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강자' 혼다 하이브리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24년03월04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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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시도로 하이브리드 다양성 보여줘
 -2모터 시스템, 퍼포먼스 끌어 올려

 하이브리드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까지만 해도 10만4,112대에 머물렀던 국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2020년(15만2,858대), 2021년(18만6,245대), 2022년(21만1,304대)을 거쳐오며 매년 증가세를 나타냈다. 2023년 등록대수는 30만9,164대로 5년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코로나19로 불안정했던 공급망과 시장의 주류를 형성해왔던 일본차들이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었단걸 감안해도 단연 인상적이다.
 

 하이브리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는 분명하다. 높은 효율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디젤차가 시장의 외면을 받기 시작하면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디젤게이트가 촉발된 2015년 68.8%(6만5,722대)로 절정을 찍었던 디젤차 점유율은 지난해 8.2%(2만2,354대)까지 빠졌다. 같은 기간 4.0%(9,786대)에 그쳤던 하이브리드 비중은 33.8%(9만1,680대)까지 뛰어 올랐다. 디젤의 빈 자리를 하이브리드가 꿰찼다는걸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 같은 시장 환경에 하이브리드의 종류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효율이나 배출량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자신들이 지향하는 바를 뚜렷하게 담는다.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전통적인 개념은 물론, 효율보단 퍼포먼스를 지향하기도 하고 실험적인 시도로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토요타의 직·병렬형 하이브리드, 포르쉐의 KERS 등이 대표적이겠다.

 흥미로운건 혼다다. 혼다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효율성도 극대화 해봤고 정 반대로 퍼포먼스도 끌어내봤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상상해본 적 없던 독창적인 시도도 이어왔다. 각각의 브랜드가 시도해봤던 다양한 방식을 혼다는 모두 해 봤다는 것. "기술의 혼다" 라는 별명은 괜한 게 아니다. 


 혼다코리아가 2010년 우리나라에 선보였던 인사이트는 효율성에 집중한 대표적인 사례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채택하고, 경량 부품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무게를 덜어냈다. 가변 실린더 시스템이 적용된 1.3ℓ SOHC 엔진과 DC 브러시리스 모터를 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하는 등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 하는 데 집중한 차다. 그 결과 국내 인증 기준 23.0㎞/ℓ에 달하는 효율을 달성했다. 

 뒤이어 출시한 CR-Z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라는 생소하면서도 실험적인 장르를 개척했다. 2007년과 2009년에 등장한 동명의 콘셉트카를 양산화한 차로, 일본 출시 첫 달만에 1만대가 계약되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에서 보기 드문 수동변속기를 선택지로 제공하는 한편, 뛰어난 핸들링과 그에 상응하는 효율성으로 찬사를 이끌어낸 바 있다. 


 NSX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우리나라엔 판매되지 않았지만 효율보단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춘 하이브리드의 대표적인 사례다. 미드십 엔진과 3모터 시스템을 결합한 미드십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최고출력은 600마력. 전기모터 기반으로 제어되는 SW-AWD 기술은 토크 벡터링을 구현해 구동력을 제어하고 보다 민첩한 핸들링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드라이버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낸다는 초대 NSX의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 미래 비전을 보여준 사례다.

 최근 선보인 CR-V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이 같은 노하우를 모두 축적했다. 두 차에 내장된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설계 구조만으로도 독창적일 뿐만 아니라 퍼포먼스를 논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하이브리드 본연의 뛰어난 효율성도 겸비했다. 앞서 언급한 인사이트와 CR-Z, NSX의 미덕을 모두 계승하고 있는 셈이다. 

 혼다의 4세대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는 엔진이 모터를 보조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엔진 사용을 억제해 연료 소모를 줄이고 전기모터 개입 범위를 넓혀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 질감을 만들어낸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 모터와 가속을 담당하는 주행용 모터로 구성한 2모터 시스템은 각기 다른 역할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작동 환경을 유지한다. 모터에 여러가지 역할을 맡기는 대신 한 가지의 임무만 줘서 말썽을 일으키지 않도록 한 전략이다. 

 회생 제동 기능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어 레버를 B로 두거나 패들 시프트를 조작해 감속량을 제어할 수 있는 회생제동 모드는 특유의 울컥거림을 억제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동력을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해준다. 하이브리드에선 경험하기 어려운 원페달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특징.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남은건 회수할 수 있다보니 CR-V 하이브리드의 효율은 복합 기준 15.1㎞/ℓ(2WD 기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16.7㎞/ℓ에 이른다. 


 이와 함께 스포츠 모드에서는 운전의 재미까지 챙겼다. 주행 모드를 바꾸면 혼다 모터사이클에서 들어봤을 것 같은 날카롭고 높은 회전대의 가상 사운드를 송출시킨다. 마냥 조용하고 편안할 것만 같은 하이브리드 세단이 스포츠 세단으로 변하는 반전미를 선사하는 대목이다. 
 
 하이브리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제시된 것처럼 다양한 개념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실험되고 있고 인프라가 열악한 환경에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e-퓨얼로 불리는 대체 연료를 개발하고 있는 일부 브랜드가 내연기관을 계속 남길 경우 하이브리드는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또다른 주류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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