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소형 전기차 2배 이상 보조금 삭감
-가격 경쟁력 잃어 시장 악화 분위기 조성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적지 않은 피해
정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을 큰 폭으로 삭감해 업계와 구입 예정인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은 승용 350만원에서 200만원, 화물 5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일괄, 대폭 삭감이 예정돼 있다. 특히, 화물 전기차의 경우 63% 넘게 감소한 수치로 배 이상 보조금이 깎였다. 이는 감소율이 일반 소형(약 8.3%), 경형(약 22.2%) 대비 지나치게 큰 것으로 나타나 경쟁력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추가로 최근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개편안에서도 초소형전기차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에너지 밀도에 따라 차등 지급이 핵심인데 LFP 배터리가 직접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초소형전기차 특성상 100km 내외 주행거리면 충분한 데다가,낮은 판매가를 유지하려면 중국산 LFP 배터리 탑재가 사실상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의 타격으로 보조금 삭감과 더불어 배터리 가격 경쟁력까지 더욱 상실하게 될 전망이다.
초소형 전기차는 부담 없는 단거리 출퇴근, 동네 및 시내 대상으로 운행하는 소상공인용 화물차 시장에서 수요 및 잠재력을 보여왔다. 다만, 초기단계로 아직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생산자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상황에서 대기업과 직접 경쟁은 쉽지 않았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정부의 친환경 전기차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는데 이번 개편으로 더욱 불리해진 상황이 됐다.
결국 초소형 전기차 업계는 생존을 위해 차 가격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초소형 전기차 구입의 가격 메리트가 상실되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실제로 기아 레이 EV를 비롯 올해 출시할 현대차 캐스퍼 EV 등 경형 전기차와 비교해 가격적인 혜택이 크지 않은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 시선에서 초소형 전기차는 더욱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관련 업계와 기업은 사실상 기업의 존폐위기까지 내몰렸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보조금의 단계적 삭감에도 충분히 생존과 자립이 가능한 대형 차량 제조사와 다르게 아직 자립이 불가능한 초소형전기차 업계임을 감안하면 대응 불가 수준의 보조금 삭감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초소형전기차 업계는 그 동안 생존을 위해 자체 연구, 수출, 영업 측면에서 다양한 자구 노력을 해 왔지만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면 수익성 악화, 연구비용 감소 등 악순환을 겪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판매량과 실용성을 이유로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초소형전기차 업계에서는 대중교통 취약 지역 등에서 기존 교통 서비스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수단으로서 활용도가 높다고 반박했다. 또 공공 서비스 지원영역에서 활용되는 만큼 정부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 등에서 민원처리 업무 및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적극 필요하다고 가치를 어필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보조금 삭감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상생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동차 분야의 능통한 한 전문가는 "초소형전기차는 아직 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예외적 보조금 지원이나 규제 완화를 허락 하더라도 정부 예산이나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며 "친환경과 친 경제성을 모두 잡기 위해 맨 처음 시장을 열었던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수 년 동안 초소형 전기차 시장을 만들어 온 기업과 일자리, 차를 구입한 소비자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