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백 스타일로 차별화
-차분한 승차감으로 반전 매력 전달
언제부턴가 고급 브랜드들이 보유하기 시작한 차종이 있다. 바로 쿠페형 SUV다. 쿠페형 SUV는 적재공간을 희생하지만 유려한 스타일을 강조할 수 있어 여유로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역시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주력 SUV인 GV80의 부분변경을 단행하며 쿠페형 SUV를 추가했다. 여기에 고성능 전용 엔진을 더해 브랜드 내 가장 역동적인 SUV 자리에 배치시켰다.
▲국산 SUV 가장 우아한 실루엣
GV80은 후륜구동 기반 차체를 바탕으로 고전적이면서도 우아한 비율을 지닌 SUV다. 신형은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요소를 변경해 새로운 인상을 풍긴다. 외관 전면부는 각진 방패형 그릴의 모서리를 둥글게 말아 부드러워졌다. 마름모 패턴은 이중으로 새겨 이전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쿠페형은 그릴 아래에 얇은 흡기구를 더해 고성능차의 분위기를 냈다. 두 줄의 헤드램프는 LED를 촘촘히 넣은 MLA(Micro Lens Array) 기술을 채택해 심미성과 기능성을 높였다. 새로 채택한 크롬 몰딩은 양쪽 흡기구 아래에서 시작해 측면을 지나 후면 범퍼까지 이어져 캐릭터를 완성한다.
측면은 GV80 쿠페의 백미다. 꽤 높은 차체임에도 C필러를 완만하게 눕혀 쿠페의 느낌이 물씬하다. 제네시스 특유의 캐릭터라인인 파라볼릭 라인과 두 줄의 램프들이 만든 선들은 적절한 높이에 위치해 보는 맛을 더한다. C필러의 쿼터글라스엔 X 스피디움 콘셉트를 통해 선보인 두 줄의 장식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 22인치 휠은 제네시스의 두 줄 디자인을 재해석하면서도 기하학적인 선들로 구성해 세련된 느낌이다.
후면부는 G80과 유사한 모양의 테일램프와 좌우로 갈라진 리어 스포일러, 덕 테일 형태의 트렁크 리드가 돋보인다. 테일램프는 면 발광 방식을 채택해 일반형과 다른 매력을 뽐낸다. 트렁크 패널엔 크롬 몰딩과 몇 개의 선 처리를 더해 다른 쿠페형 SUV에서 볼 수 있는 껑충함을 없앴다. 범퍼 아래엔 블랙 하이그로시 몰딩으로 배기구 끝을 감싸 역동성을 표현했다. 배기구는 제네시스의 상징인 오각형으로 처리해 정체성을 나타냈다.
실내는 예전처럼 한국 전통의 여백의 미를 바탕으로 하지만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많은 곳이 바뀌었다. 특히 27인치 통합형 디스플레이가 두드러진다. 계기판과 메인 디스플레이가 끊김없이 이어지면서 첨단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스티어링 휠에 가려지는 경계 부분은 그라데이션 기법으로 처리해 자연스럽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무선 업데이트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유튜브, 웨이브, 티빙 등의 OTT 서비스를 스마트폰 연결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방패형 그릴을 모사한 3-스포크 형태다. 쿠페는 D컷 디자인 림으로 마감해 역동성을 더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고화질 그래픽을 통해 편안한 전방 시야를 선사한다. 센터페시아는 터치 타입 공조 장치를 적용해 조작 편의성이 높다. 센터 콘솔에 위치한 통합 컨트롤러와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은 모두 원통형으로 돼 있어 적응 전엔 위치가 헷갈린다. 대시보드와 도어 곳곳에는 카본 카니쉬와 쿠페 전용 패턴, 빨간 바느질 마감 및 나파 퀼팅 시트를 통해 역동적인 감성을 드러냈다. 천장은 스웨이드로 덮어 시각과 촉각을 만족시킨다.
편의품목은 독립제어 풀 오토 에어컨, 디지털 키 2, 지문 인증, 콘솔 암레스트 수납함 자외선 살균 기능, 열선 암레스트, 실내 향기 시스템, 2열 터치 타입 아웃 사이드 핸들 센서, 뱅앤올룹슨 오디오, 스마트폰 무선충전, 파노라마 선루프 등을 준비했다.
공간은 쿠페 스타일에 비하면 넉넉하다. 뒷좌석은 기울기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180㎝ 키의 성인이 앉아도 부족하지 않다.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으며 통풍, 열선 기능도 담았다. 적재 공간은 트렁크 패키지 최적화, 접이식 러기지 쉘프 등으로 활용도를 높였다. 기본 644ℓ를 제공하며 뒷좌석을 접으면 차박이 가능한 길이가 나온다.
▲넉넉한 힘, 나긋한 주행 감각
GV80 쿠페는 2.5ℓ 터보와 3.5ℓ 터보, 3.5ℓ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e-S/C)의 세 가지 엔진을 제공한다. 시승차는 주력인 3.5ℓ 터보를 얹어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m를 발휘한다. 동력성능은 기분 좋게 뻗어나갈 정도로 여유롭다. 가속 초기 반응도 꽤 빨라 답답함이 없다. 8단 자동변속기는 단수를 올릴수록 굼뜬 느낌이지만 넉넉한 출력이 이를 상쇄한다.
승차감은 북미 시장을 염두한 설정이 이뤄졌다. 하체를 단단하게 조여서 예리한 코너링을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적당히 출렁이면서 편안하게 달리겠다는 자세다. 여기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2세대 엔진 마운팅 컨트롤 유닛이 한 몫 한다. 엔진의 불필요한 진동을 최소화하고 전방의 노면을 살피며 감쇄력을 조절해 안정적인 달리기 실력을 제공하는 것. 덕분에 요철이나 불규칙한 노면을 만났을 때에도 불쾌하지 않다. 와인딩에선 불리할지 몰라도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감각이다. 주행 모드를 다르게 해도 차이는 거의 없다.
정숙성도 만만치 않다. 이전 GV80보다 흡차음재를 보강하고 타이어, 테일게이트의 소음도 잡아 고요한 주행을 돕는다. 나긋하게 들려오는 엔진음은 6기통 특유의 무게감과 함께 고막을 간지럽힌다. 대배기량 스포츠카의 배기음을 재현한 스포츠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을 곁들인 결과인데 어색하지 않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개별 설정의 네 가지와 자동, 스노우, 머드, 샌드의 터레인 모드를 갖췄다. e-S/C 엔진의 경우 스포츠 플러스 모드와 런치 컨트롤, 고성능 게이지 등을 더 제공한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차로 유지 보조 2를 포함하면서 레벨3 직전에 이르렀다. 고속도로에선 방향지시등에 따라 차로 변경이 가능하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제한 속도 이상으로 설정할 경우 단속 구간이나 진·출입 구간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낮춰주기도 한다. 모노블럭 캘리퍼는 2.2t이 넘는 거구를 멈추기에 조금 아쉽다.
▲내유외강의 쿠페형 SUV
제네시스의 첫 쿠페형 SUV는 생각보다 맵지 않고 달달하다. 조금 더 자극적이었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지만 일상 속 여유와 쿠페 특유의 스타일을 즐기기엔 충분한 매력을 뽐낸다. 어쩌면 아빠들의 드림카로도 괜찮지 않을까? 시작 가격은 2.5ℓ 터보 8,255만원, 3.5ℓ 터보 8,675만원, 3.5ℓ 터보 eS/C 9,19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