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실용적 럭셔리,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입력 2024년02월12일 00시00분 박홍준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실용적이면서도 모던한 감각 특징
 -섬세한 마일드하이브리드 능력 인상적

 1997년 척박한 스웨덴의 도로를 주파할 수 있는 차, V70 XC가 1997년에 등장한다. 아직 SUV가 그리 유행하지 않았던 시기였고 유럽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왜건의 변형이었으니 낯선 모습에도 인기는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차가 크로스컨트리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지금 크로스컨트리는 스웨덴에서만 필요로 하는 차는 아니다. 더욱이 볼보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세그먼트로 진화했다.

 ▲디자인&상품성
 V90 크로스컨트리의 외형은 무언가를 닮았다고 정의하기 어렵다. 세단 또는 왜건이라기엔 껑충하고 SUV로 불리기에는 낮다. 실제로도 전고는 S90보다 65㎜ 높고, XC90보다는 260㎜ 낮은 1510㎜다. 껑충하다는 말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 외 디자인 요소들을 살펴보면 플래그십 라인업 "90 클러스터" 특유의 구성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토르의 망치"로 요약되는 라이팅 시그니쳐를 비롯해 안정감을 유도하는 수평적 디자인을 통해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차이점도 있다. 플라스틱 장식으로 차체 곳곳을 둘렀다. 아스팔트만을 달리는 S90과는 달리 더 거친곳도 달려야 하는 크로스컨트리의 특성을 반영한 장식이다. 

 실내는 따듯한 색감의 가죽과 질감이 살아있는 원목으로 꾸며져 있다. 대부분의 볼보가 그렇듯 익숙하고 심플한 구성을 갖고 있지만, 북유럽 가정의 여느 거실에 와있는 듯 한 모던한 인테리어는 언제 봐도 기분을 좋게 만든다. 

 최근 부분변경과 상품성 개선을 거친 이후 체감하는 만족도는 더욱 높아졌다. 오레포스 크리스탈을 쓴 기어노브를 비롯해 SKT와 협업해 만든 한국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웹 브라우저와 OTT 서비스 등 더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대부분의 기능은 음성 명령으로 수행할 수 있어 운전 중 조작은 물론, 동승자들의 사용성도 더욱 좋아졌다. 

 넉넉한 적재공간은 왜건만의 강점이다. 2열 폴딩 시 펼쳐지는 공간(1,526ℓ)은 최근 유행하는 차박부터 가벼운 나홀로 이삿짐 정도는 거뜬하다. 더욱이 SUV 대비 낮은 전고를 갖춰 짐을 싣고 내리기에도 더욱 편리하다. 

 ▲성능
 시승차는 B5 AWD 트림이다.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m를 낸다. 디젤을 뜻하는 D나 터보차저를 뜻하는 T 대신 B가 붙은건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즉 배터리(Battery)와 회생제동(Regenerative Braking)을 붙여놨기 때문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얼마나 의미있는 변화를 주겠냐고 생각할 지 모른다. 출력 자체는 이전 순수 내연기관이었던 T5(254마력)보다 4마력 빠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력해진 전동화 시스템 덕분에 엔진과 각종 전자장비의 부하를 덜어내 한결 산뜻하게 움직인다. 

 무엇보다 시동이 켜지고 꺼지는 과정의 매끄러움이 제일 만족스럽다. 스타트 모터의 간절한 소리를 들을 필요 없이 시원하게 시동이 걸리고 꺼진다. 정차 후 재출발 시 가볍게 가속 페달을 조작하는 것 만으로도 불쾌한 진동 없이 주행할 수 있는 게 고급차에서 얼마나 큰 이점인지는 경험해본 이들만이 안다. 

 도심 주행에서 정숙성도 눈길을 끈다. 공회전 시 진동과 소음이 생각보다 많이 억제되어있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꽤 들여오긴 하지만 일정한 rpm을 유지한 채 주행하는 상황에선 이 마저도 잦아든다. 장거리 주행에서의 편안함도 기대 이상이다.


 V90 CC의 뼈대는 S90과는 또 다른 보강을 거친 투어링 섀시다. 세단 대비 높은 차체는 댐퍼의 활동 범위를 넓혀 승차감을 대폭 키웠고, 크로스컨트리만의 편안한 주행 성능을 만끽하는 데에도 한 몫을 한다. 

 껑충한 차체에 운동성능에 대한 의구심이 들 지 모르겠다. 하지만 V90 CC는 듬직한 생김새 만큼이나 믿음직한 움직임을 선사한다. 할덱스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코너가 반복되는 차가운 노면 위에서도 좀처럼 그립을 놓지 않는다. 단점이라면 점차 동작이 커진다는 점. 거대한 덩치에서 오는 태생적 한계라 이 부분은 어쩔 수 없겠다. 

 ▲총평
 이 차를 SUV라 해야할지 왜건이라 해야할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겠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해당 세그먼트가 적잖이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야 "크로스오버"라는 뭉뚱그려진 장르일 뿐 유럽에선 메르세데스-벤츠 올터레인, 아우디 올로드 같은 다양한 제품들이 꾸려져 있다. 


 볼보가 주도하고 있는 이 같은 세그먼트의 목적은 분명하다. 왜건의 실용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욱 거친 길을 주파할 수 있는 능력의 자동차. 즉 볼보의 고향 스웨덴 같은 혹독한 도로 환경을 극복해낼 수 있는 자동차다. 볼보만의 실용적인 럭셔리가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한편, V90 크로스컨트리의 가격은 7,250만원~7,82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 [시승]존재만으로도 합격, 지프 랭글러 루비콘
▶ [시승]명확한 결과, 벤츠 E-클래스

▶ [시승]작지만 큰 변화, 벤츠 CLA 250 4매틱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