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폭스바겐의 재간둥이, 골프 GTI

입력 2024년01월15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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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I 정체성을 꾸준히 이어가는 골프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최고의 상품성

 "GTI는 영원하다" 예전을 회상하면 자동차 매니아들은 체크무늬 직물시트와 차체 외장의 붉은 GTI 포인트를 가진 골프를 구매하기 위해 몇 번이고 인터넷을 확인했다. 그만큼 GTI의 헤리티지는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감을 주는 아이콘이다. 

 "골프를 타려면 GTI다"라는 우스겟 소리도 마냥 농담이 아니었다. 차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진심에서 묻어 나오는 문장이다. 필자의 경우 젊은 시절에는 넉넉한 자금과 국내 정식 수입 차가 없어서 못타고 중년에 접어들어서는 아이들 키우며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접하지 못했다. 이렇게 50대에 접어드니 20대 시절의 열정이 식어서 못 타게 된 차가 GTI였다. 기온이 뚝 떨어진 차가운 겨울 어느 날 운 좋게 붉은색 골프 GTI(이하 GTI)를 만났고 잠시나마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행복을 느꼈다.
   
 ▲디자인&상품성
 폭스바겐의 아이콘 8세대 골프는 한눈에 봐도 GTI임을 알 수 있다. GTI에만 적용되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붉은 색 라인과 브레이크 캘리퍼, 휀더의 GTI레터링은 변함없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GTI가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은 붉은색(Kings Red Metallic)과 검정색(Deep Black Pearl Effect)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차는 길이와 너비, 높이가 각각 4,290㎜, 1,790㎜, 1,450㎜다. 휠베이스는 2,636㎜이고 공차중량은 1,496㎏이다. 국내에 첫 수입된 4세대 GTI보다 길이는 74㎜ 늘어났고 너비와 휠베이스 역시 각각 41㎜, 58㎜ 커졌다. 반면 높이는 16㎜ 낮아졌다. 해치백 특성을 고려해 세대가 지나도 차의 크기 증가를 최소화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앞은 GTI 전용 안개등에서부터 개성을 나타낸다. IQ. 라이트와 허니컴 그릴 에어 인테이크가 들어간 전용 범퍼의 사용으로 이전세대 보다 더욱 더 날렵해졌다. 전면 범퍼 양끝단과 하단부 곳곳에 스포티한 터치를 가미해 GTI의 인상을 강하게 전달한다. 옆은 A필터 아래 휀더의 GTI 레터링으로 다른 골프와 차별화했다. 

 19인치의 휠과 타이어는 세대가 거듭할수록 사이즈가 커졌다. 여기에 휠 내부의 붉은 색 캘리퍼는 GTI만의 감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폭스바겐의 디자인 특성상 측면에 과도한 캐릭터 라인을 넣지 않아서 좋다.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지만 심플함에서 오는 해치백의 멋스러움을 표현하는 언어일수도 있다. 
 
 도어 하단부에는 도어스커트가 추가돼 있다. 터치타입 도어핸들은 1열에만 적용했다. 뒤는 GTI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엠블럼 아래 전용 레터링을 넣었다. 골프의 고성능 차라는 것을 강조하듯 머플러 또한 크롬 몰딩 트윈 머플러다. 후미등 역시 IQ 라이트 적용으로 다이나믹 방향 지시등까지 포함이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게 풀 LED를 사용하고 있다. 

 실내는 블랙 매탈 크롬이 대쉬보드와 도어트림패널에 적용돼 있고 비엔나 가죽 시트와 앞좌석 프리미엄 스포츠 시트를 넣어 차의 특성에 맞게 구성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GTI의 경우 헤리티지 요소인 체크무늬 직물시트가 없어 아쉽다. 더불어 골프 특성에 맞게 GTI 트림이라도 운전석에만 전동시트와 메모리 시트가 적용됐고 1열은 히팅과 통풍 기능이 있다. 

 조수석 시트는 유럽형 수동조절 방식이라 등받이는 다이얼식이다. 운전석에는 클러스터 좌측으로 폭스바겐 차에 사용하는 헤드램프 및 열선 멀티 기능 버튼이 들어간다. 클러스터는 10.25인치 디지털 콕핏 프로가 적용돼 차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특히, 스포츠 주행에 필요한 순간 출력과 엔진 부스트 압력 등 아기자기한 스포츠 정보 기능들을 포함한다. 

 화면을 채우는 기능으로는 10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3세대 MIB 디스커버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기본이다. 한 번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사용하는데에 불편함이 없다. 바로 아래에는 터치방식의 볼륨, 온도조절 버튼을 따로 배치했다. 해당 터치타입 버튼을 사용하려면 다소 적응시간이 걸린다. 

 무선 앱-커넥트의 적용으로 무선 카플레이도 제공하는데 인상적인 부분은 2대의 휴대폰으로 전화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외로 이 기능이 가능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차종마다 한정적이다. 6개의 스피커와 1개의 서브우퍼 구성을 지닌 사운드 시스템은 무난하다. 이 외에 1열에 2개의 45W USB-C타입 데이터 및 충전포트와 2열에 2개의 45W C타입 충전포트를 제공한다.

 ▲성능
 GTI의 파워트레인은 최고 245마력, 최대 37.7㎏·m의 힘을 내는 2.0ℓ 가솔린 터보엔진과 7단 DSG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여기에 전자제어 유압식 프론트 디퍼렌셜 락(VAQ)이 적용된 크로스 디퍼렌셜 시스템(XDS+)을 사용한다. 고속 영역에서 역할이 증대되겠지만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서는 그 효과가 적다. 출력은 4세대 GTI의 200마력부터 조금씩 업그레이드가 되어 8세대에 이르러 245마력까지 도달했다. 최근 트렌드인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는 우수한 수준이다. 너무 과하지 않은 안정적인 출력으로 즐거운 드라이빙을 제공한다.     

 GTI의 시동을 걸었다. 경쾌한 배기음이 운전자를 반긴다. 붉은색 외장의 GTI라서 실내 앰비언트 라이트 역시 붉은색에 맞춰본다. 공조기의 온도조절을 오토 모드로 23도에 맞춘다. 영하의 날씨에 냉각수가 정상 온도에 도달했지만 실내는 다소 낮은 느낌이다. 2도에 맞춰야 실내가 따뜻함을 느낀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 열선을 작동시켜 운전석에 온기를 넣고 드라이브 셀렉트를 드라이브에 넣은 뒤 출발했다. 

 서스펜션의 각종 부싱들의 충격흡수는 여전히 좋다. 승차감은 다소 단단하며 시내도로의 노면 형태에 따라 차체가 좌우로 롤 운동을 하지만 탑승자가 피곤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다. 센터 콘솔 팔걸이 부분의 위치가 다소 낮은 것 같았는데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운전자 편의성을 더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위치가 전면유리의 1/3위치여서 전면시야를 가린다는 느낌이 있다. 대쉬보드 쪽으로 내리려고 이동했지만 움직임에 한계가 있다.

 GTI에는 드라이빙 보조 시스템인 IQ.드라이브가 들어있다. 트래블 어시스트가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이다. 사각지대 경고시스템인 사이드 어시스트와 차로 이탈 방지를 위한 레인 어시스트 또한 포함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편하고 여유롭게 사용이 가능할 듯하다.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은 장애물이 있을 경우 급정거가 가능해 주차 시에 살짝 놀랄 수 있지만 돌발상황에 대한 능동적 안전에 신경을 썼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편이 좋다. 또 운전자 개인의 운행 스타일을 맞출 수 있는 다이나믹 섀시 컨트롤의 적용으로 운전자 취향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세부 사항은 스티어링과 드라이브트레인, 엔진사운드를 컴포트와 스포트 사이에서 15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GTI의 효율은 복합 기준 11.5㎞/ℓ다. 도심은 10.1㎞/ℓ, 고속도로는 13.9㎞/ℓ이며 겨울철 정체된 도심의 경쾌한 주행에서는 6.8㎞/ℓ 정도를 보여줬다. 준수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골프 GTI는 역시 가속과 브레이킹에서 운전자로 하여금 경쾌함을 느끼게 하는 차다. 모터출력이 좋은 전기차의 가속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최근 개발된 2.0ℓ 가솔린 터보엔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과거 GTI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받지만 도로 노면과의 소통은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총평
 폭스바겐 해치백 헤리티지는 단연 골프다. 그 중 GTI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는 자동차다. 세대를 막론하고 GTI를 향한 향수는 누구나 같고 GTI의 선택은 독일 프리미엄 세단을 선택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오너의 개성을 반영한다. 몇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8세대로 진화하면서 완벽히 보완했고 완성도를 높여 좋은 결과물을 보여줬다. 골프의 TDI나 FSI가 아닌 GTI 트림은 분명 만족 그 이상의 무엇을 줄 수 있는 차임에 틀림없다. 

 한편, 현재 판매중인 8세대 골프 GTI의 가격은 4,940만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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