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오프로드 달려보니

입력 2024년03월24일 00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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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로드에서도 강한 주행성능 발휘
 -스위처블 AWD, 파트타임·풀타임 장점 모두 갖춰
 -넉넉한 거주성으로 아웃도어 활동에도 손색없어

 봄이다. 낮에는 활발히 움직이면 제법 무덥게까지 느껴지고 주변 풍경은 벌써 꽃이 만개했다. 한마디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기에는 딱 좋은 계절이 왔다. 다들 창고 속에 있던 캠핑 장비를 손질하고 산으로 바다로 떠나갈 준비에 바빠질 테다. 


 물론 각이 잔뜩 진 정통 SUV에 캠핑 장비를 싣는 이웃이 부럽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겠다. 평소 출퇴근용으로 타고 있는 소형 SUV도 저런 능력을 발휘할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게 된다. 이번 기회에 한번 도전해볼까 싶다가도 무모한 짓인 것 만 같아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가능한 일이다. 
 
 검증을 위해 수도권 북부로 향했다. 이번 시승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서울을 출발해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화천을 아우르는 총 260㎞ 구간이다. 따사로운 봄햇살을 맞으며 거친 오프로드도 달려보기로 했다. 

 온로드를 달려나가는 트레일블레이저의 성능은 호쾌하다. 1.35ℓ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m라는 부족하지 않은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최고출력이 발산되는 5,600rpm까지 엔진회전수를 끌어올려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결합되며 CVT가 있던 자리는 9단 자동변속기로 바뀌었다. 사실 배기량 대비 제법 다단화된 변속기여서 어떻게 세팅했을 지 궁금증이 들었다. 변속기는 고속 주행 중 가속 페달을 조금만 세게 밟는 것 만으로 제법 지능적으로 두 번의 킥다운을 실행하며 민첩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대로 정차 및 재출발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재빠르게 3~4단을 체결하며 효율을 극대화 해주는 움직임을 구현한다.

 오프로드 초입의 와인딩 로드에서는 탄탄한 주행감각을 제공한다. 차고가 높은 SUV 특성상 일정 수준의 롤링은 발생하지만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점진적이고 안정적으로 기울어진다. 자세를 고쳐잡는 것도 마찬가지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도 제법 적극적인 편. 고속도로 주행 비중이 많은 미국 브랜드들의 SUV는 대부분 스티어링휠을 나긋하게 세팅한다. 반면ㅡ 트레일블레이저는 마치 유럽 해치백을 타고 있는 듯 와인딩 로드에서 제법 즉각적이고 빠르게 반응한다. 소형 SUV의 서킷 주행 능력이 궁금할 정도다.

 오프로드에서는 사륜구동의 성능을 시험해볼 차례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스위처블 AWD(Switchable AWD) 시스템을 통해 주행중 온·오프 버튼 조작만으로도 전륜구동과 사륜구동을 간단히 전환할 수 있다. 전륜구동 모드에서는 효율성을 높이고 사륜구동 모드에서는 험로 주파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여러모로 유용한 시스템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파트타임 사륜구동보다 쉽게 쓸 수 있고 상시 사륜구동보다 효율적이어서다. 파트타임 사륜구동은 노면 조건에 따라 4H, 4L 등을 두고 어떤 기능을 작동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반면 스위처블 AWD는 버튼 한번만으로 사륜구동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 더욱이 필요한 때에만 작동시킬 수 있으니 상시 사륜구동보다 더 효율적이다. 

 터보차저가 달린 차들은 토크가 갑자기 튀어나와 놀랄 때도 있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운전자가 당황하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반응을 보인다. 이렇다보니 오프로드에서 불필요한 가속·브레이크 페달 전개를 최소화 할 수 있고 결국 연료 소모는 줄이면서 불필요한 움직임으로 차체를 불안하게 할 일도 없다. 

 배기량과는 별개로 트레일블레이저의 1.35ℓ 터보 엔진은 오프로드의 짜릿함을 더해준다. 산길에서는 다소 부족한듯한 출력이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즉각적인 핸들링 반응은 랠리카를 모는 것 같은 느낌까지 준다. 오프로더들이 넉넉한 출력으로 산길을 짓밟고 가는 멧돼지 같다면 트레일블레이저는 길을 재빠르게 빠져나가는 산토끼 같다. 
 

 좌·우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단단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삐걱거리는 소리로 운전자를 불안하게 하지도 않고 하중 이동이 급격하게 일어나지도 않는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소형 SUV라는걸 감안해도 우수한 강성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급격하게 휘감겨 올라가는 경사면에서도 불안한 기색 없이 안정적인걸 보면, 무게중심도 꽤 낮은 것 처럼 느껴진다. 

 오프로드를 마치고 흙투성이가 된 트레일블레이저를 바라보니 제법 그럴싸하다. 부분변경을 거치고 나니 더욱 강인한 느낌이 두드러진다. 쉐보레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듀얼 포트 그릴과 함께 중간을 가로지르는 두툼한 그릴 바가 단단한 느낌을 높여준다. 시승차는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 RS지만 굳이 액티브가 아니더라도 흙먼지와 잘 어울린다. 

 트렁크를 열어 2열시트를 젖히고 파노라마 선루프를 열면 나만의 공간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2,640㎜의 넓은 휠베이스를 갖춘 덕분에 동급 세그먼트 대비 더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차박은 물론 낚시를 하거나 누워서 별을 보는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핵심인 트렁크 공간은 2단 러기지 플로어를 통해 바닥 부분의 높낮이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2열 시트는 6:4 비율로 폴딩이 가능해 기본 적재용량 460ℓ에서 최대 1,470ℓ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캠핑이나 낚시 장비는 물론 천체 망원경 등 부피가 큰 짐도 문제없이 적재할 수 있다.  

 이른 봄 오프로드에서 만나본 트레일블레이저는 아웃도어를 위한 소형 SUV로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었다. 캠핑이나 차박 같은 아웃도어를 즐기기 위해서 큰 차를 사야한다는 편견을 어느 정도는 지워낼 수 있었다. 험로에서도 특유의 당찬 주행성능을 보여주는 건 덤이다. 이처럼 트랙스 크로스오버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한편,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은 LT 2,699만원, 프리미어 2,799만원, 액티브 3,099만원, RS 3,099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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