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대했던 미국차의 느낌, 링컨 노틸러스

입력 2024년02월18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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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차 특유의 넉넉함, 가족용 SUV로 손색없어
 -부드럽고 정숙한 승차감, 한국 소비자에 제격
 -화려한 구성으로 보수적인 이미지 탈피해

 한때 미국차 특유의 풍요롭고 넉넉한 패키징이 고급차 기준이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의 현실은 살짝 다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독일차의 진중함과 일본차의 정교함을 더 선호한다. 최근에는 제네시스까지 동참하며 럭셔리카 시장을 키우고 있는 상황. 


 그만큼 예전의 미국차를 그리워 하는 소비자들도 상당하다. 이들을 위한 차가 등장했다. 바로 링컨의 볼륨 SUV인 노틸러스다. 상품성을 강화한 신형이며 유행에 치우쳐 그 존재감이 점차 옅어지고 있던 미국차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정립해나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틸러스는 우리가 미국차에 기대해왔던 것 그 이상을 보여준다.  

 ▲디자인&상품성
 처음 볼 때 느낀 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노틸러스는 길이 4,910㎜ 너비 1,950㎜ 높이 1,735㎜ 휠베이스 2,900㎜를 갖춰 이전보다 85㎜ 길어졌고 15㎜ 넓어졌다. 실내 공간을 유추할 수 있는 휠베이스는 이전보다 52㎜나 증대됐다. 중형급 SUV인데 덩치만 보면 한 단계 윗급의 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제네시스 GV70(길이 4,715㎜ 너비 1,910㎜ 높이 1,630㎜ 휠베이스 2,875㎜)보다 오히려 GV80(길이 4,940㎜ 너비 1,975㎜ 높이 1,715㎜ 휠베이스 2,955㎜)과 비교해야 할 정도다. 

 이렇게 큰 덩치에도 디테일은 보는 재미가 있다. 램프에서 뻗어나온 형상이 라디에이터를 가로지르고 이는 차를 더 넓어보이는 느낌을 주게 한다. 글로벌 버전에서는 해당 요소가 하나의 형체로 빛나지만 국내법상 주간주행등(DRL)은 양쪽 끝단에만 불이 들어온다.


 그릴 패턴은 링컨 엠블럼을 형상화한 오밀조밀한 모습이다. 마치 조약돌처럼 매끈하고 디테일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큰 요소지만 번쩍거리지 않아 과한 느낌은 없다. 범퍼 주변을 두른 반광 크롬 소재도 절제미를 더한다. 사실 예전같았다면 이 부분도 번쩍거렸을 링컨이지만 최신 흐름에 맞춰서 모던한 감각을 키우는 데에 그쳤다.

 화려한 앞에 비해 옆은 깨끗함을 강조한다. 장식이라고는 노틸러스 레터링이 새겨진 것이 전부이다. 도어 캐치는 윈도우 벨트 라인 쪽으로 올려잡아 표면감은 더욱 매끈하게 구현했다. 뒤로 갈수록 추켜 세워지는 다른 SUV들의 프로포션과는 다르게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나가는 라인도 독특한 느낌을 강조한다. 


 뒤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간다. 차체를 길게 가로지르는 램프와 머플러를 연상케 하는 크롬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꾸밈이나 기교를 찾아보기 어렵다. 리어 윈도우 와이퍼 마저도 스포일러 아래쪽으로 숨겨놨고 링컨 레터링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들다. 이렇게 절제되어있는 미국차를 보는 것도 꽤 오랜만인 것 같다. 

 실내에서는 대시보드를 따라 뻗어있는 48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반긴다. 콘셉트카에서나 봤을 것 같은 기능이라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요소 중 하나다. 대부분의 기능은 중앙에 위치한 센터 디스플레이로 조작할 수 있다 보니 인테리어 자체도 화려함과 정갈함이 공존한다. 

 다만, 거대한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띄울 수 있는건 속도계와 트립컴퓨터, 내비게이션 데이터 및 차 상태 정도다. 그나마 스마트폰 위젯을 설정하듯 간편하게 원하는 정보들을 옮겨놓을 수 있다는 건 칭찬할 만 하다. 



 2열은 기대 이상이다. 1열 시트포지션을 편안하게 설정하고도 성인 남성이 앉아있기에 충분한 레그룸이 나온다.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덕분에 개방감은 극대화되고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은 물론 4개의 C타입 USB 포트와 3단 조절 열선 시트, 2열 송풍구까지 마련돼있다. 여러모로 패밀리 SUV로 활용하기에 손색 없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2.0ℓ 4기통 GT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구성했다. 최고출력은 252마력이며 최대토크는 38.0㎏∙m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괜찮다. 굳이 말하지 않는다면 노틸러스가 4기통인지 6기통인지 알아챌 수 있는 이가 많지 않겠다. 매끄러운 회전 질감이며 속도를 높여나갈때 토해내는 사운드와 부족함 없는 출력까지 4기통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아니다. 회전계를 높이면 안쓰러운 소리가 나는 여느 브랜드들의 4기통 엔진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조용하기는 또 얼마나 조용한지. 곳곳을 틀어막은 이중접합 차음유리 탓에 밖에서 유입되는 소음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속도를 높여 자동차 전용도로에 접어들면 8단 자동변속기는 재빠르게 항속기어를 체결해버린다. 가속 페달을 세게 밟지 않는 이상 엔진 소리마저 느끼기 힘들다. 

 승차감도 단연 인상적이다. 마치 에어서스펜션을 장착한 차 처럼 둥실둥실 떠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노면의 자잘한 진동 정도는 그냥 걸러내버린다. 우글우글한 노면을 곧게 펼쳐나아가는 느낌이라 해야할까. 출·퇴근길에서 늘 마주하는 조금은 불친절한 과속방지턱과 도무지 메꿔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작은 포트홀을 밟고 지나가도 신경질적이지가 않다. 


 그렇다고 대책없이 출렁대는건 아니다. 조금 깊은 코너를 돌아나가도 차체는 일관되게 기울어지고 안정적으로 복원한다. 부드러운 승차감이 계속되다보니 고속도로에서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게 아닌, 배를 모는 것 같은 느낌이다. 파도 한 점 없이 매끄러운 수면을 우아하게 헤쳐나가는 항해사가 된 것 같은 착각이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터보차저는 조금 답답하다. 속도를 높여가다 재가속 하는 상황에서는 응답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주행 모드를 조금 더 다이내믹한 설정으로 바꿔도 토크감과 페달의 민감도만 높아질 뿐 일관된 반응을 보인다. 

▲총평
 노틸러스는 여러모로 미국차 특유의 미덕과 앞으로의 "아메리칸 럭셔리"가 어떨지 그 방향을 보여주는 차다. 미국차의 편견을 지우는 섬세한 디테일과 거대한 디스플레이로 요약되는 첨단 기능이 앞으로의 방향이라면, 편안한 승차감과 넉넉한 공간은 미국차 특유의 장점을 드러내며 앞으로 계승되어갈 미국차의 가치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럭셔리카와 SUV를 선택하는 기준을 온전히 충족하고 있으며 독일차와는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링컨 노틸러스의 가격은 7,74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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