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요소 대거 추가해 편의성 높여
-차세대 섀시 컨트롤 능력 인상적
카이엔은 포르쉐 성장 발판에 큰 역할을 한 차다. 스포츠카 브랜드를 넘어 대중성을 이끌었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포르쉐 정신과 감각을 익히고 마니아로 거듭날 수 있게 도와줬다. 이제는 준대형 SUV 세그먼트에서도 독보적인 역할을 차지한다. 앞서 시장을 다져온 라이벌들을 가뿐히 넘기며 누구나 사고 싶은 SUV로 거듭났다. 이러한 카이엔이 부분변경으로 새로 돌아왔다. 정체성을 지키며 보다 진화됐고 완성도 높은 주행감각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새 차의 능력과 가치를 확인해보기 위해 직접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부분변경 답게 전체적인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카이엔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면 어디가 바뀌었는지 쉽게 알아 차리기는 힘들 듯 하다. 이처럼 포르쉐는 디자인 성격을 명확히 유지하면서 세부 요소를 다듬어 세련된 신형의 느낌을 부여했다.
대표적으로 해드램프다 둥근 물방울모양에서 다각형 형태로 각을 세웠다. 램프 안쪽을 비추는 LED 매트릭스는 두 개의 고화질 모듈과 헤드램프 당 3만2,000개 이상의 픽셀을 갖춘 혁신적인 기술로 마주 오는 운전자를 식별하고 하이빔의 빛을 픽셀 단위로 차단하여 눈부심을 감소시킨다.
가운데는 범퍼를 통합한 거대한 그릴이 있다. 전면부를 통으로 덮으며 위압감이 드는 엄청난 모습이다. 일정 간격을 두고 차체 컬러와 동일한 브릿지 형태 장식도 넣어서 밋밋함을 피했다. 높은 지상고와 바짝 치켜 올린 앞범퍼 모습은 카이엔을 상징하는 멋있는 포인트가 된다. 옆은 듬직 하면서도 부드럽다. 날카로운 직선이나 반듯한 캐릭터 라인은 찾아볼 수 없다. 최대한 펜더를 부풀려서 전체적으로 차가 풍만해 보인다. 박스터, 911과 같은 2도어 스포츠카들과 맥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뒤는 상대적으로 깔끔하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는 포르쉐 양각 로고와 한 덩어리로 단정히 보인다. 이와 함께 선명하고 화려한 그래픽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적당한 위치에 놓인 번호판과 쿼드배기 시스템까지 전체적으로 황금 비율을 자랑하며 아쉬운 구석을 찾을 수 없다.
실내는 디지털 요소의 확장이 돋보인다. 운전석에는 새롭게 디자인한 독립형 디자인과 가변형 디스플레이 옵션을 갖춘 12.6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을 처음 적용했다. 옵션으로 최적화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제공한다. 대시보드에는 통합된 12.3인치 센트럴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를 통해 다양한 차의 기능들을 제어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 애플뮤직과 같은 앱의 연결성도 최적화한다.
조수석에는 10.9인치 디스플레이가 카이엔 최초로 선택으로 제공된다. 퍼포먼스 데이터 표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제어와 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기능들을 볼 수 있다. 또 운전석에서는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보이지 않도록 만든 특수한 필름을 부착해 주행에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커다란 디스플레이 향연으로 꾸며놓은 실내는 볼수록 화려하고 즐거움을 더한다.
반면, 센터 터널은 간결하다. 공조장치 패널이 물리 버튼과 햅틱 반응의 터치로 깔끔하게 표현돼 있고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와 여분의 수납공간도 활용도가 좋다. 컵홀더 역시 크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사용할수록 마음에 든다. 변속기는 타이칸과 마찬가지로 계기판 옆에 토글 방식으로 위치한다. 송풍구 디자인이 바뀐 점도 인상적이다.
이 외에 카이엔을 상징하는 몇 가지 요소는 그대로 남겼다. 도어를 비롯해 중앙에 위치한 두툼한 손잡이는 그대로 있고 대시보드 가운데를 책임지는 크로노와 스티어링 휠의 모양도 익숙하다. 소재는 훌륭하며 단차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섬세한 마감은 프리미엄 브랜드 다운 품격을 느낄 수 있다.
2열도 흠 잡을 곳이 없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 모두 넉넉하며 시트 포지션이 살짝 낮아서 더욱 광활하게 다가온다. 커다란 유리창과 파노라마 선루프도 개방감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 시승차는 별도의 커넥터를 이용해 개별 모니터도 달았다. 지루할 틈이 없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커다란 송풍구와 개별 온도와 방향 조절이 가능한 공조장치, 열선 시트 등 필요한 편의 품목은 아낌없이 전부 들어있다. 트렁크는 네모 반듯하며 별도의 연결 고리와 그물망 등을 마련해 활용도를 키웠다.
▲성능
3.0ℓ V6 터보 엔진의 신형 카이엔은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51㎏·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 ㎞/h까지 가속하는데 카이엔은 6초, 카이엔 쿠페는 5.7초가 소요되며 최고속도는 248㎞/h다. 시동을 켜면 우렁찬 사운드와 함께 등장을 알린다. 이후 가속페달을 밟고 속도를 올리는 과정은 매우 경쾌하다.
스로틀을 여는 순간부터 차는 즉각적인 힘을 발휘하고 속도 바늘은 빠르게 높은 숫자를 향해 올라간다. 조금의 지연 현상도 찾아볼 수 없으며 모든 과정은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전개될 뿐이다. 궁극적으로 운전자는 속 시원한 가속감을 몸소 경험하며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이상적인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솔직히 파워트레인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검증 받은 3.0ℓ V6 터보 엔진이고 변속기와의 조합도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르쉐 특유의 세팅이 더해져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더욱 확고한 믿음으로 다가왔다. 반면 새롭게 다듬어진 섀시 컨트롤은 사뭇 궁금했다.
신형 카이엔에는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를 포함한 스틸 스프링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장착한다. 특히, 새 쇽업소버는 2밸브 기술 적용을 통해 리바운드와 컴프레션 스테이지가 분리되어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또 2챔버, 2밸브 기술이 들어간 새로운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역시 주행 경험을 높인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도로 위 상황에 맞춰 최적의 반응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저속 주행에서는 승차감에 온전히 집중했고 역동적인 코너링 시에는 핸들링, 그리고 롤과 피치 제어가 현저히 높아졌다. 이는 주행 모드를 바꿔보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노멀과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에 따라 분명하게 차별화되고 차의 성격을 180도 바꿔버린다. 단순히 주행 정밀도와 성능을 높이는 것과 별개로 필요한 주행 상황에서 완벽한 차체 움직임을 보여준다. 즉각적인 반응과 우수한 결과값에 헛웃음만 나올 정도였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박수를 치게 된다.
그만큼 코너에서는 누구보다 즐겁게 도로 위를 질주할 수 있다. 이상적인 무게배분과 SUV임에도 낮은 차체 덕분에 안정감이 뛰어나고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정직하게 코너를 정복할 수 있다. 또 자세제어장치를 모두 끄지 않는다면 위험한 상황은 쉽게 경험할 수 없다. 오버스티어 역시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자리를 찾는다. 실시간으로 반응해 최상의 움직임을 만들어주는 다양한 기능을 대거 기본으로 넣었고 모든 게 어우러져 이상적인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총평
카이엔은 포르쉐 판매와 매출에만 기여하는 그저 그런 SUV가 아니다. 브랜드가 가진 동일한 조건과 정체성을 품고 현실적인 목표를 바라보며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세그먼트가 주는 특징과 함께 퍼포먼스 완성도가 어우러져 운전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여기에 신형으로 오면서 디지털 요소의 확대, 보다 편리해진 사용자 경험까지 갖췄으니 더욱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카이엔의 성장 공식은 언제나 정답을 향한다.
한편, 가격은 카이엔 1억3,310만원, 카이엔 쿠페 1억3,780만원, 카이엔 터보 GT 2억6,1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