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란 때마다 불거지는 정부 책임론
-근본적인 방지 대책은 여전히 표류 중
-컨트롤타워 없이 중국 정부의 답만 기다려
중국의 요소 수출 금지에 따른 "제 2의 요소수 대란" 우려에 정부는 비축 물량과 수입 다변화를 강조하며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2년 전 같은 사태를 겪고도 근본적인 대책 없이 뒷북 조치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내부 수급 조절을 이유로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 요소의 90% 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타격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2021년 1차 요소수 대란 당시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수입 비중이 60~70% 감소했지만 값싼 중국산 요소의 가격 경쟁력 때문에 의존도가 다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려는 시장 반응으로 나타났다. 요소수 판매처를 중심으로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주요소에 있는 벌크 타입은 다소 여유가 있지만 미리 차에 넣어두자는 심리가 반영돼 디젤차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양을 제한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제 2의 요소수 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서둘러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상황이며 수입 다변화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 현재 국내 요소 비축 물량은 약 3.7개월분이다. 조달청에 따르면 1개월 사용분인 6000t 규모의 자동차용 요소 공공비축 물량을 1만2000톤까지 확대하고 일시적인 수급 애로가 발생한 업체에 대해 2000t을 조기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협의를 하고 있으며 과거 수입 실적 등을 바탕으로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중국 외의 국가 요소수 수입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현상을 두고 근본적인 대책 없이 대란 조짐일 보일 때만 급한 불 끄기 수준의 대응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실제로 비축 물량 확보 외에는 명확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21년 요소수 대란 당시에도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시설 구축 등의 대책이 언급됐지만 제대로 시행된 건 없으며 관련 협의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이 긴급하게 중국이 아닌 국가로부터 산업용 요소를 수입할 경우 유통 보조금 지급이나 보관 비용 지원 등 기업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지원도 검토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신설하고 공급망안정화 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급망기본법’을 조속히 통과되도록 국회와 협의할 방침이라는 원론적인 답만 하고 있다.
컨트롤타워 없이 지지부진한 대책이 이어진다면 농번기를 앞두고 매년 겨울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해버리는 상황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의 답만 기다리고 있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며 물류 대란과 같은 2차, 3차 피해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비교하며 국내에서도 조속한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해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하고 내각관방 산하 관리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국가 주요 공급망 전 분야에서 수급 불안 대응이 주 역할이며 상대국이 수출규제로 공급 두절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주요 물자로 지정해 관리한다. 관련 기술개발에 우리 돈 약 4조원에 달하는 예산도 책정했다.
주요 물자 공급망을 기업에만 맡기지 않고 정부가 일정 수준 도움을 주면서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일본 현재까지 자국 요소 수요의 70% 이상을 자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단순 요소를 넘어 반도체 및 배터리를 만들 때 필요한 각종 광물 등 미래 전략 산업의 필수 공급망 확보에도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요소 비축 물량을 늘리는 단편적인 해법은 국민 우려와 미래 안정적인 공급망 대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정부 차원의 주도적인 시스템 마련과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유도하기 위한 강력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속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같은 상황은 반복될 것이며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우리 사회는 새로운 피해와 도전에 직면하게 될 수 있어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