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가벼운 차체와 강력한 성능
-미니만의 유쾌한 주행 감성 여전해
2024년 미니는 누구보다 중요한 해로 기억될 브랜드다. 2분기부터 완전변경 쿠퍼와 컨트리맨 등이 잇따라 한국땅을 밟을 예정 이어서다. 폭 넓은 진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며 그만큼 도로 위를 주름잡게 될 새 미니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리고 신형 미니 등장에 앞서 기존 3세대 기반 쿠퍼 JCW를 만났다.
누군가는 끝물이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출시해도 전혀 손 색이 없는 헤리티지 가득한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 미니 특유의 운동성능까지 더해져 최상의 만족감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 미니를 기반으로 JCW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도 걸린다. 한마디로 지금 당장 구입 가능한 독보적인 핫해치는 미니 JCW가 유일하다는 뜻이다. 끝물이 꿀물이 되는 마법 같은 차와 3일을 함께했다.
핵심은 단연 파워트레인이다. 미니 JCW 해치였다.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6㎏∙m를 발휘하는 4기통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1초만에 도달하며 작은 차체와 어우러져 고-카트 필링을 전달한다. 시동을 켜면 앙칼진 배기음을 토해내며 등장을 알린다.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고 흥분도가 올라간다.
초기 반응은 침착하다.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자극적이지 않고 점진적으로 도로 위 흐름에 맞춰 달린다. 도심 속 일상 주행에서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으며 누구나 친숙하게 JCW를 바라보고 접근할 수 있겠다. 물론 스로틀을 급하게 열면 RPM 바늘을 튀기면서 달려나가지만 그 전까지는 기본형 미니 코스프레를 하고 휘파람 불며 기분 좋은 드라이빙을 유도한다
차의 진짜 성격을 알기 위해서는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두면 된다. JCW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뿜어져 나오며 이성에서 감성의 영역을 들어간다. 우선 소리부터가 배로 증폭된다. 엔진음은 물론 배기음도 여과없이 실내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나서 가속페달 양에 맞춰서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조금만 밟아도 즉각적으로 튀어나가는 모습이 무척 놀랍고 신선하다.
3,500RPM 부근에서 커다란 울림이 있고 이후 4,000RPM을 넘어가면 새로운 세상으로 운전자를 인도한다. 두려움과 즐거움, 짜릿함과 스릴이 공존하는 시간으로 바뀐다. 마치 서킷 주인공이 된 것처럼 진지해지고 또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 개구장이로 돌아간 것 같은 동심의 세계도 맛볼 수 있다.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을 JCW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작고 가벼운 차체는 미니 JCW가 독보적인 성격을 발휘할 수 있는 강점으로 부각된다. 체감 가속이 상상을 초월하며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231마력이라는 숫자보다 훨씬 높은 마력을 손과 발로 컨트롤하는 기분이다. 여기에 운전자 의도와 입맛에 맞게 정확히 반응하는 느낌이 훌륭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이 즐겁다.
코너에서는 만족이 곱절로 뛴다. 딱딱한 서스펜션은 차의 움직임을 정확히 잡아내고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코너 진입과 탈출에 부담이 없다. 운전자가 원하는 각도만큼 몸을 틀며 깔끔한 포물선을 그린다. 적극적인 어택이 가능하고 속도를 올려도 위험한 장면은커녕 JCW는 아무렇지 않게 갈 길을 간다. 도파민이 마구 나오는 순간이다.
여기에는 타이어의 역할도 컸다. 205/40R/18 사이즈의 굿이어 서머 타이어는 JCW와 궁합이 좋아 퍼포먼스 퀄리티를 높인다. 바닥에 바짝 달라붙어 안정적인 접지를 보여주고 한계점도 높은 편이어서 차의 출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4피스톤 전륜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도 믿음을 더하며 전체적인 차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매콤한 사운드는 시종일관 들을 수 있다. 다만 현대 N처럼 천지개벽이 일어날 것 같은 천둥이 치거나 팝콘 공장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다. JCW는 톤이 정제돼 있고 매우 고품격 소리를 구현해 낸다. 누군가는 다소 작아서 아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호불호 영역이라 단점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은은하게 퍼지는 중독성 강한 사운드에 한 번 매료되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적한 공터에서 차를 살펴봤다. 미니의 겉모습은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팬더까지 덮는 크램쉘 보닛, 큼직한 그릴 및 공기흡입구까지 어느 곳 하나 흠을 잡기 어렵다. 적절한 크기와 비율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하고 있을 뿐이다. 옆은 반듯한 유리창과 투톤 컬러의 루프, 앙칼진 주먹처럼 새빨간 사이드미러가 눈에 들어온다. JCW만의 포인트도 찾아볼 수 있는데 전용 그릴과 범퍼, 휠, 브레이크 세트, 센터 배기구 등이 대표적이다. 거를 타선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파츠들로 꾸며져 있다.
옆은 3-도어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짧은 앞-뒤 오버행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성격을 보여줄 것으로 보이며 기동성 측면에서도 월등하다. 뒤는 테일램프와 디퓨저 주변에 두른 유광블랙을 통해 세련미를 더했다. 이 외에 JCW 배지를 붙여 존재감을 드러낸다. 함부로 뒤에 바짝 붙지 말라는 뜻이다.
실내는 운전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공간을 연출한다. 빨간색 스티치로 멋을 낸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손에 쥐는 맛이 좋고 길게 고개를 내민 패들 시프트와 함께 계기판 안쪽에도 빨간색 및 체커기로 포인트를 줘 자꾸만 시선이 머문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 시트는 한번 앉으면 좀처럼 내리고 싶지 않을 정도다.
알칸타라와 가죽이 적절히 섞여 고급스럽고 몸을 지지해 주는 능력도 뛰어나다. 크롬과 블랙 하이그로시, 탄소섬유 패턴으로 마감한 소재의 조화는 값비싼 차를 타고 있다는 만족을 주기에 충분하다. 음질이 좋은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과 도어 패널 안쪽에서 빛을 내는 무드등도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 연출에 한 몫한다.
편의 품목은 필요로 하는 기능 위주로 대거 탑재했다. 먼저, 아이폰을 차에 무선으로 연결해 다양한 기능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선 애플 카플레이를 도입했고 깔끔한 구성과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의 분리 및 연동성도 훌륭하다. 선명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전자식 변속 레버, 휴대폰 무선 충전 장치, 열선 시트, 듀얼 선루프 등 전부 알차다.
나름 2열도 갖고 있다. 심지어 아주 못 탈 정도의 공간이 아니다. 생각보다 무릎공간이 잘 나오는 덕분에 단거리 이동에는 성인도 온전히 태울 수 있다. 트렁크는 작지만 바닥면이 깊고 동일한 크기의 공간이 있어 나름 유용할 듯하다. 한정적인 크기를 가지고 최대한 공간 활용을 하려는 미니의 노력에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미니 JCW는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행복의 길로 안내하는 어른 장난감이다. 독보적인 외모와 고급스러운 감각, 차원이 다른 감성을 무장한 체 달리는 주행 완성도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췄고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를 전달한다. 이게 바로 미니다.
한편, 미니 JCW 쿠퍼의 가격은 5,5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