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맛 살아있는 컨티넨탈 GT S
-럭셔리 감각의 끝 달리는 벤테이가 아주르
벤틀리의 창업자 월터 오웬 벤틀리는 가장 럭셔리하고 가장 빠른 "완벽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실제로 그가 만들었던 벤틀리는 이런 지향점을 담아 고급스러우면서도 빨랐다. 롤스로이스나 마이바흐와 달리 벤틀리가 모터스포츠에 뛰어들고 있는 건 괜한 게 아니다.
회사가 세워진지 100년이 넘은 지금. 창업자의 가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직접 만나본 컨티넨탈 GT S와 벤테이가 아주르는 가격만 제외한다면 창업자가 제창했던 "완벽한 차"에 가까웠다.
▲반전 매력이 최고의 장점, 컨티넨탈 GT S
컨티넨탈 GT S의 첫 느낌은 재밌다. 도로서 번쩍거리는 크롬들로 가득한 벤틀리만 봐왔더니 구성요소들이 모두 시커멓게 칠해진 벤틀리는 오묘한 느낌을 준다. 스포티한 듯 하면서도 특유의 고급스러운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봐도 크롬을 찾아보긴 어렵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해 크롬 장식으로 꾸며졌던 헤드램프 베젤, 윈도우 서라운드 몰딩 등의 부위가 하이 글로시 블랙 컬러로 마감됐다. 사이드미러와 쿼드 테일파이프 등도 블랙 컬러로 마감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실내는 화려함보단 시크함이 가득하다. 고광택 피아노 블랙 베니어를 기본 적용했고 알칸타라보다도 더 고급스럽다는 다이나미카 소재가 적용돼 스포티한 느낌을 부각시켰다. 최고급 크로노그래프에서 영감을 받은 그래픽 클러스터는 직관적인 시인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고성능 감각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전달한다.
차별화된 포인트는 소재만이 아니다. 성능과 관련한 구성도 다른 라인업과는 다르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기본 적용했고 사이드 스피드 실, 레드 캘리퍼, S 전용 21인치 5-스포크 듀오 톤 휠도 함께 제공한다.
파워트레인은 4.0ℓ V8 트윈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은 550마력, 최대토크는 78.5㎏∙m이며, 정지상태에서 100㎞/h는 단 4초만에 주파한다. 최고속도는 318㎞/h. 여기에 벤틀리가 세계 최초로 탑재한 48V 기반 액티브 롤링 컨트롤 시스템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가 기본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B(벤틀리 모드)"에 놓고 달리면 생긴것과 다르게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이 이어진다. 컴포트 모드로 진입하면 편안함은 더욱 두드러지는 편이다. 마치 플라잉스퍼를 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푹신하게 노면을 걸러내는게 2도어 쿠페에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순간이다.
고요한 실내도 돋보인다. 두꺼운 이중접합유리에서 눈치챘지만 컨티넨탈 GT의 NVH 능력은 수준급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탄 차가 550마력 2도어 쿠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마냥 편안하고 조용하기만 한 건 아니다.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아 엔진 회전수를 과감히 높여주면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배기음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명색이 벤틀리인데 전혀 조율되지 않은 것 같은, 날것 그대로의 V8 사운드가 운전자의 귀를 때린다. 럭셔리 GT라는걸 잊게 만든 채, 가속 페달만 연신 밟게 만든다.ㅣ
재미있는 건 컨티넨탈 GT S를 타며 이렇다 할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550마력짜리 차를 타면서 무슨 의미인가 싶겠지만, 컨티넨탈 GT의 공차중량은 무려 2,295㎏. 원가절감은 생각치도 않은 풍부한 내장재들 탓에 생각보다 무겁다. 그럼에도 답답하다거나 굼뜨다거나 하며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자극적인 사운드에 엔진 회전수를 연신 올려두고 싶지만, 컨티넨탈 GT S의 진가는 고속에서 정속 주행을 할 때 드러난다. 속도에 대한 감이 많이 옅어지고, 한없이 편안하다. 컨티넨탈 GT라면 장거리 주행도 고된 노동이 아닌, 여행 그 자체일 것만 같다.
▲럭셔리 SUV에 기대하는 그것, 벤테이가 아주르
중간 기착지에서 벤테이가 아주르로 바꿔탔다. 컨티넨탈 GT S와는 정 반대의 성격인 차다. 문도 두개 더 있고 차체 타입도 다르며 스포티함 보다는 편안함과 럭셔리함을 추구하는 차라는 점에서 "극과 극"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외관은 우리가 벤틀리에 기대하는 그 모습이다. 벤틀리 특유의 격자형 크롬 패턴은 그릴을 넘어 범퍼까지 확장되어있다. 측면에는 아주르 레터링 배지가 고급스럽게 부착되어있고 전용 22인치 휠은 고급스럽고 권위적인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실내에는 다이아몬드 퀼팅 패턴이 기본 적용됐다는 점이 차이다. 컨티넨탈보다 가죽과 우드가 더 많이 적용된 탓인지, 차 안에 탑승하면 알싸한 가죽 냄새가 코를 먼저 자극한다. 그 흔한 플라스틱, 우레탄 소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부분이 가죽으로 뒤덮여 있다. 곳곳의 터치는 부드럽고 맞춤형 주문제작 가구에 앉은 듯 시트의 착좌감도 안락함 그 자체다.
파워트레인은 4.0ℓ V8 트윈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은 550마력, 최대토크는 78.5㎏∙m로 앞서 시승한 컨티넨탈 GT S와 동일하다. 정지상태에서 100㎞/h는 컨티넨탈보단 0.5초 뒤쳐진 4초이며, 최고속도는 290㎞/h다.
시동을 걸면 우렁찬 배기음이 쏟아지면서도 이내 조용해진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져야만 배기 플랩이 열리는 벤테이가의 특징 탓이다. 이렇다보니 정속 주행 시 엔진음은 거의 들려오지 않을 뿐더러, 꽉꽉 틀어막은 방음재들 덕분에 고요함이 차 안을 지배한다. 벤테이가 아주르에 있어 V8 엔진은 그저 거들 뿐이다.
견고하지만 부드러운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덩치를 생각해도 꽤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다. 기본으로 주어지는 에어 서스펜션은 잔진동을 훌륭하게 걸러내며 주행 모드나 속도에 따라 차고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반전은 고갯길에서다. 큰 덩치에 푹신한 승차감의 럭셔리 SUV로 와인딩이라니. 뒤뚱거릴 것만 같아 조금은 조심스레 진입했는데 웬걸. 단순 기우에 그쳤다. 코너 진입 속도를 조금씩 올려도 벤테이가의 움직임은 속도가 낮을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수축되는 서스펜션을 들어올려 롤링을 억제하는 48V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 덕분이다.
이렇다보니 우아한 자동차로 와인딩로드를 과감하게 공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와중에 승차감은 해치지 않는다. 상식 선에선 두 가치가 충돌할 수 밖에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현실이 가능한건지 헛웃음만 나오게 된다. 곱씹어보면, 벤틀리가 괜히 벤테이가로 파이크스피크 공략에 나선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