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벤틀리 오너의 하루를 경험하다

입력 2024년03월12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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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레지던스 연상케 하는 벤틀리 큐브
 -각종 프라이빗 서비스로 고객 경험 강화해

 "수입차의 성지" 도산대로에는 고급스러운 외관의 건물 한 채가 서있다. 흡사 명품 부티크 같은 느낌이어서 주변의 수입차 전시장과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벤틀리 로고가 없다면 이곳이 자동차 전시장인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벤틀리모터스코리아가 지난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벤틀리 큐브"다. 


 벤틀리 큐브는 벤틀리가 새롭게 내세운 "컨템포러리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콘셉트를 적용한 세계 최초의 전시장이다. 판매를 넘어 벤틀리 오너들이 차별화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라운지와 휴식 공간 등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수억원대의 럭셔리카를 타는 사람들은 어떻게 차를 사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지 체험해봤다. 

 ▲이곳은 전시장인가 레지던스인가
 벤틀리 큐브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이다. 1층엔 벤틀리의 대표 차종을 내세우는 "히어로 존"이 마련돼 있고 2층엔 맞춤형 구매 상담을 지원하는 "커미셔닝 존", 3층과 4층에는 각기 다른 콘셉트의 고급 라운지를 연상케 하는 바투르 스튜디오와 아주르 라운지를 각각 마련했다. 

 입장부터 특별하다. 거대한 유리문이 열리자마자 벤틀리 특유의 시그니쳐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엘레베이터는 특별한 운행 소요가 없는 이상 1층에서 문이 열린 채 상시 대기되어있다. 기다림 없이 빠르게 목표하는 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셈이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4층 아주르 라운지. 벤틀리 오너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프라이빗 공간이다. 명칭은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트림 "아주르(Azure)"에서 따왔다. 바에서는 간단한 음료가 제공되고 주변에는 벤틀리 모형 자동차와 각종 읽을거리, 고급스러운 잔들을 비치했다.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과하면 산뜻한 분위기의 스카이 가든이 마련되어 있다. 아주르 라운지와 마찬가지로 벤틀리 오너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벤틀리 오너들은 바깥 공기를 쐬며 휴식을 취할수도 있고 지인들을 초청해 간단한 가든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강남 한복판에 편안하게 지인들을 초청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니 제법 부러운 혜택이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오면 사운드 플레이그라운드가 마련돼 있다. 안락한 소파와 빔프로젝터, 벤틀리에 적용된 네임(Naim) 오디오 기반의 사운드 시어터가 마련된 방이 있고, 그 옆으로는 가까운 사람들과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주방과 소파, 탁자가 마련되어 있다. 흡사 호텔 스위트룸을 연상시킨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다른 시설들과는 달리, 사운드 플레이그라운드는 온전히 한 명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도 차이점이다. 사전 예약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인들과 파티를 즐기거나 혼자 방문해 영화 시청 및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마음만 먹는다면 기타나 베이스 등 개인 악기를 가져와 나만의 연습실로 쓸 수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벤틀리는 2022년부터 구매자를 대상으로 "벤틀리서울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럭셔리 브랜드 최초의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으로, 차량 관리부터 컨시어지 서비스, 멤버십 오너만을 위한 특별 초청 행사와 제휴 브랜드 맞춤 혜택 등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가입된 벤틀리 오너는 전체 구입자의 50% 이상. 실제 사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후문이다. 

 ▲나만의 벤틀리를 주문하는 법
 2층 커미셔닝 존도 라운지 만큼이나 쾌적했다. 이곳에서 주문할 자동차의 주요 구성 요소들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주문제작 비중이 높은 벤틀리의 특성을 감안해 내외장 조합 결과물을 직관적이고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거대한 모니터도 마련돼 있었다. 나만의 컨티넨탈 GT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흥미로운건 생각보다 선택할 가짓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벤틀리는 "코리안 패키지" 라는 자체 옵션을 구성해 대부분의 선호 기능을 기본화해서 들여온다고 한다. 나만의 자동차를 만드는건 무엇보다 흥분되는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벤틀리모터스코리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외장 페인트와 휠, 내장재와 트림 등 주요 품목들은 직접 골라야한다. 벤틀리가 구현할 수 있는 외장 색상만 100개 이상. 기본 제공되는 컬러만 해도 10~15종이다. 투톤 컬러 등 다양한 조합도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내장재를 선택하는 과정도 생각보다 오랜 고민을 필요로 한다. 시트에 적용될 퀼팅 패턴은 어떤 모양으로 결정하고 어디에 적용할지를 일일이 골라야 한다. 시트 마감 처리는 스티치로 할 지, 파이핑으로 할 지부터 각기 다른 색상을 어떤 부위에 적용할 지, 트림은 어떤 재질의 어떤 무늬로 할 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간단해 보이지만 쉬운 일 만은 아니다. 뮬리너, 아주르, S 등 각 트림에 따라 제공되는 컬러와 내장재, 휠 등 많은 요소들의 조합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에 드는 차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프로그래밍을 반복해보는 수 밖에 없다. 

 재미있는 것은 벤틀리 오너들의 취향이 예상 외로 보수적이라는 점이다. 경쟁사들보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탓에 과감한 선택을 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무난한 조합을 선택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한다.

 구매 상담 안내를 맡은 벤틀리 서울 홍순철 부장은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과감한 컬러 선택을 하지는 않는 편"이라며 "외관 페인트는 무채색 계열을 가장 선호하고 내장재의 경우 베이지 시트가 가장 인기가 많으며 트림 선택 비중도 고급감이 강조된 아주르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벤틀리가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공 중인 캠페인 "Yours Sincerely, Bentley"도 구매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이는 5년 보증과 정기점검 항목 및 소모품 등 유지보수 혜택, 1년 이내 수리비용이 차 가격의 30% 이상인 사고 시 동일 신차로 교환해주는 신차교환 프로그램, 3년 이내 자차보험 수리 시 50만원 한도 내 자기부담금 5회 지원, 5년 이내 타이어 무상교환 1회, 벤틀리 서울 멤버십 5년 제공 및 특화 금융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다. 

 ▲맞춤형 시승 서비스 "비스포크 드라이브" 
 벤틀리의 시승 서비스는 그저 전시장 인근 몇 바퀴를 도는 게 아니었다. 이른바 "비스포크 드라이브"라고 불리는 벤틀리의 시승 서비스는 소비자가 벤틀리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도록 비교적 긴 거리를 운전해볼 수 있다. 이날 마련된 시승 코스도 강남을 빠져나와 올림픽대로와 서울-양양간 고속도로를 달려 양평까지 향하는 루트였다. 


 이날 시승한 차는 컨티넨탈 GT S와 벤테이가 아주르. 동일한 4.0ℓ V8 엔진을 탑재했지만 성격은 확연히 달랐다. 스포티한 감성을 추구하는 S 트림은 정제되지 않은 퍼포먼스 배기 탓에 운전자의 달리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반면, 안락함을 추구하는 아주르는 고속도로 주행 내내 편안함에 속도를 내기 싫을 정도다. 

 벤틀리는 이 외에도 다양한 시승 프로그램을 통해 벤틀리 오너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들은 자동차를 파는걸 넘어 소비자들의 여정 전반을 책임질 수 있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나아가겠다는 계획이다. 


 벤틀리모터스코리아 관계자는 "시승 프로그램은 고객과 직원들간의 긴말한 관계를 쌓는 것은 물론 벤틀리 라인업만의 남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기존 사람들이 평소 궁금해했던 벤틀리의 다른 제품을 경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006년 우리나라에 론칭한 벤틀리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810대를 판매하며 2021년(506대), 2022년(775대)에 이어 3년 연속 최대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아시아·태평양 판매량은 2년째 1위를 이어오고 있으며 글로벌 판매량은 5번째로 높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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