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앞으로가 기대되는 변화, 제네시스 G80

입력 2024년01월23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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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지고, 조작하는 기능 중심의 "실질적 변화"
 -S/W 중심 개선, 앞으로의 지향점 보여줘

 G80은 제네시스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볼륨 제품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종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제네시스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단번에 인식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G80 부분변경의 변화 폭은 앞으로 제네시스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지 보여주는 훌륭한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  


 ▲디자인&상품성
 G80 부분변경의 외관은 더 화려해지는 데 중점을 둔 모습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격자무늬는 이중으로 디자인 돼 더 입체적이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범퍼에 마련한 공기 흡입구도 더 과감한 모습으로 다듬어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헤드램프도 달라졌다. 램프 하나 당 두 개의 렌즈를 썼던 램프는 G90와 마찬가지로 MLA 타입으로 바뀌었다. 광원이 더 풍부해지며 분광 성능이 좋아지는건 물론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도 담아냈다. 


 후면부에서 눈에 띄는건 머플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대신 두 개의 크롬 라인이 통과하며 머플러 팁이 "있었다"는 흔적만을 남긴다. 방패 모양으로 디자인된 팁이 꽤 예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변화는 아니다. 

 실내는 생각보다 변화 폭이 크다. 운전석에서는 물론 뒷좌석에서 보고 조작하는 기능들은 거의 다 바뀌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운전석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건 27인치 OLED 디스플레이다. 분리되어있던 전통적인 구조를 탈피해서 운전석과 중앙을 가로지르는 긴 모니터가 자리잡았다. 결국 패널을 떠받치고 있는 대시보드도 새롭게 디자인됐는데 여러 겹의 레이어로 구성된 모습이 마치 한옥을 연상케 한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내장되며 다양한 기능들도 더해졌다. 증강현실이 포함된 내비게이션이 추가됐고 멜론, 지니, 팟빵 등 각종 스트리밍 기능도 지원한다. 3D 기능을 활용해 차의 주요 기능을 직관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건 여느 고도화된 앱 보다도 더 편리하다.

 활용성에 의문이 가득했던 뒷좌석 모니터는 이제서야 제대로 된 용도가 생겼다. 면적은 더 넓어졌고, 유튜브는 물론,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 각종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터치로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며 센터 콘솔의 리모컨을 이용해 조작할 수도 있다. 

 아쉬운점도 있다. 소프트웨어의 변화 폭이 큰 데 반해 정작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지원하지 않는다. 엔터테인먼트 및 공조 조작계의 사용성도 좋지 못하다. 터치 패널로 구성돼 있다 보니 운전 중에 조작하려면 여러 번 시선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성능
 G80을 일상에서 주행해보면 "역시"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편안한 승차감과 적당히 잘 달려주는 성능은 모두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 들이다. 핵심 소비층이 한국인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승차는 3.5T AWD로 3.5ℓ V6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m를 발휘한다. 효율은 복합 기준 8.3㎞/ℓ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경쟁 차종들과 비교하면 생각보다 높지 않다. 공차중량은 딱 2,000kg으로 경쟁 차종들 대비 100kg 가량 무거운 편이다.

 그럼에도 답답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일상 주행 영역에서는 한없이 나긋하게 주행할 수 있다. 6기통 특유의 중후한 엔진음과 부드러운 응답성은 가다 서는 환경이 반복되는 도심에서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독일차를 연상케 했던 약간의 단단한 느낌은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조금 더 부드럽게 다듬어진 느낌이다. 

 속도가 높아져도 편안한 느낌은 그대로다. 노면의 불규칙한 요철들이 처음에는 살짝 전달되지만 이후에는 감쪽같이 흡수한다. 또 잔진동이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는다. 진동이 시트에 닿기 전 어딘가로 사라져버리는 느낌이다. 곳곳에 자리잡은 이중접합유리 덕분에 자잘한 소음과 풍절음을 잘 들리지 않는 편이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책이 잘 읽히듯 비슷한 환경이 차 속에선 운전하는 데 더 집중이 잘 된다. 


 이렇게만 보면 전형적인 고급 세단인것 같지만 스포츠 모드를 체결하면 제법 거친 모습도 보여준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아주면 동력을 5:5로 공평하게 배분받은 바퀴가 도로를 움켜쥐고 튀어 나간다. 차의 성격에 잘 맞는 가상 엔진 사운드가 운전자를 부추기는 실력도 제법이다. 

 직진성만 좋은건 아니다. 스티어링을 돌리는 재미가 상당하다. 응답성 자체가 재빠르지 않고 휠 베이스도 긴 편이지만 앞머리가 코너의 안쪽을 예리하게 파고들고 이후에는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아주 깔끔한 궤적을 그려나간다. 

 기대가 커지는 만큼 조금의 아쉬운 점도 있다. 와인딩 로드에서 요철을 만나면 서스펜션이 "우선 순위"를 찾지 못하는 느낌이다. 차체를 안정적으로 떠받치는게 조금 더 중요할 것 같은데 이 와중에 충격을 쑤욱 빨아들이며 출렁인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약간의 불안함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총평
 신형 G80은 부분변경이라는 지향점 그 이상의 변화를 보여줬다. 최소한의 변화로 고급세단 특유의 권위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한편, 운전자와 탑승자가 주로 사용하는 기능들을 큰 폭으로 바꿔 체감되는 변화의 폭을 키웠다. 

 개선점의 대부분은 소프트웨어라는 점에서 향후 제네시스의 상품 설계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의 역할도 한다. 아직 경쟁사들이 구현하지 못한 기능들이 대부분인 만큼 상품성을 키운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준다. 

 신형 G80의 가격은 5,890~6,83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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