살리면서도 모던한 이미지를 불러 일으키는 1열 구성이다.
EQE SUV는 대형 전기 플랫폼을 활용한 결과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치로도 증명할 수 있는데 1열과 2열의 시트 헤드룸 모두 1,000㎜ 이상이며, 뒷좌석 레그룸도 1,030㎜로 탑승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개별 공조장치와 송풍구, USB 충전 포트도 모두 챙겼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트렁크 용량은 520ℓ이며, 2열 폴딩 시 최대 1,675ℓ로 확장 가능한 여유로운 적재공간을 갖췄다.
▲성능
EQE 500 SUV는 최고출력 300㎾, 최대토크 858Nm의 성능을 발휘한다. 네바퀴굴림이 기본이고 총 10개의 모듈로 구성된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401㎞다. 여기에 주행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히트펌프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DCU를 장착했다. 그 결과 큰 부피와 짧은 리어 오버행에도 불구하고 0.25Cd라는 우수한 공기저항계수를 갖췄다.
초기 반응은 차분하다. 빠르게 달려나가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고 가속페달 양에 맞춰서 미세하게 속도를 올린다. 차는 진중하면서도 매끄럽게 전진하고 전기차 특유의 정숙함과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감각을 연출한다. 도로 위 흐름에 맞춰서 달릴 때도 마찬가지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자세를 유지하며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간다.
컴포트에서는 페달을 깊게 밟아도 적극적으로 힘을 전달하지 않는다. 원하는 속도를 향해 꾸준히 바늘을 끌어올릴 뿐이다. 답답하거나 더딘 결과는 결코 아니다. 충분히 생각하는 숫자 이상의 속도가 찍혀있지만 과정 자체는 매우 신사적이다. 그만큼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전기차 특징이 낯선 사람들도 누구나 쉽게 EQE SUV를 다룰 수 있다.
이 같은 성격은 제동을 하는 순간에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가져가지 않아도 매끄러운 회생제동 능력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속도를 줄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EQE SUV는 3단계(D+, D, D-)의 에너지 회생 모드와 더불어, 회생 제동을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D 오토(D Auto) 모드까지 총 4가지를 제공한다. 특히, D오토는 자동으로 주행 상황에 최적화된 회생제동을 제공하며 도로 위 다양한 변수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역동적인 주행을 원한다면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된다. 전기 파워트레인 특유의 강한 토크를 맛볼 수 있는데 빠르게 치고 나가는 모습에서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 백 미터를 점프하며 매우 빠른 차의 움직임에서 고출력 전기차를 몰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튀어나가는 상황에서도 탑승자는 안정적인 느낌을 받는데 사륜구동 4매틱 시스템이 주는 장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주행 상황에 따라 가장 효율 최적화된 방식으로 전륜과 후륜의 전기 모터(eATS)에 토크를 분배한다. 이에 더해 벤츠 전기차 최초로 DCU을 장착해 각 주행 상황과 요구되는 출력에 맞춰 자동으로 전륜 모터를 분리해 후륜 구동으로 주행한다.
벤츠 특유의 안락한 승차감은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도 기본으로 넣어 차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정교하게 반응하는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을 통해 드라이빙 모드, 속도 및 하중에 따라 각 휠을 개별적으로 제어한다. 어떤 도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주행과 편안한 이동 경험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EQE 500 SUV은 최대 10도의 조향각을 지원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탑재했다. 그 결과 회전반경이 12.3m에서 10.5m로 감소했다. 고속 코너와 함께 좁은 골목길, 주차장 등에서도 더욱 민첩한 핸들링이 가능하며 크고 긴 차체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 실제 방향을 트는 과정에서 체감 만족은 배로 커지며 최신 기술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도 발견했다. 바로 오프로드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별도 오프로드 모드가 있으며 기본적으로 가속 페달 곡선이 완만하게 움직이며 차체가 25㎜까지 높아진다. 70㎞/h 이상의 속도에서는 차체가 정상 수준으로 낮아지고 50㎞/h 미만의 속도로 떨어지면 차체가 다시 높아진다.
주행 가능거리는 생각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약 3일동안 1회 충전으로 480㎞ 가량을 달렸으며 히터를 종일 켜고 다양한 주행 모드를 활용한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결과다. 히트 펌프와 함께 벤츠 노하우로 물든 배터리 관리 시스템 역할이 컸다. 인버터와 전기 모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실내의 온도를 높이는 데 활용했고 겨울철 난방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전력 소모를 낮추고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에 도움을 줬다.
▲총평
EQE 500 SUV는 브랜드의 특징과 매력을 유지한 체 전기차 편견을 말끔히 지우며 소비자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차다. 내연기관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주행이 자연스럽고 정제된 실력을 바탕으로 탑승자에게 최상의 이동 경험을 주기 위한 벤츠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와 함께 최신 디지털 요소와 브랜드 신기술을 대거 탑재해 특별함을 키운다. 정통 프리미엄 브랜드가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으며 청신호를 켜고 힘차게 달릴 EQ 시리즈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가격은 EQE 500 4매틱 SUV 1억2850만원, EQE 350 4매틱 SUV 1억9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