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분 25% 이상 기업에 보조금 미지원
-상업용 전기차 해당 안되 영향은 크지 않을 것
미국 정부가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를 넘는 배터리 합작사를 "해외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배터리 합작사를 시작으로 최종 완성차 브랜드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의 경우 현 상황을 비교하며 당분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일 미국 재무부는 FEOC(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세부 규정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중국 견제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시행된 IRA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보조금 7500달러를 지급하면서 FEOC 부품과 광물을 공급망에서 배제한다고 밝힌 것. 구체적으로는 배터리 합작사의 중국 자본 지분 허용률은 25%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정부와 배터리 업계는 당장의 경영 및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합작사의 중국 투자 지분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여러 경우의 수를 따지는 중이다. 지금까지 국내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수출 우회로가 필요한 중국 기업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를 찾는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우리는 지분 추가 매입을 위한 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며 상당한 금액 조달 및 중국과의 이해관계 등 해결해야 할 숙제를 남겼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종 완제품인 전기차까지 영향이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요구 사항에 맞는 배터리를 구매해 탑재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구축에도 나서고 있어서다. 더욱이 판매 비중이 높은 렌트 및 리스 등 상업용 친환경차의 경우 IRA 적용 조건도 아니라서 동일한 세제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이번 세부 규정 발표가 완성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실제로 IRA 시행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동월보다 125.3% 증가한 6,918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차종 별로 보면 현대차 아이오닉5가 전년 동월보다 99.2% 오른 2,372대가 팔렸고, 아이오닉6도 1,386대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제네시스의 GV60은 434대가 팔리며 152.3% 상승했다. 기아 역시 EV6와 니로 EV가 각각 1,290대, 1,120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101.2%, 146.7% 증가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으로 살펴보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FEOC 공급 시 IRA 보조금 혜택 제외 품목 및 시점이 중요하다는 것. 배터리 부품(셀, 모듈, 분리막, 전해질 등)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은 2025년부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광물의 경우 절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만큼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경우 배터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우려가 있고 보조금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미국 조건에 맞춘 전기차 부품 조달 및 생산에 대한 체계적인 해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번 조치가 자동차 제조사에게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미국이 세부 규정안을 마련해 문 틈을 조여온다면 완성차까지 불이익이 갈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