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 운용 기대
-올드카 보존 등 고부가가치 창출할 수 있어
-성능·안전·보조금 등 관련 기준 마련 시급
정든 자동차가 "노후 경유차"로 낙인 찍히며 폐차되는 경우가 흔해졌다. 깨끗하게 오래 유지하고 싶은 올드카 이지만 부품을 구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고민들을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있다. 엔진과 연료탱크 등의 부품을 들어내고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이식하는 개조 전기차다.
개조 전기차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노후 내연기관 자동차의 수명 연장이다. 매연 배출은 억제하고 차체와 각종 부품을 재활용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원 순환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매년 10년 이상 된 노후경유차 5만6,000대를 전기차로 개조할 경우 2030년까지 61만톤의 탄소 저감 효과가 발생한다.
전기차를 구입하는 것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개조 키트는 차종에 따라 1000~2000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노후차 조기 폐차 지원금을 지급하듯 정부가 일부 금액을 보전해 준다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개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개조 전기차 사업이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올드카 유지관리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EV웨스트와 ECD오토모티브디자인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할 수 있는 키트를 판매 중이며 BMW그룹, 토요타, JLR(재규어랜드로버) 등 일부 제조사도 과거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해 선보인 바 있다.
단점도 있다. 내연기관에 특화된 플랫폼에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넣자니 성능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파워프라자가 개조해 판매하고 있는 봉고3 더블캡 전기차를 예로 들 수 있다. 더블캡 구조상 배터리를 얹을 공간이 부족해 주행거리가 짧다. 파워프라자 봉고3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120㎞로, 기아 봉고3 EV(211㎞)와 비교하면 90㎞ 가량 뒤쳐진다.
안전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부 부품들은 사고 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까지 겸한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부품들을 제거하게 되면 기존 차 대비 안전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엔진과 변속기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배터리와 모터만 넣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검증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2010년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에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할 수 있도록 하는 항목을 신설했지만,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전이었던 만큼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놓지 않았다.
그나마 2023년 정부가 전라남도 영암 일대에 개조전기차 특구를 지정했지만, 대당 3,000㎞ 내에서의 주행시험 실증만 허용하고 있다. 안전성을 비롯해 배터리와 전기모터 성능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은 물론 이에 따른 보조금을 어떻게 책정할지도 아직 결정된 게 없다.
반면, 해외에서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미국은 개조 전기차에 세금 10%를 감면해주고 있다. 일본은 개조 전기차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기준을 충족한 자동차에 한해 공공도로 운행을 허가했다. 프랑스는 차령 5년을 넘긴 자국 내 등록 차량에 한해 전기차 개조를 허용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해외에선 이미 전기차 개조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노후차 배출가스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튜닝의 트렌드도 개조 전기차 영역으로 확장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신산업 육성 및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르면 2025년 경 개조 전기차 사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 소형 화물차와 운전 교습용 차량 등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