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부담 없이 맛보는 독일 세단, 폭스바겐 제타

입력 2024년02월21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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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기 좋은 유럽차 주행 감각 돋보여
 -합리적인 가격과 유지비, 상품 구성 인상적

 대한민국에서 준중형 세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차는 현대차 아반떼다. 국산차가 보여줄 수 있는 가격적 이점을 바탕으로 준수한 공간과 상품성을 갖춰 부담없는 선택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점유율 또한 높기 때문에 사실상 독주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앞서 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폭스바겐은 당당히 제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차별화된 매력과 가치를 상품성, 주행성능, 구입 및 유지비용 등 주요 영역별로 나눠 살펴봤다.

 듬직한 체구, 반듯한 외모
 제타의 외관은 세단의 정석을 보는 것처럼 이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며 곧게 뻗은 캐릭터라인과 적당한 크기의 유리창 등이 대표적이다. 여러 조각으로 화려함을 강조한 아반떼와는 상반된 느낌이다. 제타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동차의 모습을 정확히 구현하며 호불호 없이 두루 인정을 이끌어내는 형태를 갖췄다.

 또 하나의 특징은 우수한 퀄리티다. 면과 선 처리가 확실하고 깔끔하다. 보닛의 주름은 물론 팬더와 도어로 이어지는 굵직한 라인이 존재감을 높인다. 햇빛의 명암에 따라 입체감을 높이며 각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의 단차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만듦새만 놓고 보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그릴 및 뒷 범퍼 주변에 두른 크롬도금, 세련된 모양의 17인치 휠 등도 밋밋함을 피하고 모던한 감각을 살린다.

 이성적인 바우하우스 디자인
 실내는 폭스바겐의 디자인 철학을 살펴볼 수 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로 정의되는 바우하우스 디자인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디자인 학교인 바우하우스에서 정립했으며 실용적이고 기능에 초점을 맞춘 실용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모던한 감각을 드러낸다. 다양한 소비재에 적용 중이며 독일을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타 실내에는 이러한 바우하우스 디자인 철학이 녹아 들어 있다. 다소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사용 편의성이 뛰어나고 내 차로 오랜 시간 함께 할수록 질리지 않으며 가치를 키우는 방식이다. 운전석 쪽으로 살짝 틀어진 센터페시아를 비롯해 직관적인 공조장치 다이얼과 각종 버튼, 변속 레버, 큼직한 송풍구, 컵홀더 모양도 전부 실용적으로 쓰기 편리하게 만들었다. 센터터널 앞쪽의 넓은 수납과 도어 패널 안쪽 커다란 포켓, 센터 콘솔과 글러브 박스, 선글라스 케이스까지 온통 넉넉한 공간으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요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기능이 빠졌다거나 구현 과정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기 힘들다. 신형으로 오면서 편의품목 위주로 강화해 상품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앞좌석 통풍 및 히팅 시트, 운전석 전동 및 메모리 시트 등을 넣었다. 여기에 2존 클리마트로닉 자동 에어컨, 가죽 멀티펑션 스티어링 휠, 10가지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트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파노라믹 선루프, 뒷좌석 열선, 열선 스티어링 휠도 들어간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없지만 8인치 디스커버 미디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바탕으로 무선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불편함이 없다. 이와 함께 10.25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은 선명하고 깔끔한 레이아웃이 돋보이며 주행 정보를 속 시원하게 보여준다. 비슷한 구성의 아우디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모습으로 차의 상품성을 배로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구입부터 유지까지, 아반떼와 숫자 비교해보니
 구매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비용계산을 해봤다. 제타 프레스티지(3,660만원)와 아반떼 인스퍼레이션 풀옵션(2,800만원) 기준으로 선수금 40%를 넣었을 경우 제타는 1,464만원, 아반떼는 1,134만원이 든다. 이후 60개월 할부를 했을 때 제타는 1.96%의 낮은 금리를 앞세워 월 38만원 정도를 내면 된다. 반면 아반떼는 별다른 금융 프로모션이 없는 상황에서 평균 자동차 할부 금융(5.5%)을 적용할 경우 월 36만원대가 나온다. 물론 60개월 만기 기준 120만원 정도 제타가 더 내야 하고 선수금에서도 다소 제타가 비싸긴 하지만 수입차의 경우 딜러사별로 자체 프로모션이 있을 수 있어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이제는 유지비 항목을 계산했다. 배기량 기준 자동차세는 1.5ℓ의 제타가 20만원 초~중반이며 1.6ℓ의 아반떼는 20만원 중~후반대가 예상된다. 효율은 같은 17인치 기준으로 제타는 복합 14.1㎞/ℓ이며 아반떼는 14.3㎞/ℓ다(18인치 휠은 13.8㎞/ℓ). 서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운전 습관에 따라서 달라질 듯하다. 보증은 제타가 우세하다. 5년15만㎞가 기본이며 아반떼는 3년6만㎞다.

 반면, 숫자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파워트레인 성능이다. 먼저 아반떼는 1.6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넣어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m를 낸다. 반면 제타는 1.5ℓ TSI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 160마력, 최대 25.5㎏∙m를 발휘한다. 동력계는 이전 1.4ℓ TSI 엔진 대비 10마력 높아졌으며 아반떼와는 큰 격차를 벌린다. 이와 함께 제타는 8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려 주행감각을 더욱 업그레이드시켰다. 

 우수한 파워트레인, "독일차 맞구나"
 숫자가 보여주는 성능에서의 차이는 주행을 하는 순간 단번에 알 수 있다. 조금만 스로틀을 열어도 엔진회전수를 튀긴 다음에 앞으로 나간다. 한번 탄력을 받은 다음에는 큰 걱정 없이 여유롭게 속도를 올린다. 극적으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거나 몸소 느끼는 속도감이 빠른 건 아니지만 충분히 도로 흐름에 맞춰서 신나게 질주한다.

 고속에서도 놀라운 엔진의 힘을 경험할 수 있다. 쉽게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한계를 향해 성능을 낸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갖는 단점을 말끔히 지웠으며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를 짓는다. 여기에 절묘한 변속 타이밍은 동력 끊김 없이 차로 온전히 전달한다. 높아진 출력을 체감할 수 있고 평범한 준중형 세단도 독일 터줏대감 폭스바겐이 만들면 즐거운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순간이다.

 빠른 속도에서 느껴지는 안정성은 수준급이다. 바닥에 차분하게 붙어 흐트러짐 없이 가속한다. 독일차 특유의 믿음직한 모습에서 제타의 매력이 더욱 크게 드러난다. 또 제대로 만든 유럽산 세단을 몰고 있다는 걸 상기시켜준다. 라이벌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기분 좋은 순간이다. 이와 함께 주행 중에는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고요함이다. 풍절음은 물론 바닥 소음도 알차게 잡았다. 한 체급 위 세단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기대 이상의 강점 발견
 차를 마주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특징도 발견했다. 바로 편안한 핸들링과 안락한 승차감, 여유있는 코너링이다. 독일차 하면 탄탄한 서스펜션과 묵직한 스티어링 휠 반응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제타는 다르다. 주력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타깃 제품인 만큼 전 세계 다양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독일차스러운 고집을 한 스푼 덜어내고 모두가 만족할만한 세팅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유연한 핸들링은 차를 다루기가 한결 쉽다. 서스펜션 역시 적당히 도로 위 굴곡을 흡수하는 정도다. 예민하게 읽으며 피드백을 전달하는 라이벌과는 사뭇 다르다. 저속과 중속을 비롯해 방지턱이 많은 도심 속 주행 환경을 감안하면 제타가 갖고 있는 지금의 세팅이 훨씬 좋아 보인다. 코너링도 준수하다. 전륜구동 차가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의 깔끔하고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준다.

 풍부하게 넣은 안전 기능 덕분에 장거리 운전에도 부담이 없다. 트래블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 프론트 어시스트 및 긴급 제동 시스템, 사각지대 모니터링 및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폭스바겐의 최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인 IQ. 드라이브를 넣었다. 또 전후방 센서를 지원하는 파크 파일럿, 피로 경고 시스템도 기본이다. 각 기능은 단정한 그래픽과 함께 자연스럽게 구현한다. 흐름에 맞춰서 평균값을 잘 유지하며 운전자를 보조한다.

 총평
 제타와 아반떼 두 차종 중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제타는 아반떼와는 전혀 다른 특장점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육안으로 볼 때 큼직한 차체와 기능적으로 뛰어난 실내 구성, 뒤처지지 않은 편의 및 안전품목까지 무모한 도전이 아닌 충분히 비벼볼 만한 상품성을 갖췄다. 심지어 주행성능과 퀄리티, 기본기는 제타쪽이 우세하다. 누구나 쉽게 차와 친해질 수 있고 다루는 데에 부담이 없다. 국내 준중형 세그먼트에서 여전히 승산이 있으며 구매 후 만족도를 높이는 차가 제타다.

 가격은 1.5 TSI 프레스티지 3,66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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