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배터리업계의 호소.."중국 공급망 일시에 못바꿔"

입력 2024년01월23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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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세계 흑연 100% 중국이 정제·생산
 -"공급망 재조정 시간 걸린다" 호소
 -"저가치 재료" 규정 예외 요청

 현대차와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미국 정부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완화를 요청했다. 배터리 핵심 광물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미국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중국산 광물을 배제한 채 배터리를 제조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탈 중국"이 어렵다고 밝힌 셈이다. 

 현대차는 의견서에서 "중국이 2022년 전 세계 흑연의 100%,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했다"며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 광물 목록을 도입하고 해당 목록에 흑연을 포함해달라"고 언급했다. 

 IRA 세부 지침에 따르면,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우려기업(FEOC)에서 조달받으면 안된다. FEOC는 사실상 중국의 거의 모든 기업을 규정하고 있어 전기차 제조사들이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조항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규정안을 따르는 데 필요한 조정을 하려고 전념하고 있지만 공급망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규정안이 시장 환경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변화를 강제한다면 미국이 설정한 정책 목표를 따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는 비단 현대차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도 FEOC 규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른바 "저가치" 재료를 규정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 중 총 가치의 10% 미만을 차지하는 광물은 포함하지 말아 달라는 것. 대표적으로 코발트, 지르코늄, 텅스텐, 이트륨, 티타늄, 흑연, 형석을 저가치 광물로 제시했다. 

 SK온도 미국 정부에 전달한 의견서를 통해 "중국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북미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핵심 광물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한 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사들은 핵심 광물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배터리 광물 중국 의존도는 니켈 63%, 리튬 67%, 흑연 70%, 코발트 73%, 망간 95%에 달한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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