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특히 핵심 개편안 중에서는 중국산 LFP 배터리를 규제하는 내용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해당 배터리를 탑재한 국산 완성차는 물론 광물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보조금 개편안 설명회를 열고 현재 검토하는 방안을 밝혔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의 개편 방안은 승용과 상용 관계 없이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고, 재활용 가능 비중을 따지는 "배터리 환경성 계수" 추가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는 물론 배터리 업계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또한 중국 정부 내에서도 LFP 배터리를 겨냥한 보조금 차등은 불공정한 처사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무역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는 중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을 종합해 보면 에너지밀도와 배터리 재활용 가치 평가 기준을 적용하면 LFP 배터리는 불리하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은 중국산 LFP 배터리의 직접 규제로 이해된다는 게 완성차업계의 판단이다. 해당 개편안이 강행될 경우 승용 전기차 중에서는 기아 레이 EV,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테슬라 모델 Y 등의 보조금 축소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들 제품이 시장 내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반발도 거세다. 동시에 일부 제조사는 올해 내놓을 국산 보급형 전기차의 배터리를 LFP에서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는 NCM 계열로 전환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하지만 정작 우려는 바로 이 점에서 시작된다. 한국이 주력하는 NCM 배터리의 소재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실제 환경부의 보조금 개편안에 대해 중국 정부도 이미 내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 관계자 쪽에 개편안 내용이 공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사안이 어디까지 확산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배터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니켈 63%, 리튬 67%, 흑연 70%, 코발트 73%, 망간 95%에 달한다. 개편안은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이지만 정작 우려는 배터리 기업이 하는 셈이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관계자는 "이번에 논의된 개편안은 성능과 질이 좋은 전기차 생산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에너지 밀도와 자원 순환성이 떨어지는 자동차에 계속 보조금을 줄 수는 없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LFP 배터리의 주 공급처인 중국 측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내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있어 중국의 반응을 살피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번 전기차 보조금 개편 과정에서 최초 구입자 및 청년, 저소득층에 대해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금액 기준도 현행 5,700만원 미만에서 5,500만원으로 수정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