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시간 아껴주지만 편의성은 의문
-"충전 허탕" 치는 경우 많아 라이더들 불편
-배터리 문제시 책임소재 따지기도 쉽지 않아
정부가 지난해부터 배터리 교체형 이륜차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차체만 구입하고, 배터리는 공유·구독 서비스를 이용해 실질적인 초기 구매 부담을 완화시키는 게 핵심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실제 비용은 구매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진다. 블루샤크 R1 라이트(495만원)의 보조금은 160만원이며 배터리 공유형(253만원)을 선택할 경우 96만원을 지원받는다(서울시 기준). 실구매가는 일반 제품이 335만원, 공유형이 157만원으로 초기 비용은 사실상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다.
구매 이후 공유형 모델들은 "교체형 배터리 스테이션"을 쓰게 된다. 전기 이륜차의 짧은 주행거리(70㎞ 미만)와 긴 충전시간(2~3시간)을 보완할 수 있어 사실상 전기 이륜차의 주력 충전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수요의 대다수가 배달 라이더라는 점을 감안하면 운휴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다만,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 규모가 부족한게 문제다. 지난해 말까지 구축된 전국 배터리 스테이션은 1000기를 밑돈다. 전기 이륜차 누적 등록 대수가 4만대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전기 1개당 이륜차 40대가 몰려든다는 뜻이다.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가 1.9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 이륜차를 위한 인프라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스테이션의 접근성이 좋은 것도 아니다.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에서는 교체형 배터리 스테이션 위치를 조회할 수 없다. 전기차 충전소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각종 지도 앱에서도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보조금 제도가 완비되고도 전기 이륜차를 선뜻 선택할 수 없는 이유다.
스테이션을 찾았다가 "허탕"을 치는 경우도 있다. 완충된 배터리가 없거나 많아도 60~70%가량 충전된 배터리들만 남아있는 경우다. 전기 이륜차를 운영중인 한 배달 라이더는 "충전 스테이션도 많지 않고, 찾아가도 비어있거나 충전이 완료되지 않은 배터리들만 있는 경우도 흔하다"며 "운영 비용이 아껴진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운휴 시간이 길어저 당일 수입까지 적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교체형 배터리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다수의 배달 라이더들은 배터리의 충전량이 똑같아도 실질적인 주행거리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터리의 소유권이 라이더에게 없는 상황에서 전기 이륜차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져볼 수 있는 제도도 현재로선 찾아볼 수 없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일원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앤에이모터스(구 대림), 고고로, 블루샤크 등 충전기 운영 주체는 모두 다르며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구독 요금제도 천차만별이다. 전기차 처럼 환경부가 발급하는 일원화된 카드가 없다 보니 운영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현재로선 이중 지출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내연기관 바이크를 운영하는게 더 현실적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 요금은 월 9~15만원 선(교체 횟수 무제한 기준). 같은 비용으로 내연기관 바이크를 운용할 경우, 한 달 동안 5280㎞를 운행할 수 있다(1월 평균 유가 1562원, 혼다 PCX 복합연비 55.0㎞/ℓ 산출 기준).
업계 한 전문가는 "충전 스테이션이 여전히 부족한데다, 신차를 구입하고도 성능이 낮은 배터리를 이용하게 되는 문제는 결국 전기 이륜차 산업을 양성화 시키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초기 구매 비용과 충전 시간의 문제보단 실질적인 이용 편의성을 제고하는 방향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에 판매되는 이륜차를 모두 전기 이륜차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도심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줄이고, 소음 저감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만 놓고 봐선 전기이륜차가 잘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